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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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묵시 담보 중에서 논란이 많은 적법성 담보를 보도록 하자. 마약 밀수를 하는 업자에게 사업자금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자, 그러한 계약의 효력이 유효한가? 우리 법의 해석으로는 동기가 표시되어 법률행위의 내용이 되었을 때에는 그 계약의 효력은 무효라는 것이 다수설이다. 이는 그 계약의 목적이 사회적으로 타당하지 아니하고 그 계약의 이행을 보장하여 주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해상보험계약에 있어서 금수품(contraband) 운송을 위한 항해에 선박이 투입된 경우로서 그러한 항해 중에 발생되는 해상위험에 대비하여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러한 해상보험계약은 이행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인가? 일반 계약법에서도 위와 같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이 무효로 되고 있는 상황인데, 보험법 분야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계약 당사자의 최대선의(uberrimae fidei, utmost good faith)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효로 된다는 것은 더욱 명백할 것이다.

해상보험법은 피보험자의 항해(또는 사업)가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유효한 것으로 한다. 즉, 영국 해상보험법(MIA 1906) Section 41은  There is an implied warranty that the adventure insured is a lawful one, and that, so far as the assured can control the matter, the adventure shall be carried out in a lawful manner. 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해상보험에서는 부보 사업(1)이 적법하여야 할 것 또는 피보험자가 지배할 수 있는 한 부보 사업이 적법한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묵시적인 warranty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묵시적 담보인 소위 적법성 담보를 위반한 경우에는 여타의 warranty 위반의 경우의 효과와 마찬가지로 위반즉시 그 시점부터 보험자의 책임은 면제되게 된다.

MIA Section 41의 이 규정은 MIA의 다른 모든 규정의 대부분이 그러한 것처럼 제정시인1906년 까지 내려진 영국법원의 판결례로부터 조문화된 것인데, 특히 Redmond v Smith 판결에서 Tindal 판사는  원 계약이 무효가 되고, 이에 따라 집행 불능이 되었는데, 그 부수 계약이 집행될 수 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위법적인 항해를 담보하는 보험은 유효한 것으로 이행될 수 없다 라고 판시하였는 바(2) 이는 MIA Section 41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어떠한 나라에서 특정 A라는 나라로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규가 있다고 할 경우, 피보험자가 운항하는 선박이 그 무기를 운송하다가 선박에 화재가 발생하여 선박이 전손되었다고 할 경우, 피보험자는 위법한 사업 (즉, 위법한 항해)에 종사한 바 있으므로 종사하기 시작한 시점(즉, 항해개시 시점)에 이미 적법성 warranty를 위반한 것이 되어 선박의 화재로 인하여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의 문제로 들어가서는 해당 사안이 적법성 담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예를 들면 피보험자 A가 선박 V를 선박안전법상의 정기검사를 해태한 채 운항하다가 해상위험으로 선체가 손상을 입었다면 A는 적법성 담보를 위반한 것인가? 피보험자 A가 선박 V를 출항시킬 때 개항질서법에 의하여 출항신고를 하지 않고 출항하였다면 그러한 경우 역시 A는 적법성 담보를 위반한 것인가? 법규의 경중 여하를 떠나 조금의 위반이라도 있으면 적법성 담보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는 다음 회에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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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박보험의 경우에는 부보 항해가 될 것이며, 적하보험의 경우에는 부보 사업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2). E.R. Hardy Ivamy, Marine Insurance, Fourth Edition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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