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보호주의 해결못하면 10년이상 장기불황"

해운인 윤민현(중앙대 객원교수, 경영학 박사)

▲ 윤민현 박사

최근 정부 발표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과 해운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고 이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체감의 차이에 따라 '경기가 바닥을 쳤다', '아직 멀었다'라고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경기 하강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조금만 지나면 해운경기도 되살아 날 것이니 정책적 지원을 해 달라는 것이 업계의 요청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면 해운시장도 곧 바로 국면 전환이 되는가? "Don't worry!" 그리스 한 선주의 이야기처럼 장래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 같다.

1. 시장 현황
시장 현황은 한마디로 컨테이너, Dry bulk, Tanker 어느 것 할 것 없이 전 분야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아직도 바닥은 멀었다고 하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주마관산 격으로 시장을 개관해보자.

◆컨테이너선 운임회복 못하면 "도산사태"=3대 컨테이너선 간선항로의 주력선대였던 3500~6500teu급 컨테이너선이 6500~1만 3000teu 컨테이너선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는 가운데 주력항로인 태평양노선은 이미 2007년부터 침체국면에 진입했고 대형선 발주를 촉발했던 유럽항로는 작년중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태평양 E/B의 경우 2008년 8%, 2009년 10% 감소를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현 시황이 조만간 회복되지 못한다면 간선항로에 취항하고 있는 전 컨테이너 해운업계의 금년도 운임수입은 2008년 총 수입대비 약 1/3 정도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5월 1일부로 발효하는 미주항로의 연간운송계약 수준은 현 시장의 운임구성으로 볼 때 불문가지다. 운임수준은 이미 운항비를 충당하지 못할 지경이고 과거와 같은 집단운임책정도 무망할 뿐만 아니라 주력선사간 정보교환 마저도 잘못하다가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당할 수도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겅 보고 놀란다더니 EU의 경쟁법 저촉을 우려한 나머지 태평양 항로의 TSA까지 탈퇴하는 선사가 나오고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운임수준을 두고 해운업계와 대립각을 세워왔고 해운동맹을 폐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던 하주협회가 이제는 할 일이 없으니 해산하겠다고 할 정도로 선사들의 운임주도권은 이미 초토화 된지 오래다. 유력선사의 CEO는 현수준의 운임이 몇 개월내에 회복되지 못하면 간선주력선사가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할 지경이다.

300~2500teu급 feeder 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로 요율은 원가를 밑도는 정도가 대형선보다 더 심각하다. Feeder 시장의 성격상 대형선과 달리 scale merit를 통한 원가 절감도 무망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2010년에 집중적으로 Feeder category의 선박이 대량 출시될 예정이고 보니 1700teu급 신조선이 조선소에서 바로 계선지로 직행하는가 하면 유럽-중동간 항로에서 컨테이너선이 Breakbulk 분야까지 뛰어 들고 있다.

◆Dry Bulk 시장도 아직 멀었다=중국이 연초 재고 조절차원에서 일시 철광석 수입을 늘리자 대서양 항로를 중심으로 한때 반등 조짐을 보였던 Dry Bulk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자 머지 않아 시장이 수렁에서 벗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했었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으로 한때 2000포인트를 넘어섰던 BDI는 중국의 철판가격이 다시 하락하자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더니 쳐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동안 Bulk 시장에 대해 2분기부터 3000~4000 포인트까지 상승해 연말까지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제 이것마저도 회의감을 갖게 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Dry Bulk 시장을 주도했던 전세계 철강 생산량은 금년도에 약 24% 정도 감소할 것이며 일본, 미국, 독일 등은 각각 50% 안팎, 한국은 21%가 감소하고 중국은 0.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몇년동안 두자리 숫자로 증가하던 중국의 수입물량이 금년에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전망속에서 올해에만 케이프사이즈를 포함해 약 800척의 벌크선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Tanker도 예외가 아니다=2008년 초 배럴당 95달러하던 유가가 작년 7월 중순 147달러를 정점으로 해서 그 이후 시장침체, 금융위기 영향으로 연말 경 37달러까지 하락한 후 최근에는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위축으로 인한 유가하락의 여파로 북해 유전개발 등 관련 부분에 대한 투자가 저조해지고 미국의 태양 에너지, 풍력 발전 장려정책 등으로 Tanker시장의 Downturn 현상은 예상 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OPEC의 산유량 감축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들의 재고량은 계속 증가해 현재 재고량이 61일분으로 과거 16년이래 최고의 수준이며 Tanker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재고량이 55일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현 상황으로 볼 때 연내에 55일 이하 하락 가능성 없다고 한다.

2009년 전세계 석유 수요가 2008년 대비 100만 배럴 감소한 8470만 배럴/day로 전망되는데 금년도에 인도예정인 VLCC만 70척으로 공급이 8% 증가할 경우 bunker와 port charges도 커버할 수 없을 정도의 현 요율을 감안할 때 전세계 530척에 이르는 VLCC중 상당부분이 계선되거나 해체되지 않으면 그동안 비교적 기복이 미미했던 Tanker 시장도 금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침체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 중국과 해운

1967년부터 시작된 해운호황이 초래한 과잉투자가 1973년 석유파동으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체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해소하는데 오랜 기간이 소요되었다. 숫자로 볼 때 전세계적으로 1980년대 10년 동안 선박의 평균 수입은 일일 8500달러에서 1990년대에는 1만 2000달러에 불과했다. 연평균 수입증가율이 3.5%인 셈이다. 인플레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 등을 논하지 않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해운업 투자가 활발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2000년 초까지 전체적으로 선박투자가 저조했고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중국의 특수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체 해운경기의 대 전환점이 되었던 2002년을 맞게 되었다. 중국의 폭발적인 철강수요에 힘입어 2002~2007년 사이 전세계 하동량은 매년 6%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선주나 Yard 공히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투자하지 못하였던 관계로 2005년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시황으로 거의 20년간 지속되어온 Cargo's market이 어느 날 갑자기 Carrier's market으로 급선회하여 이른바 'Perfect Boom'이 시작된 것이다.

2002년 당시 중국정부 자신도 2010년이 되어야 철강생산량이 300m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을 정도였으니 2008년도에 500m이 될 것으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때늦게 불붙은 선박투자는 2003년 이전 연평균 200억 달러였다가 2006년에는 그 6배인 1200억 달러, 2007년에는 1800억 달러로 급등해 조선업계 역시 Perfect Boom의 시대에 진입하게 되었다.

북경 올림픽에 대비해 일부 산업활동에 대해 한시적으로 생산활동을 규제했던 당국의 조치가 예상외로 생산의 위축을 초래하고 급기야는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전세계 철광석 하동량의 46%를 점하는 중국의 수입량이 급락하면서 한때 1만 2000포인트대에 이르렀던 BDI는 최저 633까지 떨어지면서 전세계 해운시장은 그야말로 열탕에서 냉탕으로 직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연초 들어 그동안 주요 항만에 적체되어 있던 재고가 감소하면서 한때 중소 제철회사를 중심으로 철광석 수입이 재개되자 일시 반등조짐을 보였지만 그 약효도 얼마가지 못했다. 이처럼 중국의 경기가 세계 해운시장의 명암을 가르고 있는 현실 하에서 중국의 수출입이 살아야 해운시장도 살아난다.

3. 전망

지금의 해운 불황이 작년 9월 15일 터진 리먼 브라더스 사건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예견돼 있던 불황이 금융위기로 다소 앞당겨졌을 뿐이다. 기존선대의 47%에 이르는 발주선박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현재 15개국의 155개 조선소에서 기존선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선박이 건조중이며 계획대로라면 이 모든 선박이 2011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그 중 벌크선이 약 3000여척으로 2009년에만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71척을 포함해 총 922척의 벌크선이 출시될 예정으로 현 선대의 26%에 상당하는 물량이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신조 선단의 구성을 보면 2011년 이후에 집중되어 있는 선종은 대부분이 6500~1만 3000teu급이고 벌크선 역시 케이프사이즈 등 대형선으로 세계 상위권에 속하는 주력선사와 조선소간에 체결됐다.

얼마전 한국의 대형조선소와 유럽선주들간의 협상 결과를 보듯이 취소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현재 취항하고 있는 선복량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발주선의 80% 정도는 출시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 구조 조정

지금의 해운시황을 과거 60년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지금의 구조조정이 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해운불황의 중심에 금융권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앞다투어 자금을 지원해 왔던 금융계가 이제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쏟아 부을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다. '내코가 석자' 라는 속담이 있다 선박의 시가가 대출금을 훨씬 하회하고 있는 시점에서 구조조정의 key를 쥐고 있는 금융권이 해운과 금융 어느 쪽에 더 우선을 둘지는 불문가지다.
주식회사가 자금난에 직면하고 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우면 일차적으로 주주들에게 증자를 요구하거나 아니면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 불과 몇 개월 전까지도 당국이나 해운업계 스스로가 해운업계가 전대미문의 호황 속에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벼랑에 서있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의아해 하기 십상이다. 과잉투자의 사유를 주주에게, 또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최근에는 마치 몇 개월 전의 영광이 다시 되돌아오기라도 할 것처럼 "BDI가 반등하고 있으니 조금만 지원해주면 머지 않아 해운산업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과연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선사들의 표정은 그렇게 밝은 것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며 진짜 혹한기는 2010~2011년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Lay up, Lay off, Demolition, Delay, Divert, Return, Renego 등의 온갖 쓴 처방을 서두르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체감온도의 차이인가?

순서상 금융권이 먼저 안정돼야 그 다음에 해운시황이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역설적일지 모르나 Financial crisis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해운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고 한다. 향후의 체력 전에 대비해 몸 가꾸기를 하고 있는 세계 유수의 대형선사들의 자구노력에 대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한번쯤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5. 보호주의로 회귀하는가?

세계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자국내 일자리 지키기, 자국상품의 보호 등의 이유로 G20 국가중 17개국에서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무역제한조치 등 보호주의 정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이 약 800억 달러, 중국이 5880억 달러를 경기부양자금으로 배정했고 유럽 여러 국가 들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보조정책을 취하고 있다. 일본 조선협회(내용상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이야기다)는 조선산업에 대한 지원이 잘못될 경우 자칫 조선의 공급과잉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전통 해운국가들은 보호주의 정책은 장기적 측면에서 해운산업에 대한 새로운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Mega Carrier의 시장지배=이미 발주된 1만 2000~1만 4000teu급 Mega ship은 취소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출시는 시간 문제다. 주지하듯이 이런 크기는 공동운항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출시를 기정 사실화하고 보면 3대 간선항로는 Mega ship이 주력선대가 될 수밖에 없고 준간선항로는 5000teu급이, 지선항로는 2500~3500teu급으로 대체되지 않을 수 없다.

간선항로에서의 공동운항형태가 지 간선을 불문하고 모든 항로의 운항형태가 될 것이다. 결국 Mega ship의 Operator가 간선, 지선을 지배하는 현상이 도래 할 수 있다. Unit cost 면에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1000~2500teu급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하에서  Mega ship의 출현이 초래할 해운시장의 집중화 내지는 과점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Super-Controlled Carrier의 등장 가능성=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이 국제 해운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중국의 경기부양정책은 원자재 수요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세계 Bulk 시장이 과거처럼 견조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선주와 Broker들의 시각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철광석가격 인하 협상의 결과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은 금년에도 브라질, 호주로부터 철광석을 계속 수 할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외국적 선박들을 사용하겠지만 수 급의 균형여하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중국 국적선이 우선 배정될 것은 불문가지다.

최근 중국정부는 경기부양정책의 일환으로 대형 조선소들(국영조선소 중심)에게 '외국선주들에 의해 Cancelled or abandoned ship은 포기하지 말고 그냥 건조해서 국영선사들에게 인도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특성상 정부의 국영회사에 대한 '권고'는 사실상 'Order'의 효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판도 있겠지만 많은 국가가 보호주의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정책이야말로 자국의 해운과 조선산업을 동시에 살리면서 중국의 장기 해운력 강화 정책을 조기 달성할 수 있는 대안으로 시의 적절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중국의 대형발전소, 석유회사들은 국영선사들과 이미 원자재 수송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마쳤다는 보도가 있다. 중국이 자국화 자국선 주의를 취한다면 중국의존도가 큰 해운산업, 특히 한국 해운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Industrial Carrier의 부상=한국에서도 한때 Industrial Carrier 등장 문제를 두고 관련업계와 해운업계가 격론을 벌인 적이 있을 만큼 Industrial Carrier의 등장은 Public Carrier 들에게 치명적이다. 현재 I.Ore는 해운경기를 좌우할 만큼 전세계 해상 하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 브라질의 'Vale'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로서 전세계 철광석 해상 하동량의 36%를 점하고 있으며 연간 2.7억톤을 수송하기 위해 1600항차 이상의 선복을 이용하고 있는 거대 하주다. 더구나 이 물량의 대부분이 브라질-중국 등 아시아권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톤-마일 측면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이 회사가 작년에 전체 18척의 VLOC 선단을 구성해 브라질-아시아간 shuttle service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 등에 대량 발주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호주의 대형 광산업체인 Fortesque는 작년 4/4분기에 운임시장이 폭락하자 여러 선사들과의 C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후 뒤이어 제기된 거액의 클레임에 대해 손해배상 대신 장래 수송권을 무기로 해당선사들과 주식 교환형태로 제휴관계를 맺었다. 변형된 Industrial carrier의 출현 가능성을 엿 볼수 있다.

6. 마무리

최악의 상황이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 다음부터는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통상 해운시장의 싸이클을 보면 붕괴(collapse) 침체(trough) 최악의 상황(extreme cycles) 반등(recovery)의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붕괴는 빠르고 침체와 최악의 상황은 오래가는 반면 반등의 속도는 아주 느리다는데 있다.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일지는 모르나 해운업계 다수는 2009년은 현 시황에서 다소 개선되었다가 본격적인 칼바람은 2010~2011년이 될 것이며 칼바람의 강도 여하와 생존게임의 추이에 따라 그 이후의 시황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시황이 바닥을 치지 않았고 불황이 적어도 향후 3~4년은 더 갈 것이라고 한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시황이 회복되고 신조선과 현재 대기중이 400여척까지 소화해낼 만큼의 물량에 도달하려면 평균 15%씩 증가해야 한다고 하는데 주요간선항로의 하동량 예측치는 잘해야 한자리 숫자, 일부항로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거론되고 있다.

해운업계의 명운은 침체와 최악의 기간에 달려있다. 기진맥진하고 있는 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본막의 제1장은 2010~2012년 사이에 쏟아져 나올 엄청난 신조선들이 초래할 공급과잉이고 제2장은 뒤이어 나타날 Controlled Carrier, Industrial Carrier, Mega-Carrier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질 국제해운 시장의 재편에 의한 시장혼란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조선이나 해운산업 공히 지나친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수요는 뒷걸음치고 있는데 공급은 속수무책으로 증가하고 있으면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3년 정도 지나면 회복할 수 있는 불황이 자금지원의 방향이 잘못될 경우 오히려 3년 불황을 10년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조선산업의 공급과잉과 해운의 공급과잉은 맞물려있다. 자금지원이 옥석을 가려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불황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시장현실로 볼 때 공급과잉에 대한 과감한 대책만이 존망의 기로에 처해있는 해운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유동성 문제와 공급과잉 대책은 별개의 것이다. 선박을 내부거래로 주인만 바꾼다고 해서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계선 선단은 대부분 대기성이기 때문에 시장이 반등하게 되면 다시 튀어나올 예비선단이다. 노후선 처분, 해체는 기본이고 발주선박의 대량취소 없이 시장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밖에서는 조선이나 해운 공히 공급축소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데 조선산업의 장래를 걱정해야할 세계 제1위의 조선대국, 세계 제8위의 해운국으로서 위상에 걸맞는 책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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