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부산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세계 운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운시트랄 조약이 이제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본지 독자들을 위해 이번에도 김인현 부산대학교 교수님이 운시트랄 운송법 회의를 다녀오신 후 글을 보내주셨다. 김인현 교수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보내주신 글을 전재한다.

1. 서

▲ 김인현 교수
운시트랄 운송법회의 3회독을 마지막으로 하는 회의를 2007.10.15-10.25까지 비엔나에서 가지게 되었다. 한국 대표단은 대사관의 김병호 공사, 정광용 1등 서기관, 배형원 부장판사, 서울 대학교의 송옥열 교수(법무부 자문), 연세대학교의 최종현 교수(한국해법학회 자문) 그리고 필자(해양수산부 자문)로 구성되었다. 이번 회의로서 전체 초안의 중요부분을 모두 확정짓게 되는 그런 회의로 예상되었다. 아래와 같이 괄호로 남겨진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2. 운송인의 책임제한액

현재 국제운송법과 관련하여 헤이그 비스비 규칙은 666.67SDR/포장, 2SDR/kg 중에서 큰 금액으로, 함부르크 규칙은 835.67SDR과 kg당 2.5SDR으로 되어있고, 또한 유럽의 도로운송조약(CMR)에서는 8SDR/kg으로 하고 있다. 각국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

1주간에 있은 논의에서는 독일, 스웨덴 등 CMR국가(유럽)와 아프리카등 함부르크 국가가 최소 함부르크 규칙 수준을 주장(다수)함에 반하여 미국, 덴마크, 일본, 중국, 한국 등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 수준을 주장하여 합의를 이루지 못하였다(제62조 제1항). 의장이 제2주 월요일에 적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으라는 당부를  하였다.

2주 월요일에 있은 회의에서 미국, 일본, 이태리 등이 함부르크 수준(835SDR, 2.5SDR/kg, 지연손해 운임의 2.5배)으로 하면서 운송인에게 불리한 아래 네가지를 삭제하는 절충안을 팩키지로 제시하였다. (1) 제26조 bis(제26조가 사고가 육상에서 발생하면 국내법이나 조약 중에서 높은 책임제한을 적용하도록 되었으나, 국내법도 적용기준으로 할 것인지는 비준시 각국이 유보하는 내용) (2) 제62조 제2항의 사고구간불명의 경우(높은 책임제한액을 적용할 가능성 있음) (3) 제63조의 지연책임과 책임제한 (도착시간이 합의된 경우에 운송인은 지연책임을 부담함) (4) 제99조의 책임제한개정절차(수년이 지나 책임제한 개정을 할 수 있음). 다수는 합의안을 받아들여 책임제한액을 일단 위와 같이하고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우리 나라는 제99조의 책임제한개정절차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헤이그 비스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공식 입장임을 밝혔다. 합의의 정신에서 헤이그 비스비 수준에서 약간 증액된 내용을 정부에 대표단이 권고할 것을 고려할 수있다고 하였다. 중국은 함부르크가 최고액이라고 하면서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하였다. 

현재 초안이 “운송물에 대한 손해(함부르크 규칙)” 혹은 “운송물에 관련된 손해”라고 되어있지 않고 “본 조약의 의무위반에 의한 손해”에 대하여 운송인은 책임제한을 할 수 있다고 되어있는 바, 이것이 함부르크 규칙보다 운송인의 책임제한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함부르크 규칙과 같이 범위를 축소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운송물 불법인도가 책임제한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무국이 연혁적인 접근을 하여 결과를 알려주기로 하였다. 다시 한번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만약 함부르크 수준이 된다면, 2008년 8월 발효할 신 상법해상편의 내용과 달라지게 된다. 업계와 정부는 항해과실면책이 폐지된 상태에서 다시 증액된 책임제한액을 받아들여야 할 지 결정하여야 하게 되었다. 합의안에 동의하던지 아니면 다른 제안을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3. 수하인의 운송물수령의무와 책임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운송인과 송하인(shipper)이다. 계약당사자가 아닌 수하인이 수령의무가 있는지가 문제된다. 쟁점이 된 것은 무조건으로 수하인에게 수령의무를 부과할 것인지에 있었다. 

논의의 결과, 운송물의 인도 요구 등 운송계약상의 권리를 행사한 경우에만 수하인은 운송물 수령의무가 있게 되었다(제44조).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송하인(shipper)가 아니면서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책임이 없도록 결정되었다(제60조).  이는 은행이 질권자로 증서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나라에는 규정이 없지만 학설로서 인정된 것으로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4. 증권의 발행과 운송물의 인도

(1) 발행통수
유통선하증권은 통상 세통이 발행된다. 운송인은 양륙지에서는 한통만 수령하여 운송물을 인도하면 의무를 면하고 나머지 증권은 무효가 된다.

현재의 규정들은 선하증권소지인에게 몇 통이 발행되었는지를 알 수없게 하여 불측의 손해를 가져오게 하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발행통수가 선하증권에 기재된 경우에만 운송인은 한통만 수령하면 되는 것으로 하였다. 발행수가 기재되지 않은 것은 국내법에서 처리하기로 하였다(제48조 c항). 기존의 법과 달라지는 것은 선하증권에 발행통수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조약상으로는 운송인은 한통의 증권의 수령으로 선하증권과 상환할 의무가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국내법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우리 상법에는 달리 규정되어있으므로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2) 배서금지문구가 있는 선하증권
미국의 straight, 북구의 recta 선하증권 등은 중간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기명식 선하증권으로서 유통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환성이 필요한지가 문제가 되어 각국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상환성이 없지만, 영국에서는 상환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동 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이 동 증권과 상환없이 운송물을 인도하였고 그 다음에 소지인이 나타나면 운송인은 면책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를 통일화하는 방안으로서 상환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선의의 제3자에게 기재된 내용에 대하여 대항할 수없는 간주적인 효력을 인정하게 된다. 증권에 상환성이 기재된 경우만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법률의 규정이 있는 경우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하여 의견은 갈리었다(제47조, 제48조). 다음 회의에서 추가논의 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배서금지문구가 있는 선하증권을 말한다. 이의 상환성에 대한 규정이 없고 학설이 서로 갈린다. 조약의 입장은 학설대립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법상 일반적인 기명식 증권은 본 조약에서는 유통증권으로 분류된다. 

5. 미인도 화물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감경

운송물의 수령을 수하인이 지체하는 경우 운송인은 선하증권상 상환의무가 있기 때문에 인도에 있어서 어려움에 처한다. 이러한 실무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특별한 조항을 제49조와 제50조에 추가하였다. 수하인이 운송물의 수령을 지체하는 경우 미인도 화물로 간주되어 운송인의 책임이 경감되고(제50조), 운송인은 처분권자에게 통지하고 통지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하면 유통증권의 소지인에 대하여 책임을 면한다(제49조).

제49조는 지시에 따른 인도이후에 증권을 취득하는 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운송인이 처분권자에게 통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의 지시를 따를 의무를 부과하면서 지시를 따른 다음에 제3의 선하증권소지인이 나타나 2중으로 인도를 하여야 할 위험을 그대로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따라서 운송인은 처분권자의 지시에 따른 경우에 손해를 입으면 구상청구를 처분권자에게 구할 수있고, 보증장을 받을 권리가 주어지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보증장을 주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운송물은 미인도화물로 분류된다. 이는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공동제안의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상법에는 없는 규정으로 운송물 미인도에 대한 처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보증장 제도는 관행을 법정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6 관할과 중재

(1) 관할
선하증권에 합의관할을 두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동 합의관할법원은 화주측이 선택할 수있는 하나의 법정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는 미국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미국은 Sky Reefer사건(선하증권상 일본 중재관할 약정이 인정됨)이후 미국은 자국의 관할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를 부인하는 입법을 추진하였고, 동 조약에서도 선하증권의 관할합의는 선의의 제3자는 그 내용을 모르고 증권을 취득하여 불리하므로 전속적 합의관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자 하였다. 한편, 당사자 사이에 협상력이 대등한 대량장기정기화물운송(volume contract)의 경우에는 전속적 합의관할을 인정하도록 하였다.  이에 덴마크등 선주국가의 강한 반대에 따라 업계에서 인정되는 합의관할의 효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 국가가 관할조항에 대하여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2006년 4월 제18차 회의에서 합의된 바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조약에 가입하면서 혹은 그 이후에도 합의관할에 대한 조항을 선택하여 넣을 수 있는(opt-in)규정이 선택되었다. 따라서 선주국가들은 조약을 그대로 비준하면 관할규정을 선택하지 않으면, 관할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고 전속적 합의관할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법에서 관할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만 가지고 있고 해상운송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정부의 판단에 따라 관할조항을 추가할 수도 있고 적용을 받지 않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가지게 되었다.

(2) 중재
중재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 방안과 강제관할 규정을 피하여 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양자를 모두 고려하는 최소한의 규정을 두기로 하였다. 결국 용선계약 등 비정기선운항에서는 자유를 부여하고 정기선의 경우에는 규제를 하기로 하여 관할조항과 유사한 것을 두기로 제18차 회의에서 결정한 바있다. 
본 회의에서는 관할과 같이 각국은 비준시 중재조항을 선택하여 추가하기로 하였다.

7. 다른 조약과의 관계

본 조약안은 해상운송 뿐만 아니라 해상운송에 다른 육상운송수단 등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기존의 헤이그 규칙이나  함부르크 규칙과 다르다. 그런데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바르샤바 항공운송조약, 도로운송조약(CMR)등과의 충돌이 문제된다. 사고구간이 분명히 밝혀진 경우에는 그 구간에 적용되는 강행적인 조약에 따르기로 하여 소위 네트워크 방식을 취하였다(제26조).

그런데, CMR 등에서 복합운송의 성질을 갖는 것에 대하여 자신을 적용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어서 문제가 되었다. 육상운송을 하던 트럭이 페리보트에 실려서 운송되는 경우는 CMR에서 CMR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를 본 조약의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부다페스트 내륙하천(inland waterway) 조약에서도 이런 규정이 있어서 순전히 내륙하천과 육상운송을 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의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 나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8. 다른 절차적 문제

발효요건에 대하여 각국은 30개국에서 5개국까지 주장하였다. 발효요건은, 조약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국가는 낮은 수의 국가의 비준을 희망할 것이고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국가는 높은 수의 국가의 비준을 희망하게 되었다. 20개국에서 10개국으로 두가지를 가지고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우리 나라는 중간정도인 20개국을 지지하였다. 미국, 덴마크, 일본, 싱가폴은 5-10개국을 지지하였다.  

일정한 국가가 희망하면 포장당 책임제한액을 인상 혹은 인하할 수있는 간편한 제도인 제99조의 책임제한액 개정절차에 대하여는 미국이 삭제를 주장하여 팩키지에 포함되게 되었지만, 캐나다, 독일, 한국 등이 좋은 제도로 평가하여 각주로 중요성을 강조하기로 하였다.

9. 결

제21차 회의가 2008년 1월 14일부터 2주간 제4회독이 있다. 이 마지막 제21차 회의에서 확정된 초안은 각국 정부에 회람되고, 2008년 6월에 뉴욕에서 개최되는 운시트랄 총회에서 사실상 조약으로 마무리 된다. 그리고 11월의 유엔총회에서 6분과에서 조약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각계 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초안전반에 대한 내용을 검토하고 정부의 입장을 정하여 제4회독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팩키지로 제안된 안이 통과된다면, 항해과실이 폐지되고 책임제한액이 함부르크 규칙 수준으로 증액이 된다. 이것만 보아서는 2007년 개정 상법에 비하여 운송인에게 상당히 불리하고 화주에게 유리한 조약이 된다. 그런데, 운송물의 미인도시의 처리가 운송인에게 유리하게 된 점, 복합운송에서 사고구간이 불확실한 경우에 운송법조약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 화주의 의무도 강화된 점등에서 운송인에게 유리한 점이 있으므로 서로 균형을 잡은 조약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운송형태을 반영한 규범으로서 운송인이나 화주 모두 예측가능성을 가질 수있고 따라서 상거래의 원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조약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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