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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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은 이행보조자가 채무자의 주된 계약상의 이익, 특히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면책∙책임제한∙출소기간(제소기간) 등에 관한 항변권을 원용∙향수할 수 있도록 하는 약관조항이라고 설명한다.1)

터미널이나 하역회사가 화주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하였을 경우, 터미널이나 하역회사는 선사의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 대개 포함되어 있는 소위 히말라야 약관을 이용하여 그 회사들도 선사처럼 손해배상책임의 면제, 책임제한, 제소기간 혹은 time bar를 주장하려고 한다. 이러한 경우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은 두 가지 전제요건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선사의 선하증권이 발행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선적항에서 터미널의 과실로 수출화물이 손상된 경우, 그리고 그 수출화물은 끝내 선적되지 못하게 된 경우에서 해당 화물에 대한 선하증권은 발행되지 않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 그 터미널은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중 2009.8.20. 선고 2007다82530 판결(“Zim Line 사건”)이 그러한 요건을 요구한 것으로 주장되고 있다. 확실한 것은 Zim Line 사건에서 대법원은 선사의 선하증권이 발행되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요건이라고 판시한 것은 없다. 다만 원심 판결에서는 뚜렷하게 선사의 업무의 일부를 터미널이나 하역회사가 수행하여야 한다는 요건과 함께 선사의 선하증권이 발행되었어야 한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둘째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 뒤 그 요건이 충족되지 못하였다면서 CFS 조작작업을 수행하였던 회사가 원용하고자 하였던 히말라야 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위 원심판결 외에도, 선사의 선하증권이 발행되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요건으로 보는 하급심 판결은 보이고 있다.

둘째는 선하증권을 발행한 선사가 해당 사안에서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질 것이다. 이는 곧 선사의 업무의 일부를 터미널이나 하역회사가 수행하여야 한다는 요건과 동일한 것이다. 이 요건은 히말라야 약관의 수혜자의 범위를 한정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선사가 그 선하증권에 세상의 모든 중소기업은 선사가 가지는 손해배상책임의 면제, 책임제한, 제소기간과 관련한 특권이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조항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화주 쪽은 자신의 손해배상청구가 전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제한되는 상당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게 된다. 손해배상책임의 면제, 책임제한, 제소기간과 관련한 특권은 해상법에 고유한 것이라서 그렇지 않은 분야에까지 확대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배경에서 이 요건은 히말라야 약관의 수혜자의 범위를 한정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법리를 명확하게 천명한 것이 Zim Line 사건에 관한 위 대법원 판결이다. 이 판결은 후에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현재까지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나 하급심 판결에 의하면 위 두가지 요건을 충족하여야 터미널이나 하역회사 같은 이행보조자는 히말라야 약관을 원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필자는 첫째의 요건 즉 선사의 선하증권이 발행되었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그 근거가 박약할 뿐 아니라 외국의 입법례에도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첫째의 요건에 관하여는 우리나라의 제3자를 위한 계약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1) 이균성, 신해상법대계 766 내지 767쪽(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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