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전화: 02-755-0199)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법”) 제1조는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의 목적을 “해양사고의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해양안전의 확보에 이바지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목적은 첫째는 해양사고의 원인 규명이고, 둘째는 해양안전의 확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의 역할은 “해양사고의 원인 규명”과 “해기사 및 도선사에 대한 징계”의 두 가지가 주된 것이며, 이에 부수하여 해기사 및 도선사 아닌 사람이나 단체로서 해양사고의 원인과 관련된 자에 대한 “시정 또는 개선의 권고 또는 명령”(법 제5조 제3항)과 행정기관에 대한 시정 또는 개선조치의 요청(법 제5조의 2)이 있는 것이다. 권고재결과 시정요청을 제외하고 전 2자만을 놓고 본다면,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은 해양사고의 원인 규명과 해기사 및 도선사에 대한 징계라는 두 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위 두가지 기능이 반드시 같이 수행되어야 할 본질적인 이유는 없다고 보며, 오히려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의 기능은 보다 “해양사고의 원인 규명”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의 생각이다(졸고,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과 관련한 약간의 검토”, 「해상•보험법연구」(2006.8.), 80내지 83면). 한편, 해기사 및 도선사의 징계 부분은 행정처분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하여 대법원에 제기하는 취소의 소는 행정소송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에서 해양사고의 심판절차는 형사소송절차와 구분되어야 하며, 사실인정을 하기 위한 증명의 정도에 대하여도 형사소송절차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고도의 증명도를 요구할 필요는 없으며, 단지 민사소송절차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증명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상게 논문, 같은 면).

그런데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에 의한 해양사고의 심판에는 “권고재결”과 “시정요청”에 대하여도 다루고 있다. 위와 같이 해양사고의 심판의 구조가 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해기사나 도선사가 아닌 사람 또는 단체가 사고의 발생에 원인을 제공하였으면, 그 사람 또는 단체에 대하여는 징계를 내릴 수 없으므로 “권고”를 할 수 있게 함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물론 권고 재결의 경우 그에 따르지 아니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그 법적 구속력에 한계가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기는 하다 (“천학호”의 추진기 손상사고에 대한 대법원2006. 10. 26. 선고 2004 추 58 판결)(1). 한편, 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5조의 2에서 “심판원은 심판원의 결과 해양사고의 방지를 위하여 시정 또는 개선할 사항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해양사고관련자가 아닌 행정기관이나 단체에 대하여 해양사고의 방지를 위한 시정 또는 개선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1999. 2. 5. 개정시 신설된 것인데, 필자가 보건대, 이 규정과 법 제5조 제3항의 관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서 위 “천학호” 사건에서는 부산항 입항 항로 주변에서 준설작업을 하던 준설선이 설치한 소형원통으로 된 닻 부표가 항로 내로 침범하여 입항 선박의 추진기를 접촉•손상시켰었는데, 동 준설선의 선주사인 웅진개발주식회사에 대하여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법 제5조의 2에 의거하여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가 여부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재결의 주문의 형식을 “원고(웅진개발주식회사)에 대하여 [개선을] 요청한다”(2) 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조치는 법 제5조의 2의 시정요청이 아니라 법 제5조 제3항의 권고재결이라고 판단하였다. 필자는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고 본다. 다만, 필자는 이유 부분에서 있어서 견해를 달리하는 점이 있다. 즉, 법 제5조의 2는 개정시 불분명한 내용으로 개정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인데, 법 제5조의 2에 규정된 “행정기관이나 단체”는 법 제5조 제3항 단서에서 권고재결을 할 수 없는 대상으로 규정된 “행정기관”과 동일하게 규정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경우이어야 관련된 부분에 대한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 무난하게 운용되고,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위의 “단체”는 “행정기관”에 버금가는 “단체”에 국한되며 (예를 들면 지방자치단체), 웅진개발주식회사와 같은 영리법인은 제외되어야 하며, 그러한 일반적인 단체나 회사에 대하여 권고재결이든 시정요청이든 불이익을 부과하려면 반드시 해양사고관련자로 지정하여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단체나 회사에 대하여 해양사고관련자로 지정하지 않고 진행한 뒤 재결주문에서 권고재결이든 시정요청을 하는 것은 명백히 불공정한 것이다.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은 권고재결이든 시정요청이든 “시정재결등”이라고 규정하여 이행절차에 있어서는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데(법 제83조 및 제84조), 이행과정인 관보공고, 해양수산부장관에의 보고 및 신문공고는 “시정재결등”을 받은 자의 명예와 신용에 영향을 미치고, 개선조치의 권고를 받은 경우 그 조치한 내용을 수석조사관에게 통보하여야 하며, 그 조치가 미흡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수석조사관으로부터 그 이행을 요구당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해당 단체나 회사의 권리의무를 형성 또는 제한하는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대법원 위 판결), 해당 당사자의 절차 참여권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행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5조의 2 소정의 “행정기관이나 단체”의 규정은 시급히 개정되어 그 범위를 명확하게 하여야 할 것이며, 영리회사와 같이 행정기관과 성격이 전혀 다른 단체에 대하여 법 제5조의 2에 의거하여 개선요청을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
(1) “천학호” 추진기 손상 사건에 대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2004. 2. 24.(중해심제2004.1호)재결에 대하여는 정영효, 세미컨테이너선 천학호 추진기 손상사건, 해양안전(2006년 겨울호), 52면 이하 참조
(2)위 재결의 주문의 실재 기재례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