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정동국제 서동희 대표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서동희 변호사

지난주 국회는 국제사법 전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여러 가지 규정들이 해상법 소송 특히 국제사법적 요소가 포함된 해상법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내용은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총칙 및 각칙으로 35개 규정이 신설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제11조에 국제적 소송경합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었는데, 그 제1항 본문에서 “같은 당사자 간에 외국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과 동일한 소가 법원에 다시 제기된 경우에 외국법원의 재판이 대한민국에서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결정으로 소송절차를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하여 아래 사례를 들어 보겠다. 선박 M은 대한민국 조선회사인 H사에서 선박연장공사를 받았다. 선박 M이 화물을 적재하고 대양을 항해하던 중 폭풍을 만나 용접라인을 따라 두 조각으로 깨져 선박이 침몰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에 선주 A는 미국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선주책임제한 절차를 신청하였고, 화주들은 같은 법원에 2021년 9월 H사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H사는 2021년 10월 화주들을 상대로 하여 대한민국 울산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여기에서 보는 것과 같이 화주들이 H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H사가 대한민국 울산지방법원에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 바로 국제적 소송경합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우 종래 우리나라는 국제적 소송경합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었으므로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 지 논란이 있었다. 통상적으로는 두 소송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니 대한민국 법원은 해당 소송을 그대로 진행하여도 무방하였다. 그러나 국제사법 제11조 규정의 신설로 앞으로는 위 사례의 경우 대한민국 법원은 화주들이 H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대한민국에서 승인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그 판단 결과 승인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대한민국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을 중지할 수 있게 되었다.

소송의 중지란 천재지변 등으로 법원 전체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당사자들의 특별한 사유로 소송을 계속 하기 어려운 경우에 내려지는 것이다. 소송의 중지(中止, stay)에 대한 위와 같은 실정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국제적으로 소송이 경합되는 경우에 우리 법원은 보다 합리적으로 소송을 중지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게 되었고, 당사자들의 사정이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되었다.

위 사례는 1997.11.24. 침몰된 MSC Carla호 사고로 인한 국제적 소송경합을 약간 수정한 것이다. 그 사안에서는 H사의 대한민국 울산지방법원에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 화주들이 H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보다 먼저 제기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 당시 울산지방법원은 기일 추후 지정의 방식으로 사실상 소송이 중지되도록 하였었다.

이와 같은 국제적 소송경합이 예들 들어 2022년도 후반기에 대한민국 법원에서 발생된다면, 대한민국 법원은 국제사법 제11조에 의하여 중지결정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위 사례의 사건의 진행 경과나 결과는 정해덕 변호사가 한국해법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하였고, 그것을 한국해법학회지 2009년 11월에 실은 “미국해사소송에 있어서의 대한민국법상의 소멸시효와 소송중지명령”이란 논문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