철제품이 양하항에서 인도되어 화주가 상태를 확인하여 보니 녹 손상이나 Scratch 손상이 되어 있었다. 화주는 누군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여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선하증권을 보니, 서명란에 외국의 선적항에서 어떤 회사가 On Behalf of Master 라고 기재하고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선하증권의 이면에는 이 선하증권으로 증명되는 운송계약은 선박소유자(즉, 선주)와 체결된 것이며, 운송계약으로부터 생기는 손상 또는 멸실에 대하여는 운송과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은 선박소유자만이 책임을 진다는 규정이 있다 (이러한 규정을 소위 Identity of Carrier 조항이라고 한다). 해당 선박은 운송 당시 선주가 정기용선을 하여 준 상황이었다. 누구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인가 하고 화주는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Cargo Claim을 하여야 하는 경우 화주는 우선 이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즉,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원인에는 채무 불이행과 함께 불법행위가 있다는 점이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행위자가 누구인지를 밝혀서 그 행위자 혹은 그 행위자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자(예컨대 민법 제756조에서 규정하는 사용자 책임에서의 사용자를 규명하는 일이다)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많은 경우 선주이든 정기용선자이든 과실이 있었음을 화주가 입증하여야 하며, 그 입증을 하지 못하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정이 되지 아니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자료를 내면 과실 이 입증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실제에 있어서는 판단하기 어려우며, 아울러 간단하게 구분 짓는 것이 매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위의 사안에서 Clean B/L 과 양하항에서 화물이 손상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Cargo Convention 만을 내는 것으로 과실을 입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 정도이다. 어찌 하였든, 화주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면 위 자료 이상의 어떠한 증거로써 선주나 운송인에게 과실이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선박이 나용선된 경우이거나, Lease되어 있는 경우에는 선주는 선원들에 대하여지휘 감독권한이 전연 없으므로 선주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추궁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상법 제766조 제1항에 선박임차인이 선박소유자와 동일한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것도 같은 취지이다. 정기용선된 경우에는 어떠한가? 이는 곧, 선장이나 선원들의 과실이 화물을 손상 또는 멸실시켰는데, 그 선장이나 선원들의 행위에 대하여 누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정기용선이 있는 경우 우리 대법원의 POLSA DOS호 판결과 관련하여, 정기용선의 경우 운송인은 누구인지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있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 논의하는 것은 선하증권이 누구를 기속하는가와 관련된 것이고,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하여 논의한 것이 아니다. 소위 New York Exchange Form 정기용선계약서 제8조는 The Captain (although appointed by the Owners), shall be under the orders and directions of the Charterers as regards employment and agency (번역: 선장은 비록 선주가 임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용 및 대리에 관한한 용선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소위 Employment Clause라 하며, 정기용선의 특징적인 조항의 하나로 꼽힌다. 이 조항외에도 정기용선계약에는 용선자의 마음에 들지 아니하면 선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선장이나 선원을 교체하여야 하는 소위 Misconduct Clause도 두고 있다. 이러한 정기용선계약하에 운항되고 있던 선박에서 발생된 화물의 손상 또는 멸실 사고에 대하여 선주를 사용자라고 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될 것으로 본다. 정기용선자에 대하여 사용자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지는 분명하지 아니하다. 어쩌면 거론되고 있는 선장이나 선원들의 과실 혹은 작업이 정기용선자가 실제로 지휘감독하는 사항인지 아닌지에 대하여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법이 적용된다면 영국법이 적용되는 경우 보다 사용자 책임을 묻는 것이 용이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선례를 아직 보지 못하였다. Scrutton on Charter Parties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정기용선자가 소위 Demise Charter에 이르지 아니한 것으로 보고 있고, 아울러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점유하는 것으로 보지 아니하므로, 정기용선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음 회에는 채무 불이행 책임과 관련하여 볼 것이다.서동희 변호사 ▶ (정동국제법률사무소 : T.755-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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