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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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지나치게 간략하여 유효한 중재조항이라고 보아야 할 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를 보도록 하자. 중재합의는 “소권의 배제”이므로, 실제로 그러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매우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할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항은 지나치게 간략하여 무효라고 하여야 하고, 어떤 조항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인지는 그 중재조항이 체결된 상황에 의하여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해당 업계에서 그러한 정도의 중재조항이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면, 법원도 그러한 정도의 중재조항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이에 관하여 “Arbitration to be settled in London”(중재는 런던에서 행하여져야 한다)는 조항은 어떤가? 지나치게 간략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한가? 아니면 그 정도면 중재지가 정하여졌고, 중재지가 영국법이면 절차법 및 실체법은 영국법으로 될 수 있으므로, 유효한 중재합의로 인정될 수 있는가? 이 중재조항에 대하여 영국의 항소원 (Court of Appeal)은 Tritonia Shipping Inc. v South Nelson Forest Product Corporation [1966] 1 Lloyd’s Rep 114 판결에서 동 조항은 “Any dispute under this charter party to be settled by arbitration in London”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시됨으로써 그 유효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Hobbs Padgett & Co. (Reinsurance) Limited v J.C. Kirkland Ltd [1969] 2 Lloyd’s Rep 547 판결에서 항소원의 Salmon 판사는 “Suitable Arbitration Clause” 역시도 유효한 중재조항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례를 보면 영국에서는 웬만한 중재조항을 모두 유효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영국법원의 이러한 해석례가 우리나라 법원의 실무를 기속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그러한 중재조항에 기하여 영국에서 중재판정이 내려지고, 그 중재 판정이 집행되려고 하는 경우 우리법원은 영국법원의 판결례를 참고하여야 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판결례에 나타난 “Arbitration to be settled in London”와 약간 다른 형태의 “Arbitration, if any, to be settled in London”는 어떤가? 이 것 역시 판결례와 마찬가지로 유효한 중재합의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해운업계에서 이 조항을 유효한 중재조항으로 사용하고 있고, 영국법원이 본 문구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늘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중재조항을 작성함에는 broker나 용선계약 당사자는 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논란이 없는 중재조항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의를 해태함으로써 분쟁의 진정한 내용에 대하여는 가 보기 전에 중재조항 가지고 다툼이 있어서 비용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되도록 나름의 중재조항을 두고 사용하든지 아니면 표준중재조항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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