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률 20 감항능력주의의무(1)물건을 매도한 매도인은 그가 판 물건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을 진다. 그 물건이 상품으로서 하자가 없고, 사용하려는 용도에 적합하다는 담보를 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이 해상법에 있다. 선주는 화주에 대하여 그 선박이 감항성이 있음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감항성이란 해당 선박이 해당 계절에 해당 항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민법에서 말하는 하자담보책임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제도인 것처럼 감항성을 갖춘 선박을 공급하여야 한다는 법리 역시 common law에서 인정된 것이다. Common law상 선주는 감항성을 갖춘 선박을 제공하여야 하는 절대적인 의무이었으나, 선주에 대한 이러한 의무는 Harter Act와 1924년 Hague Rules에서는 선주는 감항성을 갖추도록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이어야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가사 해당 선박이 감항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선주로서는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감항성이 결여되게 된 것이라면, 그 선주는 감항성에 대한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감항성에 관하여 선주가 지는 책임은 과실책임이지, 무과실 책임인 것이 아니다. 이처럼 소위 상대적인 의무로 변경됨으로 인하여 선주가 책임을 지기 위하여는 발항시 해당 선박이 감항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감항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선주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두가지 점이 증명되어야 하게 된 것이다.실제의 문제로 들어 가서는 감항성에 대한 선주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정하는데 용이하지 아니하다. 예를 들어서 한 선박이 항해를 하는 도중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그 원인이 발전기에 부착된 연료 파이프에서 연료가 새어 나가, 그 연료가 고열 부분에 닿아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할 경우, 과연 그 선박이 발항시 감항성이 있다고 하여야 할 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연료 파이프에 하자가 있었다고 하는 경우, 그것이 반드시 감항성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인지, 아니면 항해도중 선원들에 의한 수리가 가능하므로 감항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하여는 영국법상 해상에서 간단하게 수리할 수 있는 하자의 정도이었다면, 그 선박은 감항성을 상실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본다. 반면, 항해도중의 수리가 선원들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것이라면, 그러한 하자를 안고 출항할 때에 해당 선박은 감항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인정된다.만일, 위와 같은 사안에서 해당 선박이 감항성을 상실하였던 것으로 인정이 되면, 선주, 선원 기타 선박 사용인이 발항시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였는가 여부를 또 판단하여야 한다. 이것 역시 “상당한 주의의무”라는 말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문제의 고장에 대하여 사전에 수리한 적이 있고, 그 수리가 미흡하여 다시 고장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일응 해당 선박의 감항성에 대하여 선주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였다고 볼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감항능력이 있거나 없었음, 그리고 그에 대하여 선주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였는가 아닌가는 어느 측이 입증하여야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로 대두된다. 이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본다면, 선주는 면책사유(예를 들면 황천에 의한 손상)가 있음을 주장, 입증하고 나면, 화주는 손상은 오히려 해당 선박이 감항성이 없는 선박이었기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일응의 주장, 입증을 할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선주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였는지 여부는 선주가 하여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 왜냐하면 화주는 선박측의 사정을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출항한지 하루도 되지 아니하여 레이다가 고장이 나서, 인근항으로 이로하여 레이다를 수리할 정도인 경우, 해당 선박은 출항시 불감항이었고, 그에 대하여 선주는 상당한 주의의무를 흠결하였다고 판시한 판결은 그 한도에서는 수긍할만하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다45054 판결).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