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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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선박보험에 관하여든 적하보험에 관하여든 보험계약이 체결될 때에 해상보험계약의 내용, 즉 해상보험약관의 내용을 설명하여 줄 의무가 있는가? 한편으로는 해상보험거래는 대량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해상보험약관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에게는 해상보험약관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므로 해상보험회사로 하여금 보험계약자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게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이 있기에 이번 회에는 동 판결의 내용을 소개하고, 다음 회에는 필자의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대법원 판결(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1)의 사안에서 문제의 적하인 중국에서 수입하는 냉동 어패류에 대하여 1994. 4. 1.(2) 적하보험계약이 체결되었는데, 이때 운송선박이 아직 지정되어 있지 않았고, 늘 그렇듯이 협회선급약관(Institute Classification Clause)(3)이 특약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일반약관은 영국 런던의 보험자협회(Institute of London Underwriters)가 제정한 약관 중 구 협회적하보험약관(Institute Cargo Clause (F.P.A.))에 의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적하보험증권본문에 포함되어 있는 영국법 준거 약관(4)에 의하여 보험자의 보상책임에 대하여 영국법이 적용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협회선급약관은 그 법적성격이 영국해상보험법(MIA 1906)의 warranty에 해당되므로, 만일 협회선급약관의 규정에 위반한 경우에는 그 즉시 보험자의 책임은 종료되게 되는 상황이었다. 협회선급약관은 영국 런던의 보험자협회가 제정하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서 적하를 운송하는 선박이 갖추어야 할 요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선박이 보험계약체결 당시 확정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특별약관으로 삽입되는 것이 보험실무이며, 어느 선박이든 세계 10 대 선급협회 (K.R. 포함)에 입급되어 있는 선박일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 요건 외에도 선박이 운송에 이용되게 된 경위 및 선령에 따라 추가의 요건이 부과되어 있다.

보험계약체결시 보험회사(보험자)인 제일화재해상보험㈜는 보험계약자인 대영물산㈜에게 협회선급약관의 내용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보험계약 체결이전에 수 차례에 걸쳐 제일화재해상보험㈜와 대영물산㈜는 위 사건과 같은 선박미확정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영물산㈜는 “피닉스 35”호 선박에 화물을 1994. 4. 8. 및 4. 9. 선적한 뒤 중국의 선적항을 출항하여 항해를 하게 되었는데, 항해 중 4. 10. 기관실에 해수가 침입하는 사고로 인하여 선박이 침몰하고 그와 함께 선적되었던 위 화물도 함께 전부 멸실 되었다. 그런데 “피닉스 35”호는 위 보험계약체결 직전인 1994. 3. 23. 한국선급협회(K.R.)에서 탈급되어 사고 시까지 다시 입급되지 아니하였다. 물론 협회선급약관의 다른 요건에도 “피닉스 35”호는 저촉되고 있었다. 즉, 동 선박은 형식적으로 보면 용선된 선박이라고 볼 여지가 있었는데 1974년에 건조된 선박이었으므로 보험계약체결 당시인 1994. 4. 1. 을 기준으로 하면 20년이 된 노후선이었다. 이와 같은 경우 선급에 입급되어 있더라도 위 warranty 위반이 되고 보험자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한다는 동일한 결론이 된다. 또 하나 특이한 사항은 “피닉스 35”호는 대영물산㈜이 자신의 화물을 운송할 목적으로 구매하여 해상운송에 사용하여 왔는데, 다만 소유 명의는 온두라스국에 편의치적하여 두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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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판결이 약관설명의무에 관한 대법원의 유일한 판례이라고 한다. 최종현 교수가 한국해법학회 2006년도 봄철 정기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해상보험에 있어서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 42쪽 참조.

(2) 여기서 문제가 되는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은 1986. 12. 31. 제정되어 곧바로 시행되었으며, 약관설명의무에 관한 규정인 동 법률 제3조는 그 이후의 법률 개정시 아무런 개정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3) 1/1/90  INSTITUTE CLASSIFICATION CLAUSE
THE MARINE TRANSIT RATES AGREED FOR THIS INSURANCE APPLY ONLY TO CARGOES AND/OR INTERESTS CARRIED BY MECHANICALLY SELF-PROPELLED VESSELS OF STEEL CONSTRUCTION, CLASSED AS BELOW BY ONE OF THE FOLLOWING CLASSIFICATION SOCIETIES.
(중략)
PROVIDED SUCH VESSELS ARE
(i) not over 15 years of age, OR
(ii) over 15 years of age but not over 25 years of age and have established an maintained a regular pattern of trading on and advertised schedule to load and unload at specified ports.
CHARTERED VESSELS AND ALSO VESSELS UNDER 1000 G.R.T. WHICH ARE MECHANICALLY SELF-PROPELLED AND OF STEEL CONSTRUCTION MUST BE CLASSED AS ABOVE AND NOT OVER 15 YEARS OF AGE.

(4)“이 보험증권에 포함되어 있거나 또는 이 보험증권에 첨부되는 어떠한 반대되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보험은 일체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하여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의한다(Notwithstanding anything contained herein or attached hereto to the contrary, this insurance is understood and agreed to be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only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 이 조항의 한국어 번역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1998. 7. 14. 선고 96다39707 판결에서 “liability”를 “일체의 전보청구”로 번역한 바 있으나, 그러한 번역 보다는 “일체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최종현 교수도 위 글에서 동일하게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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