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률 45> 도선사의 과실에 대한 선장의 형사 책임도선사가 선박을 조선하다가 제3자의 인명 또는 재산에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선장은 형사상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질 것인가가 문제될 수 있다. 실제로 1994년경 화학제품 운반선이 대산항에 입항하다가 항내의 암초에 선저를 접촉시켜 나프타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유독가스에 인근 주민들이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하였고, 인근 어장의 고기들이 죽어서 어획이 안된다는 이유로 어민들은 선주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사고당시 동 선박은 그 지역 도선사에 의하여 도선되던 중이었고, 도선사는 특이하게 조선한 일은 없었는데, 마침 개항된 지 얼마되지 아니한 대산항에 미처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또 그래서 미리 제거되지 아니한 수중 암초가 있었으며, 선박이 그 수중 암초를 선저로 접촉하였던 것이었다. 이 사건은 오래 전의 일이기는 하나 도선사의 과실에 대하여 선주 또는 선장이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지는가의 문제를 검토하기 위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여 보는 것이다.이 사고로 인하여 선장 및 도선사가 업무상 과실치상죄 등의 협의로 형사 입건되었다. 사실 이 사건은 해도상에도 나타나지 아니하는 수중 암초에 의하여 발생된 사고로서 도선사에게 과실이 있는지 여부조차도 의문이었고, 나아가 가사 도선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장이 형사책임 까지를 질 것인지 여부는 더더욱 확실하지 아니하였다. 즉, 이 사건에서 도선사의 과실에 대한 선장의 형사책임이 문제되었다. 도선법 제18조 제4항은 도선사의 승선 중에도 선장의 안전 운항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동 조항에는 도선사가 승선하고 있어도, 선장은 그 권한을 침해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장이 그 권한을 침해 받지 아니한다는 부분은 현실적으로는 맞지 아니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도선사가 승선하면 선장은 도선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선장 나름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현실이 그러하더라도 규범적으로, 도선사에게 조선상의 명백한 과실이 있음에도 선장이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거나 예방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선장에게 적어도 민사상 책임은 지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는 그렇게 명백한 과실이 있지 아니하였다. 더구나 선장은 새로이 개항된 대산항의 사정에 그다지 밝지도 아니하였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된 사고에 대하여 해양경찰은 민원인의 이해관계 까지를 고려하여서 형사 입건은 물론 도선사 및 선장을 구속하려고 하였다.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형사상 책임을 지우는데 문제가 있음이 인식되었고, 영장 담당 판사는 영장을 기각하기에 이르렀다. 해양경찰은 다시 구속을 시도하였지만, 역시 영장은 기각되었다. 결국 형사 재판에서 판사는 유죄 여부에 대하여 고민을 거듭하다가 선장과 도선사에게 최소한의 금액의 벌금만을 선고하였다.법원이 적어도 선장에게 형사책임을 지운 것은 도선법의 위 조항을 과장 해석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형사책임을 규명 하는 데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 사건에서는 선장에게 형사책임을 지운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민사 책임을 지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전세계적으로 별 이론이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우리 상법에서도 도선사의 과실에 대하여도 선주가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민,형사 책임이 분리되어 있는 근대법체계에서는 맞지 아니하며, 보다 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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