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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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019년 6월에 선고한 판결에서 운송인의 운임 청구권에 대한 제척기간을 어느 시점부터 기산하여야 할 것인가에 관한 쟁점에 대하여 판단하는 과정에서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하여 준 시점이 언제인지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사안은 이러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두 회사는 중고자동차를 시리아로 수출하게 되었는데, 수하인과의 합의에 의하여 양하항은 시리아의 항구가 아닌 터키의 항구로 하되, 162대는 메르신항으로, 112대는 이켄데룬항으로 운송하기로 하였다. 중고자동차를 각각 선적한 두 선박은 2013년 12월 인천항을 출발하였으며 항해끝에 터키에 도착하였으나 터키 당국에 의하여 입항이 불허되었으며, 그래서 2014년 1월 두 선박은 다른 국가의 항구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으며 2014년 5월 터키의 목적항에 각각 도착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터키 당국이 그 운송물이 자국을 경유하여 시리아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통관을 불허하였고, 그래서 이 운송물의 통관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터키 내 보관장소에 운송물을 임치시켰다. 해결책을 찾고자 하였으나 끝내 통관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 운송물은 시리아로 운송되지 못하였다.

두 수출회사는 국내 포워딩 업체 A에게 운송을 의뢰하였고, A는 또 다른 포워딩업체 B에게 운송을 의뢰하였으며, B는 해운회사에 해상운송을 의뢰하였다. A가 B에게 운임을 지급하지 않자 B는 A를 상대로 하여 2017년 9월 5일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제기하였던 사안이며, 이 소송에서 A가 운임의 제척기간은 운송물 인도일로부터 1년인데, 운송물이 인도된 시점은 2014년 5월임에도 불구하고 B는 1년이 지난 후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소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여기서 운송물의 인도는 운송물에 대한 점유, 즉 사실상의 지배·관리가 정당한 수하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상법 제861조, 제132조). 따라서 운송인이 운송계약상 정해진 양륙항에 도착한 후 운송물을 선창에서 인도 장소까지 반출하여 보세창고업자에게 인도하는 것만으로는 그 운송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나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1다33918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 어느 시점에서 인도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9.6.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1)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외국에서 운송물의 인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운송물 인도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어, 예컨대 보세창고로 입고되기 위하여 양하항에서 트럭을 통하여 추가의 운송이 이루어지고 입고되고 보관되었다 하더라도 그 운송물은 아직 인도가 되지 않은 것이며, 이를 확장 적용하면 보세창고에서 불법반출되었다면 해상운송인이 화주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 된다. 대법원 판결이 이와 같이 내려진 이상 해운선사들은 이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운임의 제척기간의 기산시점은 양하시점이 아니고 보세창고에서 반출되는 시점이 되므로 그만큼 운송인에게 유리해지는 점은 있다.

필자는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대법원이 보인 법리는 결국 중첩적임치계약이론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양하지 국의 법을 고려함이 없이2) 우리나라 대법원이 정립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위 사건에서 터키의 법 아래에서 양하나 양하항에서 인도를 하게되면 해상운송인의 운송이 종료되는 것으로 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러한 법리가 단순하면서 더 보편적인 것인데 이를 고려함이 없이 우리나라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 사건의 사안에 대하여 필자는 2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만을 검토하였고, 그 이상의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고, 경우에 따라서 A와 B의 운송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보세창고를 누가 정하였는지 등의 요소가 변수가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대법원 판결이 판단한 논거는 타당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다.


1) 이 판결에 대하여 해사법률 216에서 한번 다룬 적이 있는데, 이번엔 다른 쟁점을 가지고 다룬 것이며, 원래의 사안에서 편의상 약간 변형을 시켰음을 밝히고자 한다.

2) 우리나라의 국제사법 제19조 제1항은 동산에 관한 물권은 그 목적물의 소재지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2조는 이동중의 물건에 관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그 목적지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의하면 인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준거법은 터키법이거나 아마도 시리아법이 될 수 있을 지언정 우리나라의 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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