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목포해양대학교 교수(선장/법학박사)

김인현 목포해양대학교 교수께서 지난 11월 6일에서 17일까지 비엔나에서 개최된 ‘제 18차 유엔 운시트랄 운송법회의’ 를 다녀오신 후 기고글을 보내주셨다.

본지 독자를 위해 항상 유엔 운시트랄 운송법회의의 참가하시고 그 회의결과를 보내주시고 계신 김인현 교수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보내주신 기고글을 전재한다.-전문-

I. 서

▲ 김인현 교수(사진오른쪽)가 제 18차 운시트랄 운송법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11월 6일에서 17일까지 비엔나에서 있은 운송법회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회의였다. 우선 2회독이 끝나는 회의였기 때문이다. 이 회의는 세계해법학회(CMI)의 전문가들이 초안을 작성한 것을 가지고 각국의 대표들이 모여서 초안을 완성하여가는 과정을 밟고있다. 이번 회의로서 2회독을 마치고 각국은 내년 1년동안 제3회독을 하고 최종안을 운시트랄 총회에 상정하면 여기에서 초안은 조약으로 성안될 예정인 것이다. 

 이번 회의는 오스트리아 대사관의 정강용 1등서기관, 배형원 판사, 대법원의 김필곤 부장판사, 송옥열 서울법대교수 그리고 필자로 구성되었다. 법률가들이 대거 참가하여 대표단에 활력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주었다. 필자는 13회 이후에 계속 참가한 경력으로 좌장격이 되어 더 큰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II. 운송증권

1. 추정적 효력과 간주적 효력

 (1) 현행 상법규정이나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의하면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 선하증권상의 기재내용은 추정적 효력을 가지지만, 운송인과 제3자인선하증권 소지인 사이에는 간주적 효력(conclusive evidence)이 있다(이것을 우리 법은 제3자에게 운송인이 대항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선하증권에 컨테이너가 10개 실렸다고 기재되어있지만, 실제로는 9개 실린 경우에도 운송인은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는 9개가 실린 것을 다른 증거로서도 대항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선하증권의 유통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선하증권의 기재내용을 신뢰하고 선하증권을 취득한 제3자의 입장을 이해하면 이러한 제도의 도입취지를 이해할 수있다. 

 (2) 그런데, 본 조약초안에서는 비유통증권에도 간주적인 효력을 인정하고자 한다. 예컨대, 해상화물운송장(SEAWAY BILL)이 그러한 예이다. 해상화물운송장은 유통성은 없다. 그러나, CMI규칙은 수하인과 운송인 사이에는 간주적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상법과는 다른 입장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유통증권은 아니지만 운송물의 인도를 위하여는 증권의 제시가 필요한 증권에도 간주적인 효력을 부여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지시식 선하증권(straight B/L)이 그러한 예이다.  

 각국은 여러 가지 안을 제시하였다. 어떤 국가들은 유통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서 제3자가 증권에 기재된 내용을 신뢰하고 대금을 지급하였다면 유통성에 관계없이 간주적인 효력이 인정되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다시 다루자고 논의를 마무리하였다. 본 논의는 우리 상법은 유통증권인 선하증권에만 간주적인 효력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있다.

2. 운송인이 불확실한 경우의 처리

 (1) 운송계약에서의 당사자인 운송인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누가 운송인인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것은 선박의 운항이 다양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운송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의 내부적인 지위는 선박소유자일 수도, 나용선자일 수도, 그리고 정기용선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하증권을 소지한 자가 선하증권 문면상 운송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에 누구를 상대로 운송계약상의 청구를 할 것인가? 보통은 선박소유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지만 선박소유자가 피고가 아닌 것으로 되면 이제 제소기간의 경과로 더 이상 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선박소유자도 자신이 운송인이 아님을 소송에서 방어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본 조약초안에서는, 이러한 경우에는 선박소유자가 일응의 운송인으로서 추정되고 다만 선박이 나용선되었거나 다른 운송인을 선박소유자가 입증을 하면 자신의 운송인으로서의 추정은 깨어지게 된다. 나용선자도 동일한 방법으로 자신이 운송인으로서 추정됨을 깨트릴 수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통일성을 기할 수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성이 있다. 예컨대, 선박은 바로 나용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기용선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 정기용선자가 운송인으로서 추정되어야 하고 정기용선자도 동일한 방법으로 운송인으로서의 추정으로부터 벗어날 수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번회의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여 좀더 일반적인 조문화 작업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다른 대표단들도 동의하였다. 

 (2) 운송인 특정약관은 선하증권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으로 본 증권하의 운송인은 선박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운송인 특정약관은 만약 전면에 나타난 운송인이 정기용선자인 경우에는 서로 내용이 충돌하는 결과를 낳는다. 각국은 이에 대하여 각기 다른 입장을 보여왔다. 선장은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으로서 서명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영국에서는 대체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어 선박소유자가 선하증권상의 책임의 주체가 되어왔다. 우리 나라에서는 1991년 폴사도스호 사건의 고등법원의 판결에서 이것이 무효가 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원로들인 이태리의 베린제리교수와 네덜란드의 지엘 교수는 이면의 운송인 특정약관보다 전면의 운송인관련내용이 우선한다는 규정을 두자고 한다. 필자도 이에 찬성이지만, 명문의 규정을 두는 것은 자칫 법원이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용하여왔던 이론적 근거하나를 없애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정기용선자가 도산이 된 경우는 이면의 선박소유자를 운송인으로 인정하여 주면 제3자 보호는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III. 운송인의 책임제한

1. 책임제한액수

 (1) 통상 책임제한액수등 수치로 된 것은 외교회의에서 마지막 단계에서 합의로서 처리된다. 팩키지 딜의 수단으로 손쉽게 이용될 수있기 때문이다.  미국대표는 책임제한은 단순히 운송인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화주를 보호, 특히 소형화주를 보호하는 기능을  함을 역설하였다. 손해배상액과 운임과의 관계를 적절히 형량하여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정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렇지 않으면 배상을 받지 못할 화주들도 배상을 받게 된다는 취지이다. 

 책임제한액수에 대하여는 대체로 두가지 기류가 있었다. 하나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수준으로 하자는 안과, 함부르크 규칙의 정도는 되어야 새로운 조약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은 물론 전자의 입장을 취하였다. 즉, 포장당 666.67SDR과 kg당 2SDR중에서 큰 금액으로 하자는 것이다.  헤이그 비스비 수준을 유지하자는 입장의 지지발언 중에서는 과거에 비하여 컨테이너의 포장의 개수가 많아져서(대포장안에 소포장들이 여러개 있음) 결국 포장당 책임제한산정의 기준인 포장의 수가 늘어나는 결과로 운송인의 포장당책임제한액도 인상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   

 (2) 인도지연에 대한 책임제한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도 화주에게 인도지연의 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맞물려 큰 논란이 되었다. 인도지연에 대하여는 현재 초안은 운송인의 지연손해에서 물질적(직접적)인 손해는 일반손해와 같이 취급되지만, 경제적 손해(부가적 손해)에 대하여는 운임의 1배로 책임이 제한되는 것으로 하고있다. 

 함부르크 규칙에서 정하고있는 운임의 2.5배를 화주국들은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1SDR의 인상만으로도 운송인은 6000TEU의 컨테이너에서는 9백만SDR의 인상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힘을 잃게 되었다.  화주의 인도지연의 문제가 결정될 때에 다시 한번 논의하기로 하였다. 

2. 사고원인불명손해

 (1) 사고원인이 불명인 경우에 책임제한을 어느 법제에 따를 것인가도 중요한 잇슈중의 하나로 논의되어왔다. 이론적으로는 해상운송구간의 법을 적용할 수도 있고 육상운송구간의 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현재 초안은 두가지 강행적인 국제조약 혹은 강행적인 국내법을 서로 비교하여 높은 책임제한액을 적용하는 것으로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명확한 예측가능성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본 조약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괄하여 본 조약을 적용하려고 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있다.
 (2) 우리 상법은 이에 대한 규정은 현재 없지만, 개정안은 원인불명의 경우에는 주운송구간을 법원이 운송거리와 운임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 개정안의 입장은 본 조약초안과도 많이 다른 것으로서, 예측가능성을 가져다 주지 못하기 때문에 수정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IV. 인도지연손해

1. 인도지연의 개념

 본조약에서는 약정한  경우에 약정한 시간보다 늦게 목적지에 도착한 경우에는 인도지연이 있는 것으로 정하였다. 또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도 합리적인 운송인이면 도착하였어야 할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인도지연이 있다고 정하였다. 이는 운송인에서 항상 인도지연이 발생할 수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인도지연에 대한 손해

 인도지연에 대한 손해는 직접손해와 경제적 손해로 나누어진다고 본다. 직접손해는 인도지연으로 인한 바나나의 부패와 같은 경우이고, 경제적 손해는 부속이 늦게 도착함으로써 공장가동이 되지 않아 발생한 손해등이다. 우리 법은 후자의 경우에는 특별손해로서 예견가능하여야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한편 미국은 후자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은 인도지연에 대하여 운송인 및 화주의 경제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모두 없애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화주에 대한 운송인의 경제적인 손해는 고전적이고 반드시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고, 미국이 주장하는 바 일방화주의 잘못으로 운송인이 대형 손해를 제3화주에게 부담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등이 강조되었다. 

 그리하여, 조약에서 경제적 손해에 대한 배상도 모두 두도록 하고, 운송인과 화주가 각각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다수의 의견이 모아졌다. 스웨덴 대표는 화주의 책임제한의 기본 단위를 운임, 무게, 일정한 한도액등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하여 연구하자고 제안하였다. 필자는 이들 단위를 혼합하여 사용하자는 덴마크의 안을 지지하였다. 다음 회의에는 화주의 책임제한액수에 대한 기본 단위가 제시될 전망이다.  

V. 제소기간

1. 제소기간의 개념

 제소기간은 크게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이 있다. 소멸시효가 되면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권리자체가 소급하여 소멸되어버리므로, 상계등을 행사할 수 없어야한다(그러나 우리 민법은 이를 명문으로 허용한다). 그러나, 시효의 중단등의 제도를 둘수 있다. 한편 제척기간이 되면 권리자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상계를 할 수있지만, 시효중단등의 제도가 없다.

대표단들은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제척기간으로하여 법적 안정성을 취하도록 하기 위하여 시효의 중단은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상계권의 행사는 가능하게 하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2. 제소기간

 제소기간을 1년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2년으로 할 것인지, 운송인에 대한 소송의 경우와 화주에 대한 소송의 경우를 동일하게 할 것인지도 잇슈가 되었다. 기존의 헤이그 비스비 규칙과 달리 복합운송이 개입되게 되면 운송인이나 화주를 찾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 2년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었고, 시효중단등을 인정하지 않는 점도 고려하여 운송인에 대한 소송은물론이고 화주에 대한 소송에서도 2년의 제소기간으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제소기간의 연장을 당사자의 합의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일방의 선언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함부르크 규칙과 같이 일방의 선언으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러한 조약 초안의 입장은 우리 상법의 1년의 제척기간과 합의연장허용이라는 내용과는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VI. 결

 기타 관할과 중재에 대한 논의도 회의의 마지막에 언급이 되었지만, 필자가 1주일만 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한 관계로 구체적인 결정사항을 보고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이제 본 회의는 2회독을 마쳤기 때문에 각국은 제3회독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운송인과 화주간의 권리, 의무와 책임에 대한 형량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우리 나라의 학계, 업계, 법조계는 서로 자리를 함께하여 현재까지의 초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다음 우리 나라의 국익을 위하여 추가할 사항이나 삭제할 사항을 결정하여 다음 두 번 남은 19차뉴욕 4월회의와 20차 비엔나 11월 회의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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