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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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해상보험에서의 seaworthiness(감항성 혹은 감항능력)에 대한 묵시적 담보에 대하여 보기로 하자. 선박보험에 가입한 선주는 보험자와의 특별한 약정이 없더라도 혹은 명시적인 warranty를 두지 않았더라도, 감항성을 유지하여야 할 묵시적인 warranty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달리 말하면 선주는 보험자에 대하여 부보 선박에 대한 감항성을 유지하여야 할 묵시적 의무가 있는가 이다.

이에 대한 영국해상보험법상의 태도를 보기에 앞서서 보험계약의 종류에 대하여 우선 보도록 하자. 보험계약은 보험기간에 의하여 항해보험(voyage policy)과 기간보험(time policy)으로 나눌 수 있다(MIA Section 25(1). 물론 항해보험과 기간보험의 혼합형태도 가능하다. 항해보험이란 장소적으로 어느 곳에서 어느 곳까지의 피보험이익을 담보하는 것으로서, 달리 말하면 일정한 항해 중에 발생될 수 있는 위험을 담보하는 것이며, 기간보험이란 일정한 기간 동안의 피보험이익을 담보하는 것이다.

항해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선주)가 불감항 상태의 선박을 가지고 항해를 개시하면서 보험자에 대하여 해상위험에 대하여 담보하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불합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MIA Section 39(1)은 항해보험에 있어서 해당 선박은 감항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묵시적인 warranty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기간보험에 있어서는 항해보험과 같은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즉, 보험계약의 체결과 항해기간이 일치하지 아니하여 부보개시일 현재 해당 선박이 항해 중일 경우가 있는데, 그 선박에 대하여 항해개시시 또는 부보개시시에 감항성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그 시점에서는 선주도 모르는 사이에 감항성이 결여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감항성의 유지를 요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MIA Section 39(5)은 기간보험에는 감항성에 대한 묵시적 warranty가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상선은 기간보험으로 부보되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말하면 선박보험에 있어서 MIA 상 감항성 유지에 대한 묵시적 warranty가 없다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어떤 부보 선박이 항해 중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일으켜 선박이 심각하게 파손되었는데, 그 원인을 조사하여 보니 해당 선박이 출항시에 이미 감항성이 결여되었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밝혀지더라도, 보험자는 그러한 감항성 결여를 지적하여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예외가 한가지가 있다. 그 불감항성에 대하여 선주가 출항 당시 알고 있었고, 그리고 사고의 원인이 그 불감항성과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보험자는 기간보험인 경우라도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MIA Section 39(5)). 여기서 “안다”는 것은 편의상 그렇게 표현한 것이고, MIA 원문의 표현에 의하면 “with the privity of the assured”이다. 여기서의 “privity”는 영국에서도 고색창연한 표현인 것으로 보여지는 용어로서, 영국 의 대법원장 Lord Denning MR이 정의한 대로 “적극적으로 아는 것 만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해당사실을] 아예 보지 않으려 하는 것(“turning a blind eye”)”을 의미한다(Compania Maritima San Basilio S.A. v Oceanus Mutual Underwriting Association(Bermuda) Ltd, “Eurysthenes”[1976] 2 Lloy’s Rep 171, CA). 이러한 논의는 다소 이론적인 것인데, Lord Denning의 설명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 어떤 사실에 대하여 의심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대하여 아예 알아 보지 않으려 하고, 그리고 조사하려 하지 않으려 하여 그러한 사항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하여 확실하게 알지 못할 때, 그러한 경우에는 그 사람은 그 사실을 안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아예 보지 않으려 한 것(“tuning a blind eye”)은 알지 못한 과실 보다 비난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MIA Section 39(5)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실제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많이 양산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 회에 계속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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