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송인은 운송물 인도책임의 악몽에서 벋어날 수 있을까? -목포해양대학교 교수 김인현(선장/법학박사)

Ⅰ. 서

2005년 11월 28일부터 2주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유엔산하 운시트랄(UNCITRAL)에서 주관하는 운송법회의 제 16차 회의가 있었다. 우리 대표단은 이석주 외무관, 이태종 부장판사, 최준선 교수 그리고 필자로 구성되었다.

이 회의는 현재 통용되고 있는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대체할 목적으로 성안되고 있다. 복합운송 이라는 변화한 운송환경, 운송인의 지위가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되는 장기량 정기 운송계약의 출현, 각국 법의 통일화 등이 조약 변경의 취지이다. CMI가 초안을 작성한 것을 각국 대표단들이 2회독을 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운송인의 책임체제는 작년 14차 비엔나 회의에서, 본 조약의 적용범위는 제 15화 뉴욕회의에서 종결되었고, 이번 회의에서는 관할과 중재조항 그리고 송하인의 의무와 인도의 문제가 다루어 졌다. 2006년 4월 뉴욕회의와 11월의 비엔나 회의를 끝으로 2007년 외교회의에서 조약으로 성안 될 예정이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새로운 조약은 운송인과 송하인간의 권리와 의무, 책임관계를 균형있게 규율하고자 하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근거는 항해과실 면책이 폐지되기로 사실상 결정된 점, 운송인의 감항성 주의의무는 운송중 계속된다는 점, 한편, 송하인도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경감하는 것은 무효로 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 점, 송하인도 운송물의 감항성을 갖추어야 하고, 정보제공의무가 주어지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자는 운송인의 책임이 무거워 지게 하는 한편, 후자는 송하인의 책임도 함께 무거워 지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송하인의 소위 책임중단 약관(CESSER CLAUSE)이 운송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 못한 점, FIO 계약으로 운송인은 자신의 의무를 가볍게 할 수 있게 된 점, 송하인의 운송물에 대한 의무가 부과되고 위험물에 대하여는 엄격책임이 부과된 점 등 이번 회의는 송하인의 의무와 책임이 강화되게 하는 회의 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회의에 참석하기 전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운송인과 운송물에 대한 책임기간과 운송물인도 의무가 현재의 우리법과는 달리 합리적인 새로운 제안이 있어 이것이 현재 운송인의 악몽의 하나인 운송물 불법인도 문제의 일부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결과는 그렇다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Ⅱ. 운송인의 책임기간

운송인의 책임기간은 인도의 문제와 관련하여 운송인의 책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우리 상법은 운송인의 책임기간에 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었지만, 수령에서 인도까지가 운송인의 강행적인 의무가 적용된다. 그리하여 약정으로 선적과 양륙을 운송인의 책임기간으로 정하면 무효가 될 소지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조약은 해상운송이 포함된 복합운송을 규율하므로 수령과 인도를 운송인의 기본적 의무로 하면서도, 단순하게 수령과 인도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되어, 세 가지 방법으로 그 개념을 정의하게 되었다. 첫째는 약정으로 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약정이 없으면 수령에서는 운송인이 운송물을 실제로(물리적으로) 점유하게 되는 시점이 된다. 이에 반하여 인도에서는 운송계약에서 정한 운송구간에서의 마지막 운송수단에서 양륙이 된다. 예컨대 해상운송만 있다면 선박에서의 양륙 시점이 인도가 되게 된다.

이에 대하여 수령에서와 같이 물리적으로 운송물이 수하인에게 넘어가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전자에서는 운송을 위해서는 운송인에게 운송물이 인도되어야 하지만, 후자에서는 수하인이 운송물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여야 하므로 불가피하다는 초안자의 설명도 있었다. 우리 법은 물리적인 점유의 이전을 인도시점으로 본다. 그러므로 우리법과 상층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당사자의 약정과 항구의 관습이 없을 경우에 적용되는 임의 규정이므로,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본다. 초안은 운송인의 책임기간의 시기와 종기를 현실에 맞추어 수령과 인도로 확장하면서도 이를 당사자의 약정을 우선하면서 임의 규정을 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Ⅲ. FIO 약관의 인정

하역비용용선자 부담으로 불리는 이 약관은 항해용선 계약에서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의 용선계약(예컨대, 젠콘서식)에 사용된다. 본 조약은 용선계약은 적용범위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용선계약에 기초하여 선하 증권이 발행되면 운송인과 소지인 사이에는 본 조약이 적용된다. 선하증권에 FIO약관이 정당히 편입되면 운송인의 책임이 조약상 문제가 되므로, 조약은 이를 규율하게 되었다. 그런데 FIO 약관을 비용만 용선자가 부담하고 운송인의 의무에도 영향이 없다고 보는 국가와 이를 운송인의 선적과 양륙의무와 관련되어 운송인의 책임 기간에도 연결 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를 만약 후자로 보면, FIO 약관은 운송인의 선적과 양륙의무를 면하게 하는 것으로 조약 제14조에 의하여 무효가 된다. 실무적으로 FIO약관은 선박 소유자와 용선자 모두에게 유용한 것으로 실무상으로 보편화 되어있다.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하여 조약에서도 제 14조 제1항에서 운송인의 의무는 선적, 적부, 양륙에 대하여는 운송인이 이를 송하인이 계약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초안자는 또한 이것이 운송인의 운송에 대한 책임기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11조 제6항을 두어 선적보다 수령이 늦게 일어나고, 인도가 양륙보다 먼저 일어나는 약정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즉, FIO 약관은 운송인의 책임기간의 시기, 종기와 관계없고, 의무만을 이전하게 하는 것으로 한다. 운송인의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필자는 여기에 찬성한다.

IV. 책임 중단 약관(Cesser clause)의 제한

책임 중단 약관도 역시 용선계약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용선자인 매도인은 선박소유자와의 약정을 통하여, 양륙항에서 체선료등은 수하인에게서 수령하라고 한다. 다만 운송물에 대한 유치권 행사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송하인인 매도인이 책임을 진다고 한다. 그런데, 선박소유자는 양륙항에서 유치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것이 분쟁의 소지가 되어왔다. 이리하여 젠콘서식도 이를 삭제하였고, 책임 중단 약관을 법전에 임의 규정화하여 두었던 우리 상법도 1991년 이를 삭제하였다.

이번 조약 회의를 통하여 책임중단 약관은 송하인이 책임을 면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게 되어 이를 논의하게 되었다. 필자는 책임중단약관의 폐해를 설명하고 이 경우 송하인의 책임이 회피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여, 책임 중단약관이 사용되어도 송하인의 운송인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 다만, 제94조 제2항에서 송하인의 의무와 책임을 감경 혹은 면제하는 규정은 무효가 된다는 규정이 논의 중인데 이것이 존치 되면 동 조항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 되어 삭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입장은 운송인과 송하인의 책임과 의무를 균형있게 맞추려는 대표단들의 조약에 처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예이다.

V. 송하인의 의무

현행 상법이나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서 송하인의 의무라고 하면 운임지급의무와 위험물에 대한 의무 정도만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의 컨테이너화 된 운송은 운송인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화물의 종류도 다양화 되어, 운송인의 일반적인 지식만으로 안전한 운송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도 많이 있다.

그리하여 본 조약은 송하인으로 하여금 우선 (1) 운송물이 안전하게 운송될 수 있는 상태로 운송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다음으로는 (2) 운송물의 (a) 운송상 주의사항, (b) 정부에의 신고 사항등 (c) 화물의 명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한다. (3) 위험화물에는 이에 더하여 위험화물이라는 표시를 하고, 위험물이라는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였다. (1),(2) (a)에 위반한 경우는 과실 책임으로 하고 입증책임을 화주가 지는 것으로 초안이 되었으나, 일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많아 추가논의 되기로 하였다. (2) (b)(c) 에 위반한 경우는 이를 알려주지 않으면 운송인은 그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초안은 무과실책임을 부과하려 하였지만 가혹하다는 주장이 많아 송하인이 고지한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서만 무과실 책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축소 되었다. (3) 에 대하여 전통적인 무과실 책임이 부과 되었지만 위험 화물의 정의가 일반 문장으로 표기되게 되었다.

VI. 운송인의 인도 의무

II,III에 따라 운송인의 운송물에 대한 책임 기간은 확정이 된다. 운송인의 경우에는 인도 의무는 (1) 선하증권등이 발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제 11조에서 정하여진 장소에서 인도하면 종료된다. 수하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송하인 혹은 처분권자에게 지시를 받고, 그 지시를 따라 인도하면 된다. (2)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소지인에게 제11조에서 정하여진 장소에서 운송물을 인도하면 인도 의무는 종료된다. 소지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운송인은 처분권자에게 보고하고, 처분권자는 운송인에게 처분에 대한 지시를 준다.

이들의 지시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하면 선하증권의 상환과 관계없이 운송인의 의무는 종료된다(약간의 소지인 보호수단 있음) (3) 송하인이나 처분권자가 지시를 주지 않은 경우에는 운송인은, 운송물 소유자의 위험과 비용으로 1. 적당한 장소에 보관시키거나 2. 포장을 풀거나 3. 경매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는 통지처에서 혹은 수하인, 처분권자, 송하인에게 운송물이 도착하였음을 합리적인 사전 통지를 한 다음에야 주어진다. (4) 위의 처분에 대하여 송하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운송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경우에만 운송인이 책임을 진다. 우리 상법과 비교하면, 처분권자에게 통지하고 그의 지시를 따르면 운송인의 인도의무는 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약 초안은 처분권자에게는 운송물에 대하여 수하인의 지정을 변경할 권리가 주어졌다. 이것을 근거로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가능하다.

또한 통지처등에 대한 도착통지를 한 경우에도 수하인이 운송물을 찾아가지 않은 이상은 더 이상 운송인이 책임을 부담하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는 합리적인 제도라고 본다. 우리 상법으로도 처분권은 송하인에게 주어지는 것이므로 이런제도의 도입은 가능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런 제도는 우리 상법 제 803조의 문제와 관련되는 것이다. 즉, 수하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수하인을 확지할 수 없는 경우에 운송인의 인도의무의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인도에서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운송물을 인도한 경우에 운송인이 부담하는 책임은 여전히 존속된다.

다만 책임기간이 약정으로 정하여지는 것이므로 창고에 입고된 경우에 그것이 운송인의 책임범위가 아니라 수하인의 책임범위가 되어 창고업자는 수하인의 피용자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질 수 있다고 본다. VII. 결 이외에도 관할과 중재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었다. 재판관할은 기본적으로 운송인이 선하증권을 통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관할을 화주측에게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피고의 주소지 선적지 등에서 4곳에서의 소송만을 인정하던 초안 초기의 입장에서 전속적 관할합의의 인정을 시도하는 것이 제15차 회의와 제16차 회의에서의 입장이다. 이제 운송법회의는 막바지에 이르고있다.

내년 4월의 제17차 뉴욕회의와 11월의 비엔나회의를 마치면 2회독이 종료되고 조약성안을 위한 외교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운송법회의는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의 운송에 있어서 새로운 균형점의 바탕위에서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을 기하는 조약을 만들려고 하는 각국의 노력이 돋보인다. 우리 나라의 해상법 개정에도 많은 시사점을 가져올 조약초안이다. 업계의 관심을 촉구하며, 제16차 회의의 보고에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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