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률/ 선박충돌과 과실비율 (해난심판원의 과실비율 표시 관련)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선박충돌과 관련한 민사상 법률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있어서 과실비율의 산정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에 대하여 그간 법원은 여러가지 증거를 참작하여 과실비율에 관하여 판결을 내려 오고 있었다. 법원이 참작하는 증거자료나 관련 자료 중에서 해양안전심판원(“해심”)의 재결이 으뜸이 되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법원에서 사안에 따라서 해심의 재결이나 관련 자료를 받아서 검토함에 있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있자, 해심으로서는 “과실비율”을 아예 재결서에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고, 급기야 관련 규정의 개정을 통하여 그러한 표시가 가능함을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중해심”)은 처음으로 2003년 초 “하이펑 2021호” 대 “마린피스호” 사이의 충돌사건에 관하여 그 과실비율이 7:3 이라는 재결을 하였다. 아직 이 사건은 법원에서 재판이 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위 과실비율에 관한 중해심의 판단은 법원에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경우 법원이 과실비율에 관하여 해심의 명확한 의견을 들어서 좋은 면이 있지만, 법원으로 하여금 명확한 판단을 소홀히 하게 할 우려가 다분히 있다. 모든 절차가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민사상 분쟁이 해결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그렇지 아니할 때가 종종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하여 관련 당사자가 입는 손해와 불편은 막심한 것이다. 충돌사건에서의 과실비율에 관한 결정이 그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경우 선박충돌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실상 법원이 아닌 해심에서 정하여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선박충돌 사고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그것도 “수치상”으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부당하다고 본다. 해심에 주어진 최고의 임무는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며, 그에 관련된 사고 관련자를 징계하는 일이지 선박충돌사고에 대한 과실비율에 대하여 “수치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해심의 수치상의 의견이 표명된 경우, 법원은 그에 상당히 심하게 기속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해심은 사고의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내는 것으로 족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마치 민사판결 처럼 과실비율을 무리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실 위 충돌사건과 같은 경우에 “수치상의 표시”가 이루어지지 말았어야 할 사안이었다. 하이펑측은 과실비율을 표시하여 달라고 요구하였고, 마린피스측은 그 표시를 하여 주지 말 것을 요구하였으며, 안개 속 충돌로 여타의 많은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이었으므로 하이펑측에게 불리한 표시가 나오는 위 재결을 한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였었다고 본다. 여하튼 해심이 “수치적으로” 과실비율을 표시하게 되는 경우, 그 이후 민사재판에 있어서 바람직하지 아니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게 된다. 여타의 사건에서 법원이 다소 자유로운 판단을 내리는데 크나큰 걸림돌이 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헤아려 해심은 쌍방이 원하는 경우가 아닌 한 과실 비율 표시는 자제하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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