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호황, 우린 뭘 해야 하나?

한국해운이 해운 초호황 시대를 맞이하여 엄청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본지가 조사한 바로는 지난해 117개 국적 외항선사들의 합계 영업이익이 무려 14조원에 달했고, 당기순이익도 12조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해운 역사상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던 2008년의 실적 보다도 몇배가 증가한 기록적인 수치이다.

우리나라 대표 원양정기선사 HMM 혼자만도 영업이익이 7조 4000억원에 달했다고 하고, 근해항로 선사들 가운데도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는 선사가 나왔다고 하니, 그야말로 컨테이너 정기선의 호황은 상상 이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부정기선사들도 거기에는 못 미치지만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카타르 프로젝트 LNG선 15척의 수송권을 우리 국적선사들이 확보할 것이 유력하다고 하니 앞으로의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 우리 외항해운업계는 다시 찾아온 해운 대호황으로 인해 축제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은 이번의 해운 호황, 특히 정기선부분의 시황 급등은 일반적인 경기순환론에서 얘기하는 호황과는 거리가 있는 호황구조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호황이라기보다는 수요와 공급의 왜곡으로 인한 변이적인 호황이라는 점이 종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수요측면에서는 코로나 만연이라고 하는 비상사태로 인해 ‘집콕 소비’가 폭발하면서 서구를 중심으로 엄청난 소비재 수요가 늘어났고, 공급측면에서는 물류부문에서의 혼란 내지는 不通이 공급을 더욱 압박하면서 희소성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커다란 수급의 불일치를 가져오게 됐다고 본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다시 사라질 때는 함께 사그러드는 운명이므로, 그 시기는 잘 모르나 언젠가는 없어지게 되고, 결국은 다시 평상으로 돌아왔을 때 해운시황은 또 한 번 요동치며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만큼 현재의 이상 상황을 과거의 경기순환론에 준거하여 다가오는 미래를 전망해 보는 것은 헛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믿어왔던 경기순환론은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에 의해 시황 자체가 급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경기순환 주기설을 얘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08년 끝자락에서 시작된 해운 불황은 2021년에 와서야 겨우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지금과 같은 이 호조세가 언제 또다시 꺾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호황의 한 가운데에 와 있음에도 마음 편하게 태평가를 부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호황에 취해 방일한 생각을 가질 것이 아니라, 다가올 불황에도 미리 미리 대비해 나가는 현명함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물론 호황의 한 가운데서 노심초사하여 궁상을 떤다고 하면 비웃음을 받을 만한 일이지만, 여유가 있을 때 有備無患(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미리 미리 대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황은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것 보다 빨리 오고, 호황은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 보다 늦게 온다. 우리들은 지난 경험을 통해 이러한 사실들을 알 수가 있었다. 2008년의 초호황 막바지를 생각해 보면 당시 연초만 해도 적어도 향후 2년까지는 좋은 시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해운시황은 20008년 9월에 리먼브라더스 사건 이후 급격하게 붕괴되고 말았다. 그리고 내리 13년동안을 부진한 경기 속에서 시달려야만 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해서 보면 불황의 시기는 보다 빨리 내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리 미리 대비해 나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본다.

과거와 같은 실패를 우리가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에 했던 일들을 반추하여 그리 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2004년부터 시작된 해운 호황 시기에 우리 국적 외항선사들은 엄청난 외형 확장을 했었다. 타산업, 예를 들어 조선업 같은 데로 진출한 선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집중하는 선종의 선박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외부로부터 용선한 선박을 바로 재용선을 주고도 수십만 달러의 차익이 생기던 시절이었으니 선대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회사는 무한정으로 커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해운시황 하락으로 인해 모두 도산 위기로 몰리게 되고 말았다. 이런 무리한 확장은 당연히 자제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운업이 아닌 다른 쪽으로 재원을 분산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늘어난 국적선사들의 유동성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우리는 물론 그중에 일부는 당연히 그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나 지출 비용 개선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차원에서는 선대구조의 개편이나 영업의 효율화 등을 추진하는 것도 옳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선사들의 유동성을 기반으로 해운산업 발전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거나 공익사업을 위한 재단을 만드는 것 등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선사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해운공제사업을 하기 위한 자금 조성은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겠지만, 사회에 공헌이라는 부분을 내세워 선사에서 갹출하여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생각해 볼일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업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별기업의 경영의 문제를 일률적으로 강제화 하거나 규율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 호황에 국적선사들이 어떤 판단을 하든지 그것은 자유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호황 때 지나치게 자만하여 방만한 경영을 함으로써 실패를 되풀이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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