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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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성 담보를 위반하였는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영국 판결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적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은 MIA 1906가 제정되기 이전에 common law 아래에서 이미 확립된 법이라 할 것인 바, common law 아래에서 내려진 판결로 적법성 담보에 관하여 내려진 판결들은 주로 전쟁 관련 물자를 수출하는 경우에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 내려진 적법성담보에 관한 판결례는 극히 적다. 적하보험과 관련하여 우리 법원이 외국에 수출되는 화물이 관세를 포탈하기 위하여 수출가액(해당 국가 기준으로는 수입가격)을 과소신고한 경우를 적법성 담보 위반으로 본 하급심 판결이 두 개가 보일 정도이다.

어떠한 법규의 위반이 있는 경우 그것이 항해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들어 그에 관련된 보험 역시도 적법성담보 위반이 있는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법규의 위반은 단순한 과태료 부과를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며 적법성담보의 관점에서 항해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만드는 정도까지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E.R. Hardy Ivamy는 문제된 법 규정에서 그 입법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마찬가지이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MIA 1906에 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적법성 담보 위반 여부는 결국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회통념에 비추어 해당 사업(혹은 항해)에 대하여 부보혜택을 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면 적법성 위반이 있다고 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필자는 적법성 담보 위반의 경우는 MIA 1906에 대하여 모르는 피보험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항해가 적법하지 아니하다는 점에 대하여 선장은 알았지만, 선주는 몰랐을 경우에는 적법성담보의 죄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원칙적으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선주가 적법성담보의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선장의 행동이 선주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그리고 선주의 동의 없이 행하여졌음을 입증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선주의 어떠한 행동도 선장의 위법한 행동을 용이하게 하지 않았음을 명백하게 입증하여야 한다.

만일, 위법성이 개재된 사정을 보험자가 사전에 안 경우에도 보험자는 적법성담보를 위반하였다고 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하여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견해가 보인다.(1)그러나 계약 당사자의 최대선의(uberrimae fidei, utmost good faith) 의무는 피보험자에게 적용될 뿐 아니라 보험자에게도 적용되므로 보험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도 보험을 인수하였다가, 후에 적법성담보 위반을 거론하며 면책을 주장하는 것이 합당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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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R. Hardy Ivamy, Marine Insurance Fourth Edition, p.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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