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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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는 적하보험증권에서의 영국법 준거법약관에 대하여 보기로 하자. 적하보험증권에는 영국법 준거법 약관의 형식이 신약관과 구약관이 서로 다르게 되어 있음은 해사법률 제115호에서 본 바 있다. 구약관을 먼저 본다면, 구약관의 경우 증권의 표면에 “Notwithstanding anything contained herein or attached hereto to the contrary, this insurance is understood and agreed to be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only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라는 준거법 약관이 있다. 이와 같이 같은 영국법 준거법 약관이라고 하더라도 선박보험의 준거법 약관과 적하보험의 준거법 약관은 문구에서 차이가 있다. 선박보험의 경우에는 ‘책임’이든 아니면 ‘성립’에 관한 사항이든 해당 선박보험계약과 관련한 모든 사항이 적용대상인데에 비하여, 적하보험의 위 준거법 약관은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로 한정되어 있다.(1)

선박보험에 있어서는 모든 사항에 대하여 영국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하는 협회약관이 이용되어야 하는 현실인데에 비하여 적하보험에 있어서는 영국법을 제한적으로 적용하여도 무방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적하보험의 경우는 선박보험과 달리 거의 대부분 재보험을 국내에서 소화하고, 해외로 출재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굳이 모든 사항에 대하여 영국법을 적용하여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위 약관은 일본에서 사용되는 약관과 문구가 완전히 동일하다.(2) 아마 해상보험업이 우리 보다 발달한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약관의 내용도 도입하였기 때문에 생긴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래 주석에서 소개한 加藤 修 교수는 적하보험의 위 준거법 약관으로 인하여 일본의 적하보험증권이 영국해상보험시스템이 갖는 보편성과 국제성을 가지게 되었고, 전세계 보험계약자가 받아 들일 수 있는 유통성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일체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하여” 영국법이 적용된다고 하여 얼마나 보편성과 국제성이 증진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앞서 개진한 바와 같이 영국법과 동일한 내용의 보험법을 제정하여 그러한 제정내용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적하보험증권에서의 위와 같은 준거법 약관은 우리나라에서 그 효력이 인정되고 있음은 선박보험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3) 적하보험증권의 준거법 조항에서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떠한 사항을 영국법에 의거하여 처리하고 어떠한 사항을 우리나라 법에 의하여 처리하여야 할 것인가의 점이다. 즉, 어떠한 사항이“일체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한” 사항이 되는가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보험증권상의 보험목적물 기재란 에 ‘100 M/T OF FISH’라고 되어 있어서, 이 기재가 최초의 100 톤의 어획물 만이 담보되는 것인지, 아니면 100 톤의 한도에서 보상한다는 의미인지에 대하여 분쟁이 있었던 사안에서 그러한 문제는 보험계약의 성립에 관한 문제이고, 또 보험계약의 성립의 문제는“일체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한 문제”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영국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결국 우리나라 법이 적용된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39707 판결). 이 판결로 인하여 적하보험증권에 있는 위 준거법 약관 아래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새삼 그 사항이“보험금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한 사항”인가 아니면 “그 외의 사항”인가를 정하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를 어떻게 정하여야 하는지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라는 점은 필자가 2001년에 위 판결에 대한 평석에서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4) 이에 대하여 부산고등법원 1997. 11. 7. 선고 95나12393 판결은 ①보험기간 중 보험사고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가, ②그 손해는 전보해주는 손해의 범위에 관한 조항에 따라 보험자가 전보하는 손해인가, ③피보험자 측에게 고지 의무위반, 손해방지의무 위반 등은 없었는가, ④그와 같은 의무위반이 없다면 보험금을 청구하는 자가 과연 정당한 청구권 자인가에 대하여 영국법이 적용된다고 한 바 있고, 이는 일본 동경지방재판소 1977. 5. 30. 판결을 쫓은 것이라고 한다.(5) 이러한 판례는 이 문제에 대한 처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보다 더 많은 선례가 쌓일수록 업무 처리는 그 만큼 정확하여 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같은 적하보험증권이라도 신약관의 경우는 보험증권의 표면에 “Notwithstanding anything contained herein or attached hereto to the contrary, this insurance is understood and agreed to be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only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라는 규정을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ICC (A), (B), (C)의 각 19조에 “This insurance is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의 규정이 삽입되어 있다. 두 규정은 내용이 서로 다르므로 어떠한 조항을 우선 적용할 것인가를 고려하여야 할 것인데, 보험증권의 표면에 있는 조항에 명백하게 “Notwithstanding anything contained herein or attached hereto to the contrary”라는 문구가 있어서, 해당 조항과 내용이 다른 어떠한 조항 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점이 명백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해당 보험계약에는 증권 표면의 위 조항(6)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의 사항에 대하여는 구 약관의 경우와 동일하다. 요컨대, 신약관에 있어서도 “보험금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하여”는 영국법이 적용되며, 그 외의 사항에 대하여는 우리나라 법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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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부분에 대한 번역으로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관해서”로 번역되기도 하고(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39707 판결), “일체의 전보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하여”로 번역되기도 하나 (加藤 修 저 국제화물해상보험실무 3정판, 성산당 서점 98면), 필자는 일본식 용어가 아닌 “일체의 보상청구에 대한 책임 및 결제에 관하여”로 번역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2)加藤 修 위 책 98면
(3)동 조항의 법적성질에 대하여 적촉법지정설에 의한 뒤, 소위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유효성을 인정하거나, 처음부터 실질법을 지정한 것이라고 보든 그 효력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4)졸고, “한국해상보험법에서의 영국법 문제에 대한 처리”, 판례연구 제15집(상), 서울지방변호사회(2001), 74 내지 75면.
(5)한창희, “해상적하보험증권의 영국법 준거조항상 영국법의 적용범위”, 보험법연구3, 삼지원(1999),79면
(6)“Notwithstanding anything contained herein or attached hereto to the contrary, this insurance is understood and agreed to be 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only as to liability for and settlement of any and all clai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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