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양대학교 교수 김인현(선장/법학박사)"송하인의 운송인에 대한 처분권은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인정돼야"

유엔 산하의 운시트랄 (UNCITRAL; 국제사법통일위원회)은 2005년 4월 18일부터 28일까지 제15차 회의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최한다. 회의내용은 먼저 계약자유의 원칙, 관할과 중재, 전자거래 및 운송증권, 처분권, 그리고 권리의 이전에 대한 것이다. 계약자유의 원칙과 관할 및 중재는 지난 2004년 11월의 비엔나회의의 연속된 논의가 될 것이고, 전자거래, 처분권 및 권리의 이전은 2005년 2월에 있었던 런던 원탁회의의 결과를 가지고 토론 될 것이다. 이번 회의를 위하여 해양수산부에서는 자체의 워킹그룹을 구성하여 대책을 수립하여왔고 지난 4월 7일 대책회의를 가진 바있다. 이번 회의는 유엔본부의 신유철 참사관을 단장으로 하여, 법무부의 최준선 교수(성균관 대학교), 대법원의 이태종 부장판사와 함께 한국 대표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지난 제14차 회의(본지 2004.11.29 및 12.13자)에 이어서 이번에도 회의의 의제에 대하여 미리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1. 조약의 적용범위 및 계약자유의 원칙

(1) 제14차 비엔나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의 연속으로서, 본 조약의 적용범위에 대하여 증권접근(documentary approach), 계약종류에 따른 접근(contractual approach) 그리고 정기선비정기선 접근(trade approach)의 세가지가 있을 수있다. 증권 접근법은 현재 해상운송장등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선하증권을 근간으로하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이 채택하고 있는 이것은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함부르크 규칙의 계약종류에 따른 접근법은 부합계약인 것만을 조약의 적용범위로 할 수있고, 정기선부정기선 접근은 정기선운송에서 나타나는 복합운송을 규율할 수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14차 비엔나회의에서 양자를 적절히 조합하여 적용범위를 정하는 제안이 나왔다(WP 44로 됨).

제1조는 정기선과 비정기선에 대한 정의를 두고 제1조에서 운송계약에일단 모두 적용한다는 일반 규정을 둔 다음, 제3조 제1항에서 (a) 용선계약과 대량화물운송 그리고 장기운송계약 (b) 비정기선 운항의 성격을 갖는 계약을 조약의 적용에서 제외한다고 한다. 제2항에서 다시 비정기선 운항에서도 개품운송의 성질을 갖고 선하증권등이 발행되는 계약은 조약의 적용대상으로 한다.

제4조는 제3조 (a)의 대량화물운송 및 장기운송계약에서 파생되는 개별운송은 본 조약의 적용이 됨을 정하고, 제5조는 용선계약이나 비정기선 개품운송에서 선하증권 등이 발행되면 제3자와의 사이에는 본 조약이 적용됨을 정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도출될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선하증권 등의 발행이 전제가 되는 개품운송만을 운송법의 적용대상으로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상태이다. 계약종류에 따른 접근법을 취하면서 어떻게 적절히 정기선중에서도 부합계약의 성질을 갖는 운송계약을 포함시킬 것인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2) 서비스계약(OLSA 대량장기개품운송계약)에 대하여 미국은 개정안(WP 42)을 제출하여 이는 운송인과 대량화주와의 계약으로서 충분한 교섭력이 있는 자들 사이의 것이므로, 독자적인 규정을 두어 당사자 사이에는 임의규정으로 본 조약이 적용되고 제3자 사이에는 그와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조약이 강행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한다는 한다. 이에 대하여 현재 80%에 달하는 이 운송이 조약의 적용범위에서 빠져나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남용의 가능성과 정의규정의 모호성이 비엔나회의에서 제기되었다. 이번 회의에서도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이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 나라에도 서비스 계약이 있다. 여기에서는 운송인의 보호가 문제되지 화주의 보호는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사자 사이는 조약의 강행규정 적용에서 배제되고, 당사자의 약정이 없는 부분은 임의규정으로 하는 원칙에 찬성한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 계약이 운송인이 남용할 여지가 없도록 정의규정을 세련되게 하는 것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서비스계약에서 발행되는 선하증권을 소지하게 되는 제3자에 대하여는 강행적으로 본 조약이 적용되는 것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3) 초안 제88조는 계약자유의 제한이라는 제목하에 전통의 운송인 책임경감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서 운송인만이 책임을 감경하지 못하게 할 것인지(one-way) 아니면 증가도 못하게 할 것인지(two-way), 그리고 운송인, 실행당사자, 송하인 그리고 수하인 등에게도 모두 적용할 것인지(two-way)도 논의 된다. 본 조약은 운송인 뿐만아니라 화주들도 의무를 부담하는 균형잡힌 조약을 구상하고 있으므로 화주측의 의무나 책임의 경감도 허용되어서는 아니되어야 할 것이다. 운송인이 책임을 경감하는 것이 금지되어야 하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운송인이 장기운송계약 등에서 책임제한이나 면책제도의 불적용을 강요받는 경우가 있으므로 운송인의 책임이 증가되는 것도 금하는(two-way) 방식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책회의에서 주장되었다.

2. 전자증권

(1) 전자운송기록의 서면(종이)운송증권과의 동가성 인정(초안 제3조); 조약초안은 선하증권 뿐만아니라 운송장(Seaway Bill)그리고 전자선하증권등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전자거래의 핵심은 서면 선하증권이 갖는 법적 효력을 어떻게 전자선하증권에도 부여할 수있는가 하는 것에 있다. 즉, 서면과 전자데이터의 동가성의 문제이다. 이를 위하여 조약은 제3조에서 서면 증권이 사용되는 경우에 당사자가 합의하면 전자기록이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의 초안은 효력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서 런던 원탁회의 전문가 작업반에서 효력을 부여하는 규정을 추가하였다. 즉, 제3조 a항에 운송인과 송하인이 합의하여 서면에 대신하여 전자기록이 사용될 수있음을 천명하고, b항을 추가하여 "전자운송기록에 대한 발행, 처분 혹은 이전은 운송서면의 발행, 점유 혹은 이전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the issuance, control or transfer on an electronic transport record shall have the same effect as the issuance, possession or transfer of a transport document)"고 하였다. 전자증권의 서면과의 동가성은 중요한 부분이고 이는 분명히 기술하여 법적효력을 부여하여야 하므로 추가문구의 삽입에 동의할 것이다.

(2) 각종 통지와 확인에 전자매체사용 가능(초안 제5조); 조약초안은 화주나 운송인이 각종 통지나 확인을 하여야 법적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구두가 아니라 서면(in writing)으로 할 것을 요구한다. 전자통신의 발달로 국가에 따라서는 전자통신을 서면에 포함시켜 해석하는 국가도 있지만, 아직도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다. 이러한 취지에 맞추어 현재의 초안 제5조를 수정하여, 우선 원칙적으로 서면으로 각종 통지 및 확인을 하여야 한다고 정한 다음, 당사자들이 명시 혹은 묵시적으로 합의하면 전자통신으로도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전자거래의 이용을 전제로 한다면 이런 규정은 당연한 것으로서 전자통신으로도 통지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3. 처분권(Right of Control)

(1) 초안 제53조는 송하인에게 화물의 처리에 대한 지시권을 부여하고자 한다. 첫째, 운송계약을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운송인과 합의할 수있는 권리와 둘째, 운송기간중 운송물에 대하여 처분권자가 운송인에게 4가지 사항(수하인 교체, 운송물의 도착지 이외에서의 인도포함)을 지시할 권리(형성권으로 이해됨)를 말한다. 그 중에서 도착지 이전에 운송물의 인도를 요구할 수있는 권리를 송하인에게 부여하는 것이 쟁점이 되었다. 운송인은 너무 많은 처분권이 허용되면 운항비용이 추가되는 등의 불리함이 있고, 송하인은 작은 변경으로 운송계약을 새로이 체결하여야 하고 운송물의 이동에 비용이 추가된다. 이를 위하여는 합리적인 범위내의 인도지 변경을 허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55조하에서 합리적인 경우에만 처분권의 지시를 따를 의무가 있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처분권자가 보상하여야 하므로 균형이 잡혀있고, 우리 상법에도 입법화(상법 제139조)되어있는 것으로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초안의 입장을 지지한다.

(2) 유통증권이 발행되지 않은 경우 처분권의 종료시점을 초안은 운송물이 도착지에 도착하고 그리고 수하인이 인도를 청구한 경우에 종료한다고 한다(초안 제54조 제1항 d호). 그런데, 런던 원탁회의에서 송하인이 대금의 회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운송인의 의무가 종료되는, 즉, 운송물의 인도가 있을 때까지 송하인이 처분권을 갖도록 하자는 안이 제시되어 논란이 되었다. 새로운 제안에 따르면 운송인의 의무가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우리 상법으로도 운송물이 도착하고 수하인이 인도를 청구한 때에 소멸하였으나(상법 제139조 제2항) 현재 이 조항은 삭제되었고, 수하인이 인도를 청구하면 수하인의 권리가 송하인보다 우선한다고 한다(상법 140조 제2항). 수하인이 인도 청구를 취소한 경우에 이미 종료되었다면 송하인은 처분권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므로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런 경우는 우리 상법의 현재 규정이 오히려 더 탄력적이라고 할 수있다. 송하인의 보호와 운송인의 보호 중 어느 쪽을 택하여야 할 것인지 입법정책의 판단이 남았다.

(3) 처분권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 운송인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초안 제55조 제4항). 그런데, 이 책임이 무과실책임인지 아니면 과실책임인지 그렇다면 책임제한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쟁점이 되었다. 동일한 운송계약에서 발생한 책임이므로 과실책임주의로 하고 책임제한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4. 권리의 이전(Transfer of Rights)

(1) 초안 제59조에는 유통증권이 발행된 경우에 권리의 이전방식으로 지시식, 소지인 출급식, 백지식으로 기명된 자의 지시에 의한 방식의 형태만을 인정하고 이는 본 조약의 적용대상으로 하고, 나머지 사항에 대하여는 초안 제61조에 따라서 국내법에 일임한다. 런던 원탁회의에서 렉타(Recta) 선하증권이나 기타 기명식 선하증권을 국내법에 일임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우리 상법으로는 위의 제59조의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각기 다른 증권에 대하여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국가의 증권을 일률적으로 통일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일반적이지 않은 증권은 조약의 적용에서 배제하고 국내법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2) 초안 제60조 제1항은 은행 등과 같이 운송계약상의 당사자로서 송하인(shipper)이 아닌 자로서 운송증권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운송계약상의 책임을 부담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제60조 제2항은 이들이 권리를 행사한 경우에는 제1 선택으로서 제11장의 처분권자의 책임과 유통증권에 부과되고 확인가능한 책임을 부담하거나 제2 선택으로서 제11장의 처분권자의 책임과, 유통증권에 편입된 경우에 운임, 공적운임, 지체료 그리고 지체배상금에 대한 책임만 부담한다고 한다. 런던 원탁회의에서는 제60조 제1항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었고, 제2항에 대하여 논란이 있었다. 제60조 제1항의 배제된 책임은 우리 법이 모르는 것이지만, 영국에서는 1855년 선하증권법 및 1992년 해상물건운송법등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문제이다. 선하증권을 소지하게 되면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의하여 모든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운송계약상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예컨대, 질권자)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반면에 권리를 행사한 경우에는 운송계약상의 일반적인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5. 재판 관할및 중재

운송법회의는 재판관할 규정을 두어서 특정한 곳에서만 소제기가 가능하도록 하고자 한다. 특히 초안 제72조는 합의관할로 지정한 재판적도 피고의 주영업소, 화물의 수령지, 인도지, 계약 체결지와 함께 선택가능한 하나의 관할으로서 만의 효력을 인정하고자 한다. 이는 함부르크 규칙 제21조가 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의 선박회사의 입장에서는 선하증권상의 합의관할의 효력을 인정받아서 우선적인 재판관할로서 인정받고 싶을 것이나 다수의 국가들은 선하증권의 부합계약의 성질에 주목하여 초안과 같이 하고자 한다. 또한 선박의 압류에 의하여도 재판적 창설을 긍정한다. 미국이 서비스계약과 관련하여 재판관할의 규정에서 적용을 배제하고자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다.

중재에 대하여도 초안 제76조에서 재판관할과 같이 중재관할지를 제한하려고 하지만, 이에 대하여는 중재는 재판과 달리 자유로운 계약이 전제가 되므로 이에 반대하는 국가가 많고 우리 나라도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편이다. 상기의 내용을 가지고 뉴욕에서 운송법회의가 개최된다. 여기에 대한 토의를 마친 다음 2번 정도의 회의를 더 거치면 본 조약 초안은 외교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이번회의를 위하여 지난 2월 런던 원탁회의에 자원을 하여 다녀왔지만, 뉴욕회의는 런던의 IMO 법률위원회와 겹쳐서 후반부에만 참석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회의는 운송인의 책임이 다루어진 지난 13차와 14차 회의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상법 해상편이 모르는 새로운 제도들을 도입하고자 논의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이 회의에 대한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런던/뉴욕으로 떠나기에 앞서 목포해대 연구실에서, 2005.4.14. 김인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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