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법대 김인현 교수

로스쿨 해운계 출신 변호사 양산체제로 활용해야

▲ 김인현 부산대 법대 교수
I. 서
오랜 논란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가 도입된다. 필자는 현재 부산대학교 법과대학에서 해운특화 로스쿨의 주임을 맡아서 여러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

필자는 또 해운인이기 때문에 해운특화와 해운계가 어떻게 상호보완 관계에 놓일 수 있는지 오랫동안 생각하여온 바도 있다. 이제 곧 첫 관문인 리트(LEET)시험이 8월로 다가왔다.

많은 분들의 문의도 있고 하여 로스쿨 제도 및 필자가 몸담고 있는 부산대학교 로스쿨에 대하여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II. 새로운 제도의 특징
새로운 법조인 양성제도는 현재의 법학교육 및 사법시험제도와 여러 점에서 다르다. 우선 로스쿨을 졸업한 자에게만 시험의 응시기회가 주어진다.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누구나가 사법시험을 거쳐서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둘째, 로스쿨을 졸업하면 사법연수원에서 2년 교육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변호사가 될 수 있다. 현재는 사법시험을 합격하고서 2년의 연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셋째, 로스쿨은 전국 20개 대학에 설치되어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제한되었다. 이것은 현재 모든 법과대학에서 법학교육을 시키는 제도와 달라진 점이다.

넷째,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비법학도에게도 문을 열어두었다. 비법학도가 30%이상 반드시 선발되어야 한다. 로스쿨이 설치되는 대학에는 학부과정에서 법학과가 폐지된다. 그렇지 않은 대학은 법과대학이 존재한다. 따라서 장차 로스쿨에는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자와 다른 학부출신들이 공존하게 된다. 

다섯째, 전문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각 대학마다 특화하는 전공을 두게 되었다. 이것은 현재 일반적인 모든 법학과목을 전공하는 학부의 과정과 다르다. 

III. 우리나라 해운 법률시장 현황
그간 우리나라는 해운이 세계 6위 규모, 조선이 세계 1위 규모, 무역이 10위 규모로 경제력이 외형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해운을 뒷받침하는 해운 법률문화는 이러한 성장과 함께 발전하지 못하여왔다. 이러한 더딘 발전은 해운과 관련하여 영국법이 강한 전통을 가지고 있고, 보험도 영국법을 위주로 관행화 되어왔던 점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또한 해운의 국제적인 성격상 외국인들이 해운시장에 개입되기 때문에 중립적인 영국법이 선호되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1970년대 해양대학을 졸업한 송정관 변호사가 해상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면서 그 신기원을 열었다. 여전히 영국의 변호사에 의존하던 한국의 해운관련 법률시장은 유록상, 채이식 변호사를 비롯하여 김&장, 한미 등 대형 로펌의 해상변호사들이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업무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하였다. 해상법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법학교수진들은 1970년대부터 배병태, 임동철, 박용섭 교수 등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해기사들을 한 축으로 서돈각, 손주찬, 송상현 등 일반 법학출신 교수들을 또 다른 축으로 하여 독자적인 해상법학을 이 땅에 정착하게 하였다. 

이러한 일세대 변호사와 학자들이 등장한지 30년이 지나 2세대가 활동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 해상법 교수와 해상변호사의 규모는 해운산업의 확장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해상법(혹은 해사법) 교수의 숫자도 10명 남짓으로 정체상태이다. 해상변호사의 숫자도 또한 30~40명 선에서 정체상태이다. 대형 로펌에서 조차 해상변호사는 첨단을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충원이 어려운 실정이 되었다.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국으로 향하는 해운시장의 법률 수요를 차단하고 한국에 정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해운산업의 확장과 조선 산업의 발전은 법률수요의 확대를 가져올 것임에도 해상변호사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고 해상법 교수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법률 수요가 영국계 변호사의 힘에 의존을 한다든지 아니면 수요가 잠재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운에서 발생하는 법률수요를 한국에서 일정한 비율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우리 해운관련 법문화의 수준이 일층 업그레이드되어 수요자들이 한국법정을 선호하게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법정이 선호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i)양질의 우수한 해상변호사가 배출되어야 한다. (ii)우리나라의 해상사건관련 법원의 판결과 중재판정의 내용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iii)이러한 한국법의 내용이 잘 정리되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 (iv) 업계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로 한국법정을 선호하여 주어야 한다. 부연 설명하자면, 양질의 해상변호사에는 적절한 비율의 해기사 출신 혹은 해운업계 출신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해상사건은 특수한 해상의 사실관계를 잘 알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질의 해상변호사가 변호사가 되어 우수한 판사와 같이 좋은 판결을 이끌어내고, 법학교수나 연구원들이 좋은 논문을 작성하고 우리나라의 판례를 정리하고 외국에 소개하면서 한국 법정의 우수성과 안정성을 한국 시장은 물론 외국 시장에도 알려야 한다. 업계에서도 영국 일변도의 법률문화에서 우리나라에서 처리가 가능한 것은 한국에서 처리되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필자는 위와 같은 생각을 오랫동안 하여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0년경부터 한국 P&I 클럽이 생겨서 법률 보험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채이식 교수와 같은 해상법 학자가 국제해사기구의 법률위원회 의장이 되어 한국해상법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IV. 해운특화 로스쿨 입학과 교육
이러한 찰나에 마침 2009년부터는 로스쿨이 출범하게 되었고 나아가 해운과 물류에도 특화하는 로스쿨이 생겨났다. 부산대학교와 인하대학교는 금융, 해운통상과 물류에 각각 특성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부산대학교의 해운통상 특화는 해상변호사 배출을 목표로 한다(전체 정원에서 몇 명이 특화과정의 학생이 되는 지는 정한 바가 없다). 이외에도 국제거래를 특화하는 학교도 있기 때문에 몇몇 학교에서도 해상변호사가 배출될 것으로 생각된다(반드시 해운특화 로스쿨에서만 해상변호사가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특화 학교에서는 그 분야를 더 강조하여 교육하므로 전문화된다).

이러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해운업계에게는 호재중의 호재임에 틀림없다. 해운계 출신들은 새로운 제도 하에서 현재의 사법시험에 비교하여 상당히 쉽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제도를 잘 활용하면 해운계 출신 변호사의 양산체제가 구축될 수도 있다. 새로운 로스쿨 제도는 특히 사회과학에 관심과 적성이 있는 해기사 출신이나 해운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신천지를 열어주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쿨에서는 입학이 곧 변호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여도 좋을 것이다. 물론 3년 교육 후에 변호사 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70% 정도의 합격률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입학 시험이 곧 변호사 자격 시험이 되는 것과 같다. 입학시험에서의 과목은 법학과목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법학적성검사(LEET), 영어, 학부의 성적으로 1차 시험이 구성된다(1차 시험에서는 부산대학교는 정원 120명의 4배수인 480명을 선발함)(1차 원서접수 2008. 10. 6부터). 그리고, 2차 시험에서는 자기소개서 제출, 면접, LEET 논술로 구성된다.

해운에 특화하는 학교에서는 해운을 특화한다고 하였고 특화담당 과목과 교수가 있기 때문에 학생이 없을 수가 없다. 따라서 2차 시험에서는 가능하면 해운관련배경을 가지는 학생들이 입학하도록 합리적인 배려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어떻게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법학적성검사는 학원 등을 통해 점수를 올려야할 것이고, 영어는 평소에도 꾸준히 준비를 하였을 것이므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부산대학교는 토익 750점 이상만이 입학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면접시험에서 해운관련 기관에서의 경력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해기사로서 1항사 1기사 정도의 경력이면 해상변호사가 되기에 만족스런 해기 경력이라고 생각된다. 해운관련 기관에서 근무한 경력도 해상변호사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므로 고려가 될 것으로 본다(입학시험 일정 등은 부산대학교 홈페이지 참조바람).

입학하고 나서도 해운특화 학교로서 부산대학교는 민법, 형법 등 일반 기초법률과목 이외에 해상법(영어강의), 해상보험법(영어강의), 국제해운물류법(영어강의) 그리고 실무적용 과목을 배우게 된다. 3학년이 되면 해운회사, 해상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실무교육을 한다. 부산대학교는 법무법인 세경, STX팬오션, 한국 P&I, 한국선주협회, SK해운, 한진SM, 중앙해양안전심판원 등과 협정체결을 통하여 변호사 실무교육체제를 갖추었다.

V. 장래의 수요
현재 40여명에 이르는 해상변호사 규모에서 예컨대 한해 약 5명 정도의 신규인력은 충격없이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장차 해상변호사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는 상당하다고 본다. 선박회사, 보험회사, 조선회사 등에서 사내변호사가 필요할 것이다. 대형선사에서 법무보험담당 직원을 로스쿨에 공부시켜 다시 사내변호사로 근무하게 하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본다. 

예컨대 한해 5명의 해상변호사가 배출된다면 10년이 지나면 50명의 해상변호사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것이 된다. 현재 해운계 출신의 해상변호사가 1~2명에 지나지 않는 현실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법원의 판사, 해상변호사, 국토해양부의 공무원, 해양안전심판원의 심판관, 해운회사의 사내변호사, 대학의 교수들로서 자리하면서 한국해운과 물류업계, 조선업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하드웨어적으로 우리나라 해운과 조선산업의 성장은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 해운조선 관련 법률 분야까지 성장하여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러 준다면 이는 더욱 환영할 만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영국과 미국의 상선대학 출신 해상변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해기사 출신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해운특화 로스쿨에 진입하게 되면,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해기사들이 배출되지 않으므로, 우리는 장차 수십년 동안 이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海技 직업의 매력화도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를 비롯한 39명의 교수들은 부산대학교 로스쿨이 해운특화 학교로서 세계 유수의 해운특화 로스쿨과 경쟁할 수 있는 체제의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가인가에서 서울대학교 다음으로 많은 120명의 정원을 배정 받음으로써 동일하게 120명을 배정받은 고려대, 연세대 등과 최고의 로스쿨을 다툴 수 있는 유리한 지위를 점하게 되었다. 부산대학교 해운특화과정은 선장출신으로서 실무경력이 있는 필자를 비롯하여 해운업계에서 선박운항, 해상보험, 해운경영분야에서 저명한 3분을 겸임교수로 모시고 있고 곧 실무에서 해상법 교수를 한명 더 초빙할 예정이다. 그리고 해상법 연구과정 등도 로스쿨에 둘 예정이다. 또한 학문으로서의 해상법이 또 필요하기 때문에 박사과정도 그대로 존치한다.

이번 6월 12일 부산대학교에서 개최되는 국제해상법학술대회에 세계 해상법의 중심지인 영국의 사우스햄턴 대학의 갸스킬 교수가 와서 발표도 하고 부산대학교 해운특화 로스쿨의 출발도 축하하여 준다. 이 자리가 우리나라 해운특화 로스쿨의 큰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기사 출신은 물론이고 해운 물류 조선분야에 종사하는 훌륭한 인재들이 로스쿨에 입학하여 해상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롭게 탄생하는 해운특화 로스쿨이 어느 정도의 축복과 선물이 될 것인지는 해운업계와 그 종사자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고 지원하는 가에 달려있다. 해운특화 로스쿨은 이미 대강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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