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오래 전 해사법률 53 내지 55로 선박충돌과 불가동손실에 대하여 다루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우리 법원이 선박의 전손(total loss)인 경우에는 불가동손실을 인정하지 아니하였었다. 그래서 필자는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손해배상 문제에 관하여 지나치게 경직되게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피해회복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진다. 이러한 점이 판결이나 입법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작년 즉 2004. 3. 18. 대법원은 종래의 입장을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려서 전손인 경우에도 불가동손실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동 판결에서 “불법행위로 영업용 물건이 멸실된 경우 이를 대체할 다른 물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 동안 그 물건을 이용하여 영업을 계속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휴업손해는 그에 대한 증명이 가능한 한 통상의 손해로서 그 교환가치와는 별도로 배상하여야 하고, 이는 영업용 물건이 일부 손괴된 경우 수리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 동안의 휴업손해와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로써 우리나라에서는 선박이 전손된 경우 불가동손실에 관하여 다른 나라와 차별되는 획기적인 원칙이 세워진 셈이 되었다.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미국은 연방대법원에서 1987. 4. 5. 자로 내려진 “THE UMBRIA” 판결이 아직도 유효한 법으로 내려 오고 있다. 이 판결은 1998. 7. 27. 자 연방루이지애나동부지방법원의 BEAN HORIZEN CORPORATION v. TENNESSEE GAS PIPELINE CO., et al 판결에서도 인용되고 확립된 법 원칙으로 인용되고 있다. “THE UMBRIA”사건에서는 Brown 대법관은 “분손인 경우에 선박이 수리를 위하여 계선되는 짧은 기간 동안의 용선료 손실을 허용하는 부정의(injustice)가 아니다. 그러나 전손인 경우 그러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에 대하여 배상을 받는 것은 선박이 사고 당시 수행하고 있던 당해 항차에 국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만일 선주가 미래의 항해나 용선계약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배상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 계속되는 시간과 관련하여 그 권리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즉, 만일 그 선박에 대하여 수개월 또는 수년간 계속되는 용선계약이 체결되어 있었다면 그러한 용선계약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허용하는 것은 가해 선주에게 실제적으로 대단한 모순(injustice)을 초래하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방 대법원은 아무리 용선계약이 체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그 용선계약이 처음 예상되었던 대로 수행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불확실성이 있는 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익을 손해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법 원칙으로 말한다면 우리의 새로운 대법원 판결과 미국의 법, 즉 THE UMBRIA 판결 등은 완전히 반대의 입장에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일본 법은 필자가 보건대 미국의 법과 동일하며, 영국의 법은 우리의 새로운 대법원 판결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 회에 계속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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