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해상운송되어 온 화물이 항구에서 양하되면, 많은 경우 해상운송인은 실수입자가 지정하는 영업용 보세창고에 입고하게 된다. 실수입자가 스스로 보세장치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 즉 자가장치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화물은 자가장치장으로 입고될 것이겠지만, 여기서는 전자의 경우만을 보기로 하자. 전자의 경우 해상운송인이 외국해운사인 경우 국내에는 외국해운사를 위하여 화물인도 및 선하증권 회수 등의 업무를 포함하는 선박 입출항 관련의 제반문제를 처리하여 주는 선박대리점이 존재하게 된다. 화물이 도착하면 선박대리점은 선하증권을 회수하고 화물인도지시서(D/O)를 발급하여 주거나, Principal인 운송인의 지시에 따라 화물이 보세운송되어 보세창고에 입고되게 한다. 여기서는 선하증권 원본을 회수하지 아니하고 보세창고에 입고되었다가 보세창고에서 무단 반출까지 된 경우 선박대리점과 보세창고업자의 관계를 살펴 보고자 한다.첫째 보세창고업자가 선박대리점의 인도 의무를 보조하는 입장에 있는가 여부이다. 대법원은 계속된 판결을 통하여 “영업용 보세창고업자가 수입화물의 실수입자와의 임치계약에 의하여 수입화물을 보관하게 되는 경우, 운송인 또는 그 국내 선박대리점의 입장에서는 수입화물이 자신들의 지배를 떠나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은 아니고 보세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논리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 아래에서 대법원은 선박대리점은 보세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화물에 대한 통관절차가 끝날 때까지 수입화물을 보관하고, 적법한 수령인에게 수입화물을 인도하여야 하는 주의의무를 지고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오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서는 선박대리점이 화물의 보세창고입고, 무단반출과정에서 어떠한 적극적 위법행위를 범하였는지를 별로 고려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보세창고업자가 화물을 무단반출하면, 선박대리점은 자동으로 불법행위 책임을 지게 된다 (대법원 2005.1.27. 선고 2004 다 12394 판결). 요컨대 현재의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보세창고업자는 선박대리점의 의무이행을 보조하는 지위에 있게 된다. 한가지 소개할 만한 사항은 최근에 내려진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보세창고업자의 무단반출이 곧 선박대리점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연결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 이 판시 내용은 종래의 판결 경향에 비추어 대법원 판결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로써 선박대리점은 포장당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둘째 민법의 사용자책임의 법리와 관련하여 선박대리점은 사용자이고 보세창고업자는 피용자인 관계가 될 수 있는가 이다. 이에 대하여 선박대리점이 보세창고업자로부터 D/O 없이는 화물을 반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보세창고업자를 지휘, 감독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러한 각서를 받는 등 D/O 징구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정도의 관계는 사용자, 피용자 관계를 형성시킬 수 있는 “지휘, 감독”관계가 되지 아니한다. 달리 말하면 양자의 관계는 독립된 사업자 사이라는 것이며, 결국 보세창고업자는 선박대리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피용자가 되지 아니한다 (위 대법원 판결).결국, 위 두 주체는 화물의 인도 업무에 있어서 보세창고업자는 선박대리점의 의무 이행을 보조하는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민법 사용자 책임과 관련하여서는 피용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소 모순된 듯한 판결이나, 어차피 대법원이 맨 윗부분에서 설명한 법리를 계속 취하여 오고 있으므로, 발생되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