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교수(고려대학교 로스쿨)

김인현 정책자문위원장
김인현 교수

최근 중국에서 북미로 가는 컨테이너 운임이 너무 많이 올랐다. 중국에서 미국서부까지 40피트가 3700달러가까이 한다. 이 운임은 스폿 시장에서의 가격이다. 그때 그 때 시장의 상황에 따라 체결되는 운송계약에서 정해지는 운임이다. 대량 화주는 정기운송인과 사전에 서비스계약(service contract)으로 장기로 운송계약을 체결한다. 금년 초에 책정된 것은 1000-150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3700달러 가까이하는 운임은 장기운송계약의 운임보다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상당히 높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보아야한다. 운송인들이야 약 10년간 그간 낮은 운임으로 고생을 했으니까 만족스러울 것이다. “물들어올 때 노저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그렇지만, 수출입하는 화주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운송인과 화주들이 공격과 수비가 뒤바뀐 형상이다. 

<운임상승의 원인>

금년 3월경 코로나-19가 시작되자, 전 세계의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일반적으로 예상되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MSC 등 외항 정기선사들은 선복을 줄이기 시작했다. 3월경에는 컨테이너 계선선박이 전체 중에서 10% 정도, 5월에는 12%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었다. 외항정기선사들은 공급량을 줄이면서 운임이 지지되는 정책을 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 중국에서 생산이 재개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 지면서 자체로 수요가 생겨났다. 각국은 경기부양을 위하여 지원금을 풀었다. 이에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수요가 미국에 많아지고 있다. 물동량이 제한적이지만 늘어나는 분야도 있다.  

이런 이유로 6월경부터 운임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선복을 잡기 어렵자 화주들은 경쟁적으로 북킹을 하려고하자 운임은 더 상승하게 된다. 

<시장에서의 상황>  

정기선사들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발표되었는데, 영업이익이 상당하다. 그 동안 적자로 힘이 들었던 HMM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났고, 분기 당기순이익도 났다고 보고되었다. SM상선도 영업이익을 내었다. 우리나라 외항 정기선사들로서는 정말로 오랜만에 흑자소식이다. 머스크 등 외국 정기선사들은 더 큰 흑자를 내었다. 

이에 반하여 소량 화주들은 수출단가가 올라가는 어려움을 겪는다. 컨테이너 박스 하나당 장기계약의 경우보다 2000달러 이상씩을 더 지급해야하므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법학자의 시각>

현재의 시장상황을 법률적으로는 두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볼수 있다. 장기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약정된 대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계약위반이다. 1주일에 1000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1개당 1000달러에 운송해주겠다고 약정했다고 하자. 스폿의 운임이 워낙 높으므로 운송인은 가능한 장기계약에서 정한 물량의 실행을 줄이고 스폿의 물량을 실으려 한다면, 이는 자체로서 화주와 맺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계약위반이다. 또한 이는 “운송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해운법을 포함한 경쟁법위반의 소지도 있다(해운법 제31조 제1항3의2).   

본 운임상승은 유럽의 MSC등이 코로나-19가 시작되자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 공급량을 줄이는 시도를 한 것에서 촉발되었다. 개개의 선사가 불경기에 대비 스스로 공급을 줄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리고 여러 선사들이 공동의 의사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공동행위가 되지만, 불경기에는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항카르텔의 이론에 따라 경쟁법에서도 허용이 가능한 행위일 수 있다. 

그런데, 운임이 정상보다 2배가 높은 상태에도 여전히 선복 공급이 줄어진 상태라고 한다면 정기선사 개별의 선택이라고 하여도 선화주 상생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보인다. 운임의 인상을 노리는 행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얼라이언스 내부적으로 노선의 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운법에 의하면 선박의 배치, 운송조건을 부당하게 하는 것(제29조 제5항 2호) 운항회수를 줄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제29조 제5항 3호)에 해당하여 해양수산부장관이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다행이 최근에는 우리 외항 정기선사의 경우 가동가능한 선박이 모두 투입된 상태라고 한다. 해운법 위반소지를 피할 수 있는 현명한 조치이다. 또한 선화주 상생을 실현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이기도 하다.    

해운법상 경쟁법 관련 사항은 우리나라 정기선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정기선사에게도 적용된다(제28조 제1항 2호).

<예측가능성 확보-운임안정화 방안> 

필자는 상법 및 해상법 교수이다. 상인들의 상행위에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상거래를 원활화함에 상법의 이념이 있다. 상법과 상법학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해상법도 선박을 이용한 상인의 법률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동일 이념을 가진다. 

손익분기점이 1300달러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 선을 기준으로 약간의 진폭을 가지고 보다 안정적으로 운송이 되었으면 바란다. 선복이 많아져서 지난 10여년간 500달러 등으로 정기선사들이 고생한 때도 있었다. 이럴 경우에는 운임을 화주들이 올려주고,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운송인들이 운임을 10%정도 내려주는 방안이다. 이렇게 안정적인 운임책정제도를 가진다면 정기선운항과 수출입에 예측가능성이 부여되고, 시장참여자는 안정적으로 영리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거 운임은 자유롭게 정해지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기선운항은 바다의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것과 같이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므로 안정적인 운송의 보장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운임도 안정화될 필요가 있다. 원가는 각 선사마다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운임산정방식을 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선박연료유 가격이 인상되거나 인하되면 그 만큼 운임에 반영될 것이다. 정기선사는 공표된 기본운임에 추가반영되는 GRI(General Rate Increase; 운임일괄인상분)를 적용일 15일전까지 화주들이 알 수 있도록 공표해야한다(해운법 제28조 제1항 및 시행규칙 제20조). 현재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공표된 내용에 대하여  필요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 내용변경이나 조정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28조 제7항 및 시행령 제14조). 선박연료유 가격의 인상 혹은 인하가 GRI 구성분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사전에 화주들에게 알려지거나 협의가 된다면 선화주 상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운송계약(해운법 제29조의2)을 많이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전체 물량에서 스폿계약이 많아지면, 운임의 진폭은 더 크게 된다. 장기운송계약이 많이 맺어져있으면 스폿의 물량은 작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게 된다. 

일본발 운임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서 안정적인데는 자국의 정기선사들과 맺은 이런 장기운송계약이 많은 점도 있다. 그래서 일본은 북미향 40피트 컨테이너 하나의 운임이 최고가 2700달러로 우리보다 1000달러정도 낮게 형성되어있는 점도 우리 화주들이 눈여겨보아야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스폿의 운임이 장기운송계약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기선사들은 스폿을 더 많이 가져가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불경기를 고려하면,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라서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선주협회가 장기운송계약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이의 사용을 장려하고 이를 해운법에 규정한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우리 외항 정기선사들이 해야할 사항> 

우리 외항정기선사로서는 HMM과 SM상선이 있다. HMM은 하파크로이드, 양밍,  ONE 등과 함께 디 얼라이언스에 속해있다. SM상선은 2M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동맹체제와 달리 운임의 일괄책정은 하지 않는 것이 얼라이언스 체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라이언스 내의 다른 정기선사들이 GRI를 한달 혹은 보름만에 발표할 때 독자적으로 각 선사는 운임을 발표할 수 있다. 국내화주들의 물동량의 30%정도만 우리 정기선사에 의하여 운송된다. 장기운송계약으로 체결된 물량은 계약에 따라 잘 이행되어야 할 것이고, 스폿의 물량도 다른 외국정기선사들 보다 낮은 운임으로 운송이 이행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선복을 잡을 수 없어서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우리 정기선사들이 노력해야할 것이다. 8월말 국적 외항정기선사의 한 곳이 4000TEU 선박을 한척 투입하여 3000TEU의 우리 수출화물을 운송해주었다. 9월말에도 4600TEU 선박을 한척 더 투입한다고 한다. 마치, 한진해운사태가 발생시 현대상선이 선박을 풀로 가동하여 물류대란을 해소해주었던 그 때가 생각났다. 국적 외항정기선사가 왜 필요한지를 확인하게 하는 의미있는 행보였다고 판단된다. 우리 외항정기선사는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화주들과 상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마지막 항차 하역비등 보장 기금>

외항정기선사들이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을 지금이 “마지막 항차 하역비지급 기금”제도를 만들 절호의 기회이다.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는 자체에서 기금이 마련되어 회원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하역 등에 문제가 있어도 처리가 된다. 그렇지만, SM상선을 비롯한 우리나라 인트라를 운항하는 정기선사는 이런 보장제도가 없다. 15개의 정기선사들이 회원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서 하역비 등이 마련되지 않아 입항거부 등으로 운송물인도가 지연되는 사항이 있다면, 자신들이 마련한 기금이 이를 처리해주도록 하는 제도이다. 해운법에 외국하역사 등이 직접하역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정기선사들이 미리 수백억에 이르는 기금을 마련해둘 필요는 없다. 이 점이 보험제도와 다르다. 보험제도를 이용하면 회생절차신청 사건이 없어도 보험료가 소진되어버리지만, 기금제도하에서는 사건이 없다면, 기금이 사용되지 않는다. 사후적으로 회원사들이 기금을 갹출해서 하역비를 지급하면 된다. 지급의 보장은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제도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필자는 2016년 9월부터 이런 제안을 여러 차례했지만, 아직까지도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 이 제도는 정기선사가 운송의 완성이라는 사적 및 공적의무를 다하는 조치이기도 하지만, 화주를 보호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화주 상생제도의 일환으로 보아야한다. 마침, 해진공도 선박금융이외에도 일반보증이 가능하게 되었고, 외항정기선사들이 여유도 있기 때문에 논의의 적기라고 보는 것이다. 

2020년 7,8,9월, 미주향 원양정기선사가 누리는 컨테이너 운임의 대폭인상은 10년 불황에 1년 호황이라는 해운업의 특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10년 장기불황을 잘 이겨내면 짧기는 하지만 호황이 한번은 찾아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중일 여객선사, 인트라 운항 정기선사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해운업종도 있다. 이번 기회는, 비록 일부업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운업이 흑자가 나기도 한다는 인식을 일반 국민들이나 선박금융인들이 피부로 느끼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적외항선사는 우리 수출입화물의 안정적인 수송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각인되도록 기회를 선용해야한다. 원양 정기선사들은 단기의 수익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적정 이윤으로 안정적으로 해운업이 영위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형편이 나은 정기선사가 화주들에게 먼저 선화주 상생의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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