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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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이 피보험자로부터 제3자에게로 양도되면 선박보험계약은 자동 종료된다고 알고 있다. 해상보험법의 상식에 속하는 것인데, 이는 무엇보다도 영국의 런던보험자협회 및 로이즈보험자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협회기간선박보험약관 (Institute Time Clause – Hull, “ITCH”) 제4조 제2항에서 유래된다고 할 수 있다.(1) 

그리고 제4조 제2항의 문언상으로도 선박소유권에 대한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도 (“any change in ownership of the Vessel”) 선박보험계약은 자동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고(2) , 우리나라의 하급심 판결 중에서도 제4조 제2항의 의미에 관하여 “선박의 소유권에 있어서 자의에 의하든 간에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를 이 사건 보험계약의 종료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와 비교하여 소유권에 있어서 다른 상태가 발생하면 그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지, 실질적인 소유권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 규정에 따른 소유권 변경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닌 것”이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어서(3) , 제4조 제2항의 “소유권 변경”은 반드시 실질적으로 소유권이 변경되는 경우만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인지 형식적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선박의 소유권과 관련하여 어떠한 변경이 초래된 경우에 선박보험계약이 자동종료 된다는 점에 대하여 별 의문은 없어 보인다.

물론 “선박의 소유권과 관련한 어떠한 변경”의 외연을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예를 들어서 조업의 편의를 위하여 또는 어업 허가권을 받기 위하여 피보험자와 제3자 사이에 통정허위표시(4) 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선박의 소유권과 관련한 어떠한 변경”에 해당될 것으로 본다. 선박보험계약의 거의 100%는 ITCH를 사용하게 되므로, 어떠한 형식의 선박의 양도가 있으면 선박보험계약이 자동 종료되는가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것으로 될 것이다.

그런데 간혹 ITCH가 선박보험계약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상법의 보험편이 적용될 여지가 있게 된다. 상법의 보험편의 제4절 해상보험 부분에는 선박의 양도 등이 보험계약에 미치는 효과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규정이 있다. 즉, 상법 제703조의 2 제1호의 규정이다. 동 규정은 “선박을 양도할 때”는 보험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보험계약은 종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여기서의 “선박의 양도”는 “중대한 위험의 변경”에 해당되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한다.(5)  즉, 대법원은 “상법 제703조의2는 제1호에서 "선박을 양도할 때"를 자동종료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처럼 선박의 양도를 보험계약의 자동종료사유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선박소유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은 인수 여부의 결정 및 보험료율의 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따라서 소유자의 변경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대한 위험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업허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보험계약상 중대한 위험의 변경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경우를 상법 제703조의2 제1호의 ‘선박을 양도할 때’에 해당한다고 새길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로써 상법 제703조의 2 제1호 소정의 “선박을 양도할 때”는 선박의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이전될 때를 의미하는 것임이 명백하여졌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대법원의 위 판결은 첫째로 상법 제703조의 2의 입법취지와 맞지 않으며, 둘째로 거래의 현실에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상법 제703조의 2를 신설할 때 개정위원들의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100% 명백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판단하건대 거래의 현실을 반영하자는 것, 특히 ITCH 제4조 제2항을 입법화하려 하였던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상법 제703조의 2 제1호를 해석함에 있어서 ITCH 제4조 제2항의 해석론을 충분히 반영하였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ITCH 제4조 제2항의 해석에 있어서 “형식적인 소유권의 변경”도 동 조항 상의 “선박소유권에 대한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 (“any change in ownership of the Vessel”)”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세계의 어느 나라도 조업의 편의를 위하여 통정허위 표시에 의한 선박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또는 어업허가를 위하여 통정허위 표시에 의한 선박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선박 소유권의 변경”에 해당된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6) . 즉, 거래계는 위와 같은 통정허위 표시를 선박 소유권에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로 보고, 보험계약은 자동 종료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대법원이 판시한 위 사항은 하루 속히 변경되거나 상법 제703조의 2의 개정을 통하여 “선박을 양도할 때”를 “선박의 소유권에 변경이 있을 때. 단, 그 변경은 실질적인 변경이든 형식적인 변경이든 묻지 않는다”는 식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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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제4조 제2항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any change, voluntary or otherwise, in the ownership or flag, transfer to new management, or charter on a bareboat basis, or requisition for title or use of the Vessel, provided that, if the Vessel has cargo on board and has already sailed from her loading port or is at sea in ballast, such automatic termination shall if required be deferred, whilst the Vessel continues her planned voyage, until arrival at final port of discharge if with cargo or at port of destination if in ballast. However, in the event of requisition for title or use without the prior execution of a written agreement by the Assured, such automatic termination shall occur fifteen days after such requisition whether the Vessel is at sea or in port.”
  (2)선박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로 한정하고자 하였다면 “transfer of the ownership of the Vessel”이라고 규정되었을 것이다.
(3)서울고등법원 1999. 8. 20. 선고 98나57107 판결 (상고 없이 확정되었음)
  (4)민법 제108조. 갑과 을의 진정한 의사는 매매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이 을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것처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는 통정허위표시로 인정되어 무효로 처리된다.
(5)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 (“SEA OX”호 사건)
(6)김동진(부산고등법원판사), 선박보험계약의 종료사유로서 ‘선박의 양도’의 의미, 손해보험(2005년 10월), 61면 내지 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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