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원 경영학 박사(한국물류포럼 대표, 전 KMI 기획조정실장)

박태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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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9월에 「글로벌 물류대란, 언제까지 갈 것인가?」 칼럼에서, “어쩌면 올해 대량 발주된 컨테이너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2023년부터는 글로벌 물류대란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선박 공급 과잉으로 인한 해운 불황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물류대란이 진정되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에도 짙은 먹구름이 깃들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 정기선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에 전주보다 81포인트 내린 1698을 기록했다. 19주 연속으로 떨어지면서 올해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최고점인 5109에 비해 무려 67%가 하락했다. 해상운임의 하락 현상이 두드러진 항로는 미주와 유럽이다. 문제는 이러한 해상운임의 하락추세가 언제까지 갈지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의 세계 경제 전망을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징벌적인 금리, 코로나 팬데믹 등이 여전히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IMF는 내년 세계 경제가 지난 7월 예상했던 2.9%보다 낮은 2.7%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미국의 성장률은 1%에 불과하고, 중국도 4.4%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1월 2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포인트 올렸다. 미국은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급등하고, 노동시장의 강세도 지속되었다. 연준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 연이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0%로 높아졌다. 잇따른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국제간의 무역을 위축시키고 운송 수요인 물동량의 정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세계 경기 가늠자’로 통하는 미국의 물류업체인 페덱스의 경영 부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페덱스는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마침내 세계 90여 개 사무소를 폐쇄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페덱스의 매출이 늘면 세계 경기의 활황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많다는 뜻으로 통한다. 그 반대로 매출이 줄어들면 세계 경기가 위축기에 들어갔다고 해석한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사이클이 짧아지고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10년 내외의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교차 되곤 했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경기순환 주기는 서로 다른 수요와 공급의 타이밍에서 발생한다. 세계화의 진전과 글로벌 아웃소싱의 증가로 세계 경제의 틀이 바뀌면서, 경제성장률과 컨테이너 물동량과의 상관관계가 무너지기도 했다. 2002년에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1.9% 하락했으나, 컨테이너 물동량은 오히려 20% 이상 증가했다. 선박은 발주에서 인도까지 2∼3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해상운송 수요와 엇박자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글로벌 해운시장의 예측은 무척이나 어렵다.

최근 2년여 동안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인하여 슈퍼사이클이라고 불리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컨테이너선의 신조 발주량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글로벌 해운회사들이 선대 확장에 나서면서 발주량이 올해 들어 22%가 늘어났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무려 3배나 급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박의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자연히 글로벌 정기선 해운시장에 대한 비관론도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영국의 해운 컨설팅회사인 드류리는 글로벌 해운시장이 컨테이너선의 공급량 증가로 인하여 내년에는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글로벌 해운시장이 2023년과 2024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질러 시황이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HSBC 글로벌리서치 역시 선박량 과잉으로 2023년과 2024년에는 시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은 2023년에 3% 감소하다가 2024년에 2.5% 회복되긴 하지만, 선박량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6.5%, 8%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어디에서도 장밋빛 전망은 찾아볼 수 없다. 내년에는 글로벌 정기선 해운시장이 불황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주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정책이 눈길을 끈다. 해운산업의 위기에 대비해서 1조 원 규모의 위기대응펀드를 포함하여 3조 원 규모의 국적 선사 경영 안전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해운 시황의 분석·대응 고도화와 해운산업의 성장 기반 확충, 그리고 친환경·디지털 전환의 선도체계 등의 전략도 추진하기로 했다.

모처럼 시의적절한 정책이 나왔다. HMM을 비롯한 우리 국적 선사들도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다준 뜻밖의 횡재에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다. 혹독한 불황을 이겨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에도 거뜬히 견딜 수 있는 체질 강화가 급선무다.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 고금리 시대에 먼저 부채부터 줄여야 한다. 글로벌 물류망을 확충하고, 친환경·디지털 전환에도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고 단단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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