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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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TOKYO SENATOR호에 의하여 운송된 식품포장용 필름 2,941 롤 (“이 사건 화물”)이 연기에 오염되고, 열반응에 의하여 변형되어 더 이상 본래의 용도로 사용될 수 없는 사고(“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전량 폐기처분되게 된 것으로서 당사자 관계는 아래 도식과 같다.

 이 사건 사고의 원인에 대하여 심리한 결과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3개의 컨테이너에 적입되어 있었음)과 같은 선창에 선적되었던 다른 화물, 즉 티오우레아 다이옥사이드(Thiourea Dioxide, “이 사건 위험물”)로 인한 것이었다. 즉, 이 사건 위험물은 300개의 드럼에 적입되어 운송되었는데 이 사건 위험물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화물로서 부산항까지 다른 선박에 의하여 운송되어, 부산항에서 TOKYO SENATOR호에 환적 되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위험물은 공기중의 습기와의 결합으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화학적인 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금속과 반응하는 경우에는 그 위험도가 한층 높아 지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화학물질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사고 이후인 1998. 5. IMO의 Maritime Safety Committee는 이 사건 위험물을 IMDG Code의 위험물로 인정하였다. 이 사건 위험물에는 이러한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위험물은 습기 및 금속과 차단을 시켜야 하여야 하였고 폴리에틸렌 라이너(Polyethylene Liner)가 부착된 유리 또는 플라스틱제의 용기로 밀봉하여 포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위험물에는 그러한 포장을 하지 않고, 뚜껑 및 바닥이 금속제로 되어 있었고, 라이너도 없는 드럼에 적입하였고, 컨테이너내에 아무런 버팀목도 없이 300개의 드럼을 적입하였기 때문에 운송도중 이 사건 위험물이 드럼내부에서 서서히 분해가 이루어지다가 운송과정에서 상당수의 드럼이 컨테이너 내부의 빈 공간으로 기울어지거나 쓰러지면서 드럼 밖으로 쏟아져 나와 공기 중의 습기와 결합하면서 폭발적으로 화학반응이 일어나 고열, 열기 및 가스를 분출함으로써 인접하여 적부된 이 사건 화물에 위와 같은 오염 손상을 야기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 대한화재해상보험㈜는 조양상선㈜, 디에스알 세나토라인 지엠비에이치(“세나토라인”) 및 콘티 카피티노 쉬파르츠 지엠비에이치 앤드 씨오 케이지(“콘티 카피티노”)를 피고로 하여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에서는 조양상선㈜ 및 콘티 카피티노에 대하여는 제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소를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하였으며, 세나토라인에 대하여는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하였지만,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이 사건 위험물의 위험성을 중요시하여 세나토라인이 이 사건 화물이나 이 사건 위험물의 취급에 상당한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서울지방법원 1998. 9. 17. 선고 97 가단 79526 판결). 이에 대하여 세나토라인이 항소를 하였는데, 항소심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판단함에 있어서 1심과는 달리 이 사건 위험물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엄밀히는 환적 당시) IMDG Code 상의 위험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고, 이에 따라 세나토라인은 이 사건 위험물을 수령할 때 forwarder로부터 내용물의 상태 및 명세에 대하여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하였다는 사실, 이 사건 위험물이 적입된 컨테이너가 외관상 정상이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여, 세나토라인은 이 사건 화물의 수령, 선적, 적부, 운송, 보관에 관하여 필요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피고 세나토라인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지방법원 1999. 9. 3. 선고 98나59377 판결)

2심의 이와 같은 판결에 대하여 이번에는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는데, 대법원은 “상법 제789조의3 제4항은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 이외의 실제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나 대리인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도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1항은 이 장의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은 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법 제789조의3 제1항에서 말하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에 입증책임의 분배에 관한 상법 제788조 제1항은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운송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청구인이 운송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따라서 실제운송인이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다.”라고 하면서 일단 원심 판결의 이유 설시의 잘못을 지적하였다. 대법원은 그런데 원심과 과실점 판단에 관하여는 같은 맥락에서 원고는 세나토라인에게 원고 주장의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 원고의 세나토라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1) (대법원 2001. 7. 10. 선고 99다58327 판결)

위 대법원로 인하여 우리나라 해상법(1991년도 해상법)에 의하면 실제운송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불법행위법의 전통적인 체제에 따라 그 과실이 있었음을 주장하는 피해자(즉, 원고 또는 Claimant)에게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입증책임 분배의 차이는 그 과실 유무를 밝히기 곤란한 경우에는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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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이나 대법원에서 계약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도 있었고, 그에 대한 판단도 있었으나 이 글의 논의의 대상이 아니므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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