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현 박사(Penb46@naver.com)

 1. 시장논리와 정치논리의 충돌

(1) 해운의 팡파레(fanfare)와 그 후유증

윤민현 박사
윤민현 박사

2020년 초 팬데믹(Pandemic)이 선언된 직후까지도 글로벌 해운시장의 분위기는 암울 그 자체로 선복의 감축. Blanking 등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대규모 부양 패키지, 온라인 구매 열기와 함께 미국 소비자들은 소비수요가 급증하면서 그해 5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극심한 몸살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발 물류대란은 전세계로 파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최악의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화주들은 선복과 컨테이너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결과적으로 2021년 한해동안 글로벌 상위선사들은 한해에 과거 10년의 누적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한 Free cash를 확보했다. 선사들은 두둑한 자금을 부채상환, 주주배당, 재투자 혹은 비상시 유보금(rainy fund)중 어느 곳으로 우선 배정할지를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지만 화주, 규제당국, 정치권들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그중에서도 가장 타격이 큰 미국의 공통된 인식은 미국 화주 혹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100% 외국선사로 이루어진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며 정치권을 향해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과거 수십년간 공급과잉으로 인한 운임경쟁으로 근근이 존립을 유지해왔던 선사들이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돌발사태(Black swan이라고도 한다)로 인해 엄청난 부를 얻었지만 선사들의 자의, 타의와 무관하게 이제는 그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될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2) 시동건 농산물 수출단체

문제의 발단은 미국 농산물 단체에서 시작됐다. 과거 미국의 수입 화물에 사용됐던 컨테이너를 아시아로 회송하기 위해 운송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운임으로 수출을 영위해왔던 미국 농산물 업계가 팬데믹 이후 저운임에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미농산물에 배정하는 것보다 아시아발 고운임 화물에 컨테이너를 빨리 제공하기 위해 선사들이 서둘러 회송조치를 하다보니 우선 운임도 운임이지만 컨테이너가 없어 수출길이 막히게 된 것이다.

100여개 농산물 수출회사들로 구성된 연맹(AgTC)은 선사들의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행위가 미국 농산물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행정당국과 정치권을 향해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핵심 요구사항은 외국선사들로 하여금 미국 농산물 수출업체에 대해 차별하지 말 것과 안전에 문제가 없는 한 수출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AgTC에서 시작됐지만 해운선사에 대한 화주 전체의 가장 큰 불만은 과거 자신들이 거의 통제해왔던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팬데믹 이후 이제는 전적으로 선사 특히 3대 얼라이언스의 통제하로 바뀌면서 몇십년동안 유지돼왔던 Shipper's market이 어느 날 갑자기 Carrier's market으로 전환된데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다.

(3) 미해운개혁법 하원 통과

이에 따라 양당 공동으로 작년 여름 발의된 Ocean Shipping Reform Act(OSRA 2021 혹은 하원법)은 작년 12월 하원을 통과, 현재 2월 상원에서 현재 심의중(Senate Bill 3580)이다.

이법의 요지는 불공정한 행위(Unfair and deceptive practice)로부터 미국 화주 보호, 해운사와의 계약제도 변경(Ocean shipping contract의 reform), 화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Harmful practices by overseas carriers) 규제, 이를 위한 관련 부처의 권한강화다.

하원 심의 과정에서 선사들에게 요구한 사항은 Demurrage & Detention(D&D) 제도의 개선, 수출화물의 선적보장이다. 그러나 선적보장은 요구했지만 수출업체가 부담해야 할 운임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즉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운임의 적용대상에서 미국 수출업체들은 예외로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도 협상을 통해 합의된 고운임을 부담하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규제와 별개로 선사들은 농산물 업체들에게 운임 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그에 의거 Service Contract(SC)가 체결된 화물에 대해서는 선적을 보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화물에 대해서는 합리성이나 공정성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권이라 하더라도 해운회사에게 운송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합의에 의해 SC가 성립되지 못할 경우 화주가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은 시장의 실상을 이해하고 운임 협상에 다시 나서거나 아니면 수출 활동을 조정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4) 이례적인 백악관 특별 브리핑

과거 해운정책에 대해 연방정부차원에서 관심을 표한 적이 별로 없었던 미국에서 이례적으로 지난 3월 1일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백악관이 글로벌 선사들의 2021년 실적(operating margin)에 관해 특별 브리핑을 했다. 핵심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3대 얼라이언스를 통해 시장을 과점하며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선사들의 과거 10년간의 운항이익을 공개했다. 요지는 2010년 이후 실적이 -6%에서 +8.2%를 오르내리다가 팬데믹 이후 +56%로 급등했음을 강조하고 다음과 같은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① 3대 얼라이언스가 글로벌 컨테이너선 선복량의 80%(1998~2011에는 30%), 동서 간선항로에서는 95%를 점하고 있다.
② 최근 10년 동안 급격한 통합이 있었으며 특히 팬데믹 기간중에 통합이 많았다.
③ 그리고 나서 선사들은 운임과 수수료 인상을 통해 운송비를 극적 수준으로 인상했다.
④ 운임인상뿐 아니라 미국 기업과 농업을 해쳤다.(hurting American business & farmer)
⑤ 사전 통지 없이 Booking을 취소 혹은 변경했다.
⑥ 예고없는 이런 행위는 미국 기업상품의 적기인도를 불가능하게 했다.(undermine American business' ability to deliver order on time)
⑦ 수시로 미국 수출화물 선적 자체를 거부하곤 했다.
⑧ 결국 미국 농산품의 정상수출이 불가하게 됐다.
⑨ 컨테이너 선사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가 항만 혼잡의 주원인이다.
⑩ 얼라이언스가 미국 화주들의 이해를 해치고 있다.(Ocean carriers alliance so harmful to the interests of US shippers)

(5) 강력한 규제 요구한 바이든 국정연설

예상했던대로 3월 1일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3대 얼라이언스가 미국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Shipping alliance threaten US security and Economy)’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전문기관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러하듯이 국정연설에 포함된 백악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주의 주된 비판대상의 하나인 D&D 제도는 컨테이너 회송을 원활히 하고 사용 효율 제고가 목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 것은 미국 물류 인프라의 취약성과 팬데믹이 유발한 지연과 혼잡 때문이며 지연과 혼잡이 화주, 터미널, 운송선사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런 시장의 사정을 FMC 자신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D&D 해결방안 모색에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3월 팬데믹 초기에만 해도 미국을 위시한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강력한 방역 조치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고 미국의 수입물량도 평소 대비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불과 2개월 후인 5월부터 수입물량은 오히려 20% 급등하면서 결국 예측과 결과사이에 40%라는 커다란 swing이 발생했고 미국의 인프라는 이를 수용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해운계를 탓할 사안 아니라는 것이 해운계의 주장이다.

(6) 규제의 강도를 시사

문제는 미국의 글로벌 해운에 대한 강한 비호감과 이를 규제하려는 법적·행정적 조치의 강도이며 그 강도는 행정명령, 국정연설과 상하 양원의 청문회 과정에서 동원된 거친 발언 수위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① 국정연설 : 얼라이언스가 미국안보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초강경발언에 더해 100% 외국 선사로 결성된 3대 얼라이언스가 해운을 통제하고 있고(control almost all of ocean freight shipping),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가격을 부추기며(give them power to raise price for American business & consumer), 미국 안보와 기업의 경쟁력을 위협( threatening our national security and economic competitiveness)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행동강령에서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의회에서 Ocean shipping의 현안을 집중 논의하고, 법무부(DoJ)와 FMC는 필요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며,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Take steps to lower consumer prices), 공평한 해운 경쟁환경을 조성할 것(Level the playing field in ocean shipping), 얼라이언스에 대한 독점금지법상의 면제혜택을 바꿔야 한다(change).”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선사들이 현행법하에서 독점금지법상의 면제 조항(The immunity of alliance from antitrust under current law)을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이익을 해치는데 이용하지 못하도록(Ocean freight companies cannot take advantage of US business and consumers) 독과점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미국의 양대 독금법인 Sherman Act and Clayton Act의 강력한 집행(strong enforcement)을 법무부와 FMC에 주문한 사실이다.

(7) 상원 청문회 현장

하원법에 대한 상원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국정연설 하루뒤인 3월 2일 개최된 청문회 분위기를 보면 상원의 인식을 유추할 수 있다. 미국 화주 단체들이 제기하는 문제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개별적 사안에 대한 답변보다는 다음과 같은 말로 FMC의 한계를 토로했다.

① FMC 다니엘 마페이(Daniel Maffei) 의장 : 고운임에 대해 FMC는 운임에 대한 통제권 없다(We do not have the authority to regulate rates and to say that rate is to high). 농산물 수출업체 등 중소기업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역부족이다(We can not tell ocean carriers to pay some attention to SMEs). 현안을 통제하기에는 권한이 없다(We need greater power).

② 상원 관련 소위(Senate committee on Commerce, Science and Transportation) 의장마리아 캔트웰(Maria Cantwell) 상원의원) : ①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We can not afford to continue this way). 필요한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반드시 농산물업체 등 SMEs의 현안 해결과 항만 혼잡 등 물류공급망의 지체를 해소하고, 소비자 가격을 낮추도록 노력할 것이다. 즉시 필요한 조치에 착수해달라.

소위 통과에 즈음해 소위 위원장은 원양해운회사들이 2021년에 과도할 정도로 기록적인 이익을 시현했으며 원양해운을 통한 수입 물동량이 올해 1분기에도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물류대란의 현황에 비춰 대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우리 농부들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선사들의 기록적인 이익 실현을 위해 자신들이 착취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며 미국 화물의 수출난 특히 농산물의 선적상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상하 양원의 의지는 분명하다, 상원이 DoJ와 FMC에게 원하는 모든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두 부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2. 찬반 양론

(1) World Shipping Council의 반박

글로벌 정기선사의 대변기구인 WSC는 정치권, 화주 단체, 포워더 단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고운임 시장은 선사들이 아니라 화주들의 자발적 인상으로 현 상황에 이른 것이며 정기선사들도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해 관련 당국과 당사자들 간 정보교환과 대책수립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WSC는 우선 컨테이너선사를 매도(demonize)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미정치권의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다르고(factually incorrect)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일방적인 조치는 글로벌 운송시스템을 뒤바뀌게 할 것이며(upend) 오히려 미국의 수출입업계를 위한 서비스를 축소(reduce)시켜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의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동시에 현재의 혼란은 팬데믹이 초래한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mis-matching)로 인한 것일 뿐 얼라이언스나 VSA(Vessel Sharing Agreement)와는 무관하며 해운계를 향한 법과 규제만으로는 육상 물류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2) 미국 인프라의 문제점

백악관의 행정명령, OSRA 2021, 정부부처와 FMC까지 나서서 외견상으로 보면 미국 정치권이 전방위적으로 나서서 물류대란의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 내용을 보면 과연 이런 방식으로 물류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해운계의 반응이다.

D&D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일 뿐 그 자체가 혼란의 원인이 아닐 뿐 아니라 미국의 물류대란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급등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와 이를 소화할 수 없는 터미널을 포함한 미국 육상 물류 인프라의 취약성 때문이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시장 논리나 상사적 반론과 무관하게 선박과 컨테이너 등 가용 해운자산을 총동원하고 있는 해운계로서는 사실상 더 이상의 마땅한 해소책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3) 바이든 국정연설의 의미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이 표몰이를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향해 애국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강경비판 발언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더구나 그 누군가가 외국기업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해외선주들은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2021년 한해에 1900억 달러의 천문학적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 미국 정치권의 인식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정기선 해운업계의 최대 호황이 화주, regulators and legislators의 비호감과 비판적인 시각을 초래했다.

미국 서안항만 단체(Northwest Seaport Alliance)의 발표에 의하면 2021년 상반기중 미국 농산물의 수출물량은 30% 감소했으며 2021년 5월 이후부터 수출된 선적 물량중(미국기준) 화물을 적재한 loaded container와 empty container의 비율이 급격하게 공컨테이너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바꾸어 말하자면 수출용 농산물에 배정됐어야 할 컨테이너를 고운임의 아시아발 수출화물에 우선배정하기 위해 서둘러 공컨테이너를 아시아로 회송함에 따라 미국 농산물의 수출길이 막히게 된 셈이다.

그 간의 행정명령, 하원법과 상원법의 심의 과정을 살펴보면 미의회의 주요 관심사는 미농산물의 원활한 해외수출이었고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의회에서 논의됐던 하원을 거쳐 상원과 조율된 OSRA 2022, 그리고 해운선사에 대한 ‘독금법 적용제외(antitrust immunity)’ 조치를 내용으로 상원에서 새로 발의된 Ocean Shipping Antitrust Enforcement Act(OSAE 2022)가 신해운법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 화주단체들의 반응

미국 양원의 통합개혁법의 출현이 임박한데 대해 한마디로 환영일색이다.

① 그동안 우리 업계는 고운임, 지연, 계약 위반, 가격조작과 부당이득, 불합리한 각종 수수료, 장비 부족난에 시달려왔으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고 미국 경제회복을 위협했다(American Apparel & Footwear Assn). 해운개혁법을 통해 글로벌 해운계의 공정성을 높이고 원양 공급망(ocean supply chain)이 강화될 것이다.

② 현재 미국의 수출 공급망은 유제품 수출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행정적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농산물과 유제품 수출업계의 현안 해결이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과제가 돼야 한다(National Milk Producers Federation).

③ 1984년 미해운법, 1989년 해운개혁법의 개정을 주도했던 농산물 단체는 OSRA 2022은 40년된 낡은 미해운법을 현대화(long-overdue updates)하는 첫 걸음이다. 늦어도 관련법이 금년 봄(spring)에는 발효되기를 기대한다(Agriculture Transport Coalition).

3. 유럽

(1) EU 경쟁법 동향

유럽판 경쟁법이라 할 수 있는 로마조약(Treaty of Rome, 1986)에 대해 유럽에서도 오래전부터 정기선 해운의 특성을 감안, 조건부로 경쟁법 적용을 면제해왔다. Block Exemption Regulation(BER)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30여년에 걸친 화주들의 끈질긴 로비의 영향으로 2008년 10월 BER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정기선 운임동맹(freight conference)은 해체됐고 그동안 공동운항(consortia)과 Common tariff라는 동맹의 양 날개를 통해 경영안정을 기해왔던 정기선 해운계는 운임동맹의 해체로 공동운항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항로별 공동운항을 허용하는 이른바 Consortia Block Exemption Regulation(CBER)은 1995년 도입돼 매 5년 단위로 재검토를 거쳐 유지(retain), 개정(amend) 혹은 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현 CBER은 2020년 4월 연장된 것으로 이번에는 4년 후인 2024년 4월에 진로가 결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운임동맹 폐지에 앞장서왔던 OECD와 화주단체들은 이번에도 2024년에 CBER을 폐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여기에 유럽화주단체(ESC), GSF(Global Shipper's Forum)등이 참여하고 있다.

(2) 폐지론의 확산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로는 3대 얼라이언스의 시장 지배력, 이로 인한 고객들의 선택제한과 공정한 경쟁저해, 시장왜곡(distortion of market)을 들고 있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CBER의 대전제인 ‘market share 30% 이하’의 조건을 이미 선사들이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논리는 대체적으로 미국과 유사하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 나타난 디지털화로 인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포워더, 화물 브로커 등 Intermediary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Clecat(European Assn for Forwarding, Transport, Logistics & Customs Service), FIATA, 영국 포워더협회까지 가세하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우선 미국의 법개정 조치와 시장조사를 환영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쟁당국들의 동참을 촉구하면서 EU's Competition commissioner(경쟁총국/DG-4) 앞으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해운계에 대한 조사권 발동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Clecat이 EC 위원회에 조사권 발동을 요청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컨테이너선사들의 집중(concentration), 통합(consolidation), 협업(coordination), 카르텔화(cartelisation)의 정도(degree)를 확인하고 운송선사들이 포워딩 분야에 진출하고 있는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② 선사들이 선복관리(capacity management) 전략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취득한 부당이익(profiteering)을 활용해 수직적 통합, 운임인상을 추진하는가 하면 복합운송(door-to-door) 서비스를 조성(organize)하고 있는 Freight forwarder들을 축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선사들의 행위는 결국 화주와 최종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힐 뿐만 아니라 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③ 정기선사들이 결성한 컨소시아에 대해 경쟁법 적용을 일괄 면제하는 CBER의 효과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CBER에 의거 얼라이언스 운영을 허용해 정기선사들의 선복 관리, 수직·수평적 통합, 데이터 통제와 시장 지배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Clecat의 시각이다.

결국 정기선사들의 공동행위에 규제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팬데믹을 기회로 활용, 운임의 상승을 유도했고 그 결과 2021년 한해에 2천억 달러의 이익을 취했으며 그 자금을 활용하여 수직적 통합을 추진하는 등 공정경쟁의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수대형화를 통해 서비스를 축소하고 공급망을 지배해가며 화주(BCO), 중소기업(SMEs)과 포워더들을 차별화하고 운임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일부 얼라이언스의 경우 특정항로에서 market share가 이미 30%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해운에 대한 비호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4년 CBER의 향배가 해운계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4. 전망과 대응

임박한 OSRA 2022와 독금법 관련 OSAE 2022의 발효와 함께 확산되고 있는 해운에 대한 강한 비호감 그리고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을 위주로 한 경쟁당국의 국제적 공조 움직임 등에 비춰 볼 때 미국의 두 법안 발효가 유럽의 CBER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임은 분명하다.

법 집행의 최일선에 서있는 FMC는 해운시장의 관행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 기관이다. WSC의 비판이 나름 근거가 있고 자신들의 힘으로 현재의 물류대란과 고운임 및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또 문제의 근원이 미국 인프라의 취약성과 미국 소비 수요의 변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특약처방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무엇이 될까? 상하 양원, 정치권, 화주 등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만악(萬惡)은 Ocean carrier들의 항로 독과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얼라이언스라는 운항 카르텔의 무력화를 주타깃으로 하고 있다. WSC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이 지배적일지 모르나 때로는 경제논리, 시장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그 빈도와 강도다.

예상할 수 있는 후속 조치는 얼라이언스의 무력화이고 그 방법으로 미국은 기업의 독과점의 정도를 결정하는 경쟁법상의 Herfindahl-Hirschmann Index(HHI)를 개정하는 것이다. 유럽은 Consortia의 market share 기준의 하향조정이 될수도 있다(현 30%→20% 혹은 그 이하).

관건은 2022년에 미국에서 양대 법이 발효되고 후속조치가 이어졌을 경우 초래할 파장이다.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렵겠지만 글로벌 정기선 해운계의 기본구도를 바꾸고 시장의 재편을 초래했던 1984년 미해운법이 초래했던 후폭풍이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1) 1984년 미해운법의 후폭풍(Freight conference)

당시 정기선 해운계의 버팀목이었던 운임동맹은 미국 화주들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역사적으로 반독점적 성향이 강한 미국의 입장에서 선사들이 담합해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하고 화주들에게 부과시키는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운임동맹의 무력화를 강행한 것이 Shipping Act of 1984다.

핵심은 선사들에게 동맹의 명의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화주와 운임을 협정할 수 있는 Independent Action(I/A)의 허용, 화주 단위로 물량과 운임을 협의 결정하는 운송계약(Service contract)의 도입, 품목과 수량에 무관하게 단일 요율을 적용했던 것과 달리 물량과 연계하여 체결할 수 있는 Volume Incentive Program과 함께, FMC에 신고된 S/C의 내용에 따라 타인도 해당 운임의 적용을 요청할수 있는 Mee too 제도의 허용등이다.

결국 이러한 운임동맹제도의 개혁은 사실상 동맹의 무력화, 형해화(形骸化)를 초래하면서 시장은 극심한 운임전쟁의 시대로 휩쓸리게 됐고 결과적으로 1984 해운법 발효후 10년안에 철수 혹은 M&A 등을 통해 태평양 항로에 취항하던 40개사가 20개사로 축소됐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부산항에는 Lykes Lines, Moor McCormack, Bear Lines, American Isbransen, Sea-train, APL, Sea-Land사 소속 선박을 상시 한 두척 정도는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부산은 물론 글로벌 정기항로에서 미국 선대는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미국 원양 정기해운선사는 완전 도퇴 됐다.

아시아 최강의 해운국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1964년 기준 12개 원양정기선사들이 6개사로 재편됐고 곧이어 다시 3개사(NYK, MOL, K-Line)로, 현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1개사(ONE)으로 통합됐다. 해운법의 파장은 태평양은 물론 대서양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P&O group, Furness withy, Blue funnel 등 영국의 간판선사들이 외국해운사로 흡수되거나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그 파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운활동을 대상으로 한 수평적 통폐합이었다면 지금은 해운과 육상 물류를 아우르는 수직적 통합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시장의 재편은 향후 3~5년이 지나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 대응

미해운법 1984와 유럽의 2008년 BER 폐지가 운임동맹(conference)의 해체를 초래했다면 OSRA 2022와 OSAE 2022의 입법, 그리고 2024년 CBER의 향배여하에 따라 예상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얼라이언스의 해체 혹은 무력화다. 결국 미국의 두 법안이 공표되면 곧 바로 시장의 분위기는 운임경쟁으로 전환할 것이며 뒤 따라 EC에서 CBER의 진로가 결정되면 상황은 그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시장은 Regulation→De-regulation→Regulation의 과정이 반복되며 정기선 해운시장은 80년대 이후와 같은 제 2 라운드 회오리속으로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물론 Worst case 시나리오라고 전제를 했지만 실제 유럽계 선두주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차근 차근 방어벽을 쌓고 있다. Global Carrier들의 현재 진행중인 대응방안은 선박의 운항측면과 물류전략의 변화 두가지다.

① 선박운항측면 : 우선 선복량을 일정 수준에서 동결하고 Consortia의 market share를 억제한다. 동-서 Long-haul 보다는 Medium haul 위주의 배선, 선형의 Downsizing 과 함께 Megamax 시대의 Hub-and-spoke에 준하는 Network에서 탈피하여 Direct call을 확대, 타 얼라이언스 선사와의 공동 운항 확대등 Non-alliance 중심의 선복확장으로 전환하등 전체적으로 정해진 market share를 초과하지 않도록 선복량의 증가와 배선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②물류전략의 수정 : 구간운송(segment) 개념에서 복합운송(end-to-end service)으로 전환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 파트너슆을 구축하여, 과거와 같은zero-sum 게임하의 Spot보다는 Contract 고객관계로 전환하는 것으로 결론은 상호 파트너의 요구를 수용하고 Cost 보다는 Value 중심의 파트너슆을 구축하자는 전략이다.

(3) 상황인식과 대비

그동안 두차례에 걸친 행정명령, 해운법개정, 얼라이언스에 독금법 면제조항에 대한 개정 요구, 해외 규제 당국과의 공조등 일련의 흐름에 비춰볼 때 타깃은 3대 얼라이언스다. 해운법에 근거한 FMC의 조사권 발동, Sherman and Clayton Act에 근거한 미 DoJ의 반독점 총국(The Antitrust Division), 공정거래위(Fair Trade Commission), 그리고 물류공급망의 유착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FBI까지 참여하여 One team으로 공조할 경우 그 파장은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법무부가 어느 기업이든 정부의 독금법 위반 조사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으며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한 것은 그 원인 여하와 무관하게 미국화주들의 누적된 불만의 강도에 비춰볼 때 사상최대 흑자를 즐기고 있는 글로벌 정기선 해운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WSC의 반박내용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전에 전개되고 있는 현실이다. 서비스의 질은 바닥수준인데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솓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화주들은 선복과 장비 수배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미국의 농산물은 사실상 수출길이 막혔다. 이러한 혼란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모두 외국의 해운회사들이며 전 세계 화주들의 강력한 불만과 함께 해운계에 대한 강한 비호감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해운계가 ‘시장논리’를 주장하고 있다면 화주와 정치권은 ‘정치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운계가 취하고 있는 모든 조치와 관행이 100% 완벽하고 적법한 행동이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논리가 시장논리를 앞설 경우, 더구나 그 타깃이 해운산업일 경우 그 후 폭풍은 고스라니 해운계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민주, 공화 양당이 공동 발의한 미국의 OSRA 2022와 독급법 적용과 관련된 OSAE 2022의 통과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1984년 미 해운법의 후폭풍은 동-서간선항로는 물론 인트라 아시아등 역내항로도 강타했다.

80년대까지도 부산항에서 한 두척 정도는 상시 볼 수 있었던 미국 정기선사들의 선박이 80년대 이후 부산항은 물론 글로벌 항로에서 완전 자취를 감춘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류 역사에서 보듯이 어느 일방에 대한 호시절(好時節)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공자님도 "人無遠慮, 必有近憂" 라고 했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안에 근심할 일이 생긴다는 의미의 당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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