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률/ 49 해난심판과 민사소송(1)해난심판은 “해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절차이며, 해양수산부 소속의 해양안전심판원에 의하여 주관된다. 반면, 민사소송은 해난으로 인하여 발생된 민사상 법률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절차이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해난으로서는 선박충돌이 있으며, 근자에는 이와 함께 선박의 고의 침몰도 문제된다. 우리 법원의 제도로는 별도의 해사법원이 있지 아니하다. 해상사건도 따라서 일반 민사사건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게 된다.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법원에는 많은 사건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특정 사건에 한하여 시간을 할애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연유로 많은 경우 해난의 원인에 관하여 법원은 해난심판원의 결론, 즉 주문을 우선 참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해난심판원에서 선박 충돌의 주된 원인이 “A” 선박이고, “B”는 일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면, 민사재판에서도 과실비율을 산정할 때에 “A” 선박 대 “B” 선박이 7:3 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나온다. 심지어는 최근의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해난심판법”)의 개정으로 해난심판원은 과실비율을 수치적으로 표시할 수도 있게 되었다. 즉, 해난심판법 제4조 제 2항은 “심판원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해양사고의 원인을 규명함에 있어서 해양사고의 발생에 2인 이상이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각 관련자에 대하여 원인의 제공 정도를 밝힐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이에 따라 실제로 인해심-2000-031호의 재결에서 해난심판원은 과실비율에 대하여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과실비율에 관하여 수치적으로 표시하게 되면, 더욱 민사재판은 그 점에 관하여 해난심판에 의존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 대하여는 전문가들에 의하여 수행되는 해난심판절차가 민사소송을 도와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선진 영국, 미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해난심판 절차가 있기는 하나, 주요한 차이는 해난심판원의 최종적인 결론, 즉 의견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법으로 해안경비대(United States Coast Guard, USCG)의 보고서(Report)가 민사, 형사 책임을 확정 짓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명문규정이 있다 (46 C.F.R. 4.07-1 (b)). 이에 따라 USCG Report는 해난사고에 대한 민사, 형사 책임 확정과 관련한 절차에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다(Huber v. United Stated, 838 F. 2d 398 (9th Cir. 1988)). 만일 그러한 보고서가 증거로 인정 받으면, 조사자는 완전하게 솔직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하여 공공의 안전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 해난심판의 운영에 반드시 참작할만한 사항이라고 본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