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세계적으로 저명한 글로벌 물류회사들이 있다. 2019년 매출액 기준 랭킹이다. 필자가 이번에 검토한 사건에 피고로서 9위에 올라 있는 UPS가 등장한다.

Rank

Third-Party Logistics Provider (3PL)

Gross Revenue (US$ Millions)*

1

DHL Supply Chain & Global Forwarding

27,302

2

Kuehne + Nagel

25,875

3

Nippon Express

19,953

4

DB Schenker

19,349

5

C.H. Robinson

14,630

6

DSV

14,355

7

XPO Logistics

12,144

8

Sinotrans

11,200

9

UPS Supply Chain Solutions

9,302

10

J.B. Hunt (JBI, DCS & ICS)

8,788

사건의 원고는 안경렌즈첨가제를 중국 무역업체로부터 수입한 우리나라의 무역회사다. 매매계약조건이 F.O.B.이었으므로 수입자인 원고가 UPS Korea에게 Forwarding Order라는 표제의 문서를 보냄으로써 이 사건 운송이 시작되었다.

대법원은 Forwarding Order를 보내는 것이 운송의뢰인지 운송주선의뢰인지 분명하지 않고 다른 주변 요소를 감안할 때 운송의뢰를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데, 필자는 이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대법원 판결과 2개의 하급심 판결을 본 것 외에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으므로 이 견해가 잘못될 수 있겠지만, 전세계적인 글로벌 물류회사가 수행하는 업무는 대부분 운송업무이며, 운송주선업무는 예외적인 것이라고 보는 데에서 기인한다. 달리 말하면 특별히 운송주선업무의 의뢰라고 볼 사정이 없다면 운송업무를 의뢰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아래 사유를 들어서 우리나라의 무역회사(원고)가 UPS Korea에게 Forwarding Order를 보낸 것만으로 양 회사 사이에 운송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07.4.27. 선고 2007다4943 판결).

첫째, UPS의 중국대리점인 FRITZ LOGISTICS CO., LTD.는 피고 UPS Korea로부터 이 사건 화물의 운송에 관하여 연락을 받고 2004년 9월 23일 중국 상하이항에서 House B/L을 발행하였는데, 이 선하증권에는 피고 UPS Korea가 인도지 대리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무역회사는 피고 UPS Korea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선하증권을 교부 받고도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는 선하증권상의 운송인 표시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법원이 판결 근거로 삼은 첫째 사실은 운송인이 누구인지와 House B/L을 발행한 주체는 그다지 관련이 있지 않다는 점을 도외시한 것으로 잘못되었다. 운송인은 화주로부터 받은 운송의뢰를 인수한 사람이다. 그 운송인이 추후 House B/L을 발행하였는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에서 Forwarding Order를 우리나라의 무역회사가 UPS Korea에게 보낼 때 우리나라의 무역회사는 운송의 의뢰를 한 것이고, UPS Korea는 운송을 인수하는 것으로 대응하였을 것이다.

둘째 사실은 첫째 사실과 밀접히 관련되는데 우리나라의 무역회사가 UPS Korea에게 운송을 의뢰하였는데, House B/L 발행 명의가 UPS가 아니라거나 UPS Korea를 인도지 대리점으로 표시하였는지가 안중에 있었을 리 없다.

무려 14년전 대법원 판결이지만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에 일종의 leading case처럼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잘못된 것이기에 시급히 이 판결의 위부분 판시사항은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서동희 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원이 상당수의 사건에서 운송인이냐 운송주선인이냐의 쟁점에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마 운송주선업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그대로 존치되고 해상운송이나 항공운송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실의 물류업계에서 운송주선을 인수하는 경우는 예외적이고 대부분 운송주선업자들은 운송을 인수하고 있는데, 오래 전에 만들어진 운송주선업에 관한 규정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법정에서는 혼동이 생긴다고 본다.

사실 위 랭킹에 드는 세계적인 물류회사가 기교적인 주장을 펴서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 하나에서 책임을 모면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기업의 평판이나 이미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