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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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제750조는 선주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운송주선인(1) 이 열거된 자들의 범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의 문제이다. 동 조항 제1항 제1호는 “용선자, 선박관리인 및 선박운항자”가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 자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76년 해사채권 책임제한에 관한 조약(2) (“조약”) Article 1.2의 “선주라는 용어는 항행선박의 선주, 용선자, 관리인 또는 운항자를 의미한다”(3) 라고 되어 있는 것과 일치하고 있다. 관리인은 management company와 같이 선박의 운항에 필요한 선박의 유지·관리의 업무를 하는 회사인 것으로 보이며, 동 회사가 그 유지·관리를 부실하게 함으로써 제3자에게 손해를 야기하였을 때 동 회사가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하게 하는 취지로 해석되며, 운항자, 즉 operating company은 선주 등의 계산으로 선박을 운영(또는 운항)하여 주는 회사로서, 자기 명의로 운항하는 경우, 제3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질 여지가 있으므로 이러한 종류의 회사에 대하여도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운송주선인(또는 복합운송주선업)이 위에서 본 “선박관리인”이나 “선박운항자”에 해당되지 않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운송주선인이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운송주선인이 상법 제750조나 조약 Article 1.2에서 말하는 용선자에 해당되는지 여부의 문제로 귀착된다. 우리나라 상법의 선주책임제한법 분야의 체계는 대부분 위 조약과 동일하다. 일본은 아예 위 조약에 가입하였고, 일본은 국내법으로 선박의 소유자등의 책임의 제한에 관한 법률(“선주책임제한법”)을 제정하여 두고 있는데, 그 체제는 실체법 부분에 관한 한 위 조약과 동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운송주선인이 선주책임제한권을 원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눈에 띄는 해석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영국이나 일본의 해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조약의 해석에 관하여 권위가 있는 책으로서 인정 받는 The Limitation of Shipowners’ Liability:The New Law, Sweet & Maxwell, 1986, 29 p.에 의하면 “charterer”란 “any type of charterer, i.e. demise, time or voyage”라고 설명하고 있을 뿐이며, 여기의 “charterer”에 개별 화물운송을 의뢰한 forwarder는 이에 포함된다는 언급이 없다. 또한 일본의 책임제한법에 관한 권위있는 해설서인 稻葉威雄∙寺田逸郞 저 “선박의 소유자들의 책임의 제한에 관한 법률의 해설”65쪽에서도 “용선자는 여객∙화물의 운송등을 할 목적으로 선박소유자로부터 선복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임차 받은 자를 말한다”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용선자”는 선박의 선복을 빌린 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운송주선인은 선주로부터 선복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빌린 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만일 선복의 일부를 빌렸다면 그 운송주선인은 선주와 용선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운송주선인은 B/L(즉, Master B/L)을 받는 데에 그친다. 이러한 점에서 운송주선인이나 운송인에게 직접 화물 운송을 의뢰하는 일반 화주와 차이가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선주책임제한의 본래의 입법취지로 돌아 가서 보아도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선주책임제한은 선박의 운항에 관여한 자가 운항에 관여하지 않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하는 경우 일정한 정도로 그 책임을 제한시킴으로써 도산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선박의 운항에 관여하지 않은 자들까지도 단지 해당 사고로 인하여 손해배상청구를 당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제한권을 부여한다면, 그 기금은 그만큼 줄어 들어 선주책임제한제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송주선인이 선박의 운항 그 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아님은 명백하다. 따라서 운송주선인은 상법 제750조 제1호 소정의 “용선자”에 해당되지 아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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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운송주선인은 forwarder, 복합운송주선업자 등 여러 명칭으로 표시될 수 있고, 명칭과 무관하게 상법상의 운송주선인이 될 수도 있고 상법상의 해상운송인 또는 복합운송인이 될 수도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운송주선인은 “운송인”인 경우를 말한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에 대하여는 해사법률 106, 107 참조 바란다.
(2)Convention on Limitation of Liability for Maritime Claims 1976
(3)The term ‘shipowner’ shall mean the owner, charterer, manager or operator of a seagoing 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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