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률 69 – 제한시정(restricted visibility)의 정의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선박충돌과 관련하여, 제한된 시정 (혹은 시계) 상태에서는 소위 횡단선 항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함은 널리 알려진 사항이다. 그 경우에는 1972년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충돌규칙”) Part B, Section III의 제한시정의 항법과 Section I의 모든 시정에서의 항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간혹 “제한 시정 (restricted visibility)”은 어느 정도의 시계상태를 의미하는 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충돌규칙 Rule 3 (l)이 안개, 눈, 폭우 등으로 시정이 제한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정이 제한 시정이 되고, 어느 정도의 시정이 양호한 시정이 되는지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하여는 혹자의 견해로는 현등의 최소 광달 거리인 3 마일이나 혹은 2 마일이 기준이 되어, 그 보다 시정이 더 가까우면 제한시정이 되고, 그 보나 멀면 양호한 시정이 된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실무상 통상적인 기준이나 영국의 판례상으로는 그러한 기준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양 선박이 서로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던 때에는 그 거리가 2마일 이나 3 마일 이내 이더라도 제한 시정의 항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본다. 물론 아래에서 소개되는 영국의 1992년도 “MALOJA II” 사건에 관한 Queen’s Bench Division의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항법을 그렇게 적용하더라도 이미 충돌에 임박한 상태가 되었으므로, 과실 비율 산정 시 무의미하여 지는 경우가 적지 아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MALOJA II” 사건에서의 양 선박의 항적을 그림으로 그려 보면 아래와 같다.이 판결에서 Queen’s Bench Division은 약 0.7 마일 전에 양 선박이 서로 육안으로 볼 수 있었던 때에 적용되는 항법은 제한시정에 적용되는 Rule 19이 아니고, 횡단항법인 Rule 15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시는 2 마일 또는 3 마일을 제한시정의 기준이라고 보는 일부 견해와는 상치되는 것이다. 다만, 위 사안에서 약 0. 7 마일의 거리의 지점(위 항적 그림 중 * 표시 지점)에서 “MALOJA II”가 우전타나 기관정지를 하지 아니하고, 좌전타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 상태는 이미 충돌이 임박한 상태로서 어느 전타를 하든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한 충돌위험에 이르기 전에 이미 양 선박은 같은 정도의 과실을 범하였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양 선박의 과실 비율을 50:50으로 보았다.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제한 시정인가 아닌가에 관하여 양 선박 간의 절대적인 거리가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양 선박이 서로 육안으로 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물론 육안으로 볼 수 있었던 시점이 충돌 시점 기준으로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이 있었느냐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