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난심판과 민사소송(2) 서동희 변호사 지난 회에 언급한 미국의 해안경비대(USCG)의 조사 외에도 미국에는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해난사고에 대하여 조사할 권한이 있다. NTSB는 우리로서는 괌 사고나 이번 김해공항 항공기 추락사고에서 익히 듣던 이름이다. NTSB는 공중, 육상, 해상 사고 모두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있는데, 해상사고에 대하여는 USCG의 조사권과 겹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중대한 해난사고의 경우에 NTSB와 USCG가 공동으로 조사할 권한이 있게 된다. 많은 경우 NTSB가 주도권을 갖고 조사하게 되면, USCG는 양보한다. 바로 이와 같은 NTSB의 조사 결과, 즉 최종의견에 대하여도 USCG의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민사, 형사,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서 제출될 수 없게 되어 있다. 즉 증거능력이 없게 된다. 미국도 이러한 법과 전통을 형성함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효율성(조사결과가 그대로 민, 형사 절차에 넘겨져 그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과 공정성(조사결과와 민형사 분규 해결 절차가 차단되어 조사를 불편 부당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의 두가지 법익에서, 공정성을 중시한 제도이다. 이러한 미국의 전통은 이제 외국으로 그 노우 하우를 수출하는 단계에 와 있다. 최근의 빈번한 항공사고에서 미국의 NTSB는 바로 정확성과 공정성의 대명사로 자리 매겨져 왔다.이에 비하여 우리 해난심판원은 어떠한가 자문하여 본다. 우리 해난심판원은 전원 해기사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 있었던 한 두 가지의 해난심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가지는 선박 충돌사고 이었다. 안개 속에서 예선이 유조 부선을 끌다가 정박중인 다른 선박과 충돌한 사례이었다. 짙은 안개로 인하여 출항이 완전히 금지된 상황에서 출항한 것에 대한 책임이 예선과 부선 선주 양쪽 중 어디에 있느냐가 핵심적인 쟁점이었다. 지방해심에서는 부선이 소속된 회사(상당히 큰 회사이었음)의 사무장이 예선선장(매우 영세한 선주이었음)에게 안개속 출항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부선측의 사무장에게 권고를 내렸고, 예선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재결을 하였다. 그런데 중앙해심에서는 조사의 전과정에서 부선측이 “다소간” 강요하였고, 그로 인하여 출항하였음이 명백한 사안에서, 주문에 예선이 전적으로 잘못하였고, 부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재결을 내렸다. 이후 이 재결은 민사소송에 제출되었다. 부선의 과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 상대선측에서는 당황하였다. 왜냐하면 예선(상대선주는 예선선주를 상대로 소위 공동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중이었다)측 변호사가 중앙해심의 재결서를 민사소송에 제출하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해난사고 규명 기관인 중해심의 재결의 주문상 예선은 무과실이라고 주장하였다. 상대선주측에서는 부득이 중해심 조사 기록 중 중요기록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민사소송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실제로는 민사소송은 진행되지 아니하였다. 양측이 50:50으로 법정외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다. 상대선주는 해당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후, 담당 판사로부터 어떤 말을 듣게 되었다. 그 중해심 재결의 주문이 왜 그러더냐고? 조사 기록으로 보면 양측의 과실이 분명한데, 주문은 조사기록과 맞지 않게 되어 있어서, 주문 내용은 믿지 않으려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의 최고 해난심판 기관이라는 중해심의 재결의 주문이 법원에서 이렇게 취급되는 일은 있어서는 아니 된다. 무엇인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 회에는 중해심에서 최근 내려진 또 하나의 사례를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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