結者解之의 각오로 공급통제 주도해야

▲ 윤민현 박사

<시황회복>

가파르고 위태해 오래 걸릴 것

2003~2008년은 사상 최고와 최저경기를 경험했던 문자 그대로 Super-cycle에 해당하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엄청난 공급과잉이 초래한 심각한 위기감과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고개를 들고 있는 이른바 “조심스러운 낙관론”, “가냘픈 희망” 등의 신중하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을 아끼는 시장회복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표현의 차이일 뿐 현재의 시장은 문자 그대로 체력전이요, 출혈경쟁이다. 바닥은 쳤지만 문제는 바닥이 너무나 낮다보니 회복에 이르는 길이 너무 가파르고 위태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장래에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기대처럼 단기간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중국정부의 에너지 절감과 내수 진작 정책이 맞물리게 되면 석유, 석탄의 수입은 감소할 것이고 해상운임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해 수입철광석의 CIF 중국가격과 국내산 철광석 가격의 폭이 커지게 되면 또다시 철광석의 수입량 또한 조정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3년 전에 비해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8.5~8.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반기에 중국 주도로 이루어진 철광석, 석탄 수입 러시로 인해 Bulk 부문에서 일시 호황도 있었지만 철광석 가격협상이 끝나자 다시 하락해 지금은 BDI 3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타 분야에 비해 비교적 수급격차가 크지 않은 Tanker시황 역시 석유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데도 1~2년내 시황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운임인상 시도가 초기에는 성공하는 듯하다가 9월 이후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덤핑경쟁이 재현됐던 과거의 사실에 비춰볼 때 7월 이후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운임회복의 조짐이 곧 시장의 회복으로 속단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갈등과 조정>

조선·해운 相生 업계 노력만으론 어려워

해운호황 초기에 조선업계는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저가에 수주해놓은 선박들의 인도를 서둘렀다. 그러나 그 이후 2~3년 동안은 문자 그대로 저절로 쏟아져 들어오는 신조선 수주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호황을 구가했다. 다만 그 기간은 길지 못했다. 과거의 행적을 보면 해운이 호황일 때 초기에 발주량이 급증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싶으면 발주량이 하락하기 마련이다.

2004년부터 시작된 신조 발주 붐은 제동 기능을 잃은 채 2008년 상반기까지 계속되었고 이 과정에 달러 약세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떠다니던 투기자금이 해운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선주는 싼 이자에 거액의 신조자금을 쉽게 융통할 수 있었고 투기자본은 장기용선을 디딤돌로 해서 기존선대의 절반에 가까운 신조선을 발주했다. 결국 도를 지나친 발주경쟁은 해운시장의 장래를 암울하게 만들었고 과잉공급에 대한 타개책이 없는 한 해운시장은 향후 10년 가까이 침체의 늪 속에서 헤매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주들의 자금이 메말라가면서 쇄도하는 취소 혹은 연기요청에 시달리고 있는가 하면 세계 유수의 조선소 마져도 이미 건조중인 선박에 대해 선주가 제때 중도금을 납부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신규 발주는 일부 조선소를 제외하고 사실상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대형조선소들은 FPSO나 풍력발전 등으로 전환하며 근근이 버텨나가고 있지만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소형 조선소들이다.

중국도 공급과잉 측면에서 예외가 아니다. 가장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알려진 국영조선소인 CSSC가 수주가뭄과 원자재 가격 앙등으로 실적이 전년대비 40%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는 70년대 석유파동, 80년대 엔고 여파로 두 차례에 걸쳐 전체 조선업계의 설비를 일률적으로 감축하는 등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황에 대비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타조선 대국에 비해 그렇게 심각한 것 같지 않고 연초에는 일본조선협회측 인사가 아시아 조선국들이 작금의 조선산업 위기 역시 공급과잉이 주범임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과 정부지원을 통해 기존설비를 그대로 유지하려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약 150개의 대형조선소가 있는 유럽 역시 금융권의 지원중단으로 대부분 붕괴위기에 처해있다고 EC가 연초에 경고한 바 있으며 실제 90년 역사를 갖고 길이 397m에 1만 1000teu를 적재할 수 있는 Emma Maersk호를 건조했던 AP Moller그룹의 Odense Yard가 2년 동안 수주 실적 ‘0’을 기록하다가 최근 생존을 위한 감원, 일부 부지 대여, 생산라인 축소 등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부족을 자인, 현재 건조중인 14척의 인도를 마치면 Yards를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현재의 조선산업의 공급규모는 적어도 향후 몇년내 예상되는 수요전망을 훨씬 초과하는 초과잉 상태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현재 해운시장의 수급 격차와 발주 선박의 규모로 볼 때 해운업계의 조속한 재기를 위해서는 적어도 향후 2~3년 내에는 신규발주가 없어야 하겠지만 그럴 경우 조선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지도 모른다.

발주 선박의 대량 취소가 조선업계로서는 바람직하지 못하겠지만 해운업계로서는 대량 취소가 곧 해운시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양대 산업을 동반성장 시킨다는 구상은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금융-조선업계 갈등의 골 깊어져

Loan to Value 약정에 의거 조선소가 유럽의 대형 선주들에게 선가하락에 따른 추가 담보보충을 요청하자 여기에 반발해 선주는 신조선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권은 계약대로 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자세이고 선주는 초대형선의 경우 척당 3000만 달러 수준의 추가부담도 문제지만 은행의 요청에 응할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례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모조선소는 이란 국영선사 IRISL의 6500teu급 Post-panamax 컨테이너선 3척(척당 1억 달러)에 대해 중도금 지급이 10개월 이상 지연되자 계약 불이행을 들어 동 선박을 경매 처분하겠다고 광고를 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관련은행이 현 시황으로 볼 때 더 이상의 선가 대출은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 국내에서도 보도된 것처럼 한국조선업계와 유럽 선주사 사이에는 몇십척의 신조 선박을 두고 유사한 갈등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멀리서 보아도 자매선처럼 보이는 3척이 부산 남외항 밖에 떠있는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경매가도 관심이지만 싸다고 해서 누가 선뜻 사갈지도 의문이다

“계약은 계약이다”라고 주장하며 최근 대형선주들과 불편한 협상을 거친 조선소들 역시 계약에 명시된 인도 일자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로 볼때 조선소 측에서 조금이라도 계약조건을 위반할 경우 선주는 그냥 지나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문자 그대로 누가 누구 돈을 어떤 명목으로 몰수할 것인가의 게임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R/G문제를 두고 국내 모 보험사, 조선소, 선주 간에 벌어졌던 책임 전가하기 싸움처럼 지금은  마치 서부영화에서 3명의 건맨이 장전한 채 서로를 겨냥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권의 책임론 ‘내 코가 석자’

한때 선사들이 요청하는 것은 다 들어줄 것만 같던 금융권들이 이제는 양업계의 절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약대로!’를 외치며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과격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그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발생한 미국의 Eastwind 사건을 통해서 세계금융권은 시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마냥 기다리는 것이 미덕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고 동 사건이후 은행들은 선별적이지만 과거와 달리 선박에 대한 강제채권회수 조치를 서두르고 있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선박압류, 경매 등의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다수 은행들이 강경책을 택할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나 일부은행들이 그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낙관론자들의 기대처럼 2010년부터 해운경기가 호황국면을 맞게 될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비관론자들의 우려처럼 업계가 선복공급 조절에 실패해 2019년이 되어서야 수급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면 전세계 해운시장은 문자 그대로 Bloodbath의 한 가운데 서게 될 것이다.

오늘의 해운불황이 과거의 그것과 다른 점은 과거에는 만성적인 공급과잉 또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에서 오는 주기적인 불황이었다면 현재의 해운 불황은 수급문제 이전에 저질러진 통제불능의 공급과잉이며 그로인한 후유증의 중심에는 해운, 조선소뿐만 아니라 금융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기초공사부터 착수해야하며 금융권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한 그 기초공사는 조선, 건설, 해운을 위한 조정보다는 금융권을 우선시하는 공사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해운업계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선박에 대한 과잉투자의 배경에는 금융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사태에 대해 금융권에게 어떤 형태로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담보선박의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고 해당 선사 역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는 차제에 금융권인들 왜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겠는가? 해운업계를 위해서, 선주를 위해서 금융권이 계속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흔히 하는 말로 ‘내 코가 석자’ 인지도 모른다.

<정책지원과 규제>

세계 유수의 전문 해운선사들의 연내 도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이스라엘에 이어 최근에는 프랑스 정부까지 나서 위기에 처한 자국의 해운선사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컨테이너선 업계의 Big-3인 머스크, MSC, CMA CGM 어느 하나라도 넘어지면 세계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핵폭탄급이 될 것이라는 예고 속에 문자 그대로 전 해운업계가 '비상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대형선사들 역시 상반기 순손실이 수천억에 이르는 가운데 사채발행, 선박매각 등을 통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문제는 비상장선사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다수의 중소선사들이다. 우량선사를 선별해서 지원하라는 요청도 있지만 누가 어떻게 선별하고 지원할지, 또 그 리스크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다수의 국가가 정책지원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지만 해운, 조선, 금융간에 얽히고 설킨 복잡한 사적계약관계 때문에 실타래를 풀기가 용이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부지원문제도 유럽의 경우 여론과 관련법의 규제로 인해 해운업계에 긍정적인 분위기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자국선사의 지원방향을 두고 고심하고 있지만 지원여부에 대한 결정이 자국정부가 결정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EU 회원국의 경우 EU 경쟁법에 의거 경쟁총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독일 등 일부국가가 지원쪽으로 선회를 하자 덴마크 등 일부 EU 회원국에서 정책지원이 오히려 해운불황의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어 오히려 장기적으로 해운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과거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이 취했던 ‘뉴-딜’정책이 오히려 미국의 경기회복을 둔화시켰다는 시각이 더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배경에 대해 이해가 가지만 해운업계의 입장에서는 지원을 획득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고 지원을 하더라도 대상은행이나 관련업계에 그만한 자구노력을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EU 경쟁총국에서는 정책지원(보조)을 필요로 하는 자(은행)는 자산처분 등 자기희생조치를 선행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영국정부는 자금지원이 필요한 RBS(Royal Bank of Scotland)와 Lloyds Banking Group에 대해 유사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유럽의 경우 정책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곳은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지원이 국가재정에서 직접지원을 할지 또는 은행을 통한 대출이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작금의 해운업계는 촌각을 다투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Hapag Lloyd에 대해서는 정책지원의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유럽의 일부 대형선사들이 불원 해운시장의 M&A를 통한 지각변동을 점치고 있는 것도 EU의 정서와 무관한 것 같지 않다.

<제2라운드 ‘더블딮’ 대비해야>

발주 규모가 선종에 따라 다르지만 향후 쏟아져 나올 선대 규모가 대략 현선대의 절반 수준으로 이를 시장이 소화하려면 해상 물동량이 향후 10년간 매년 15% 정도 꾸준히 성장을 해야 한다고 한다.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한 경기회복의 긍정적인 신호로 볼 때 세계경기는 머지않아 바닥을 탈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운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은 향후 인도될 엄청난 선복량 때문에 세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적어도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경기회복의 과정이 L, U, V, W 형태 중 어느 것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나 본격적인 Overtonnage과정(2010~2011년)에 진입하면서 지금보다 더 혹독한 불황을 겪고 난후 즉 우측으로 기울어진 W형 회복을 할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이처럼 해운업계 내부적 상황이 언제쯤 불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가운데 외부 여건도 그렇게 호의적인 것만도 아니다. 만일 이러한 비우호적인 해운 외적 환경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담과 겹칠 경우 불황의 장기화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그 시기와 강도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 불허이지만 다음과 같은 국제적 환경변화와 흐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① 해운에 대한 규제강화

북미에서는 선사들이 어떤 단체행동으로 하주를 차별한다거나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은 이미 원천 봉쇄된 지 오래고 해운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해운동맹제도도 무기력 해진 지 오래다. 유럽 대표선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EU는 지금의 정기선시장 붕괴는 ‘동맹폐기와는 전혀 무관하며 선사들이 자초한 고질적인 공급과잉문제’라는 것이 확고한 시각이다. Consortia Rules이라는 것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최근 하주단체들의 강경자세로 미루어 볼 때 과거와 같은 집단 운임설정이나 인위적 선복감축 조정 같은 자위책을 동원할 수 있는 길은 더 이상 없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Brussel 당국은 △유럽이 동맹을 폐기한 결정은 옳은 것이었다 △타국가가 유럽 방식을 그대로 택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완화의 이점을 인식해야 한다 △유럽에 취항하는 모든 컨테이너선사는 공평한 경쟁규칙을 적용받고 있다 △그 동안 정부보조정책과 비경쟁관행이 시장을 왜곡시켜 왔다 △그러한 왜곡의 피해는 호황때 보다 불황 때 훨씬 컸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미국과 중국에 동맹제도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② 친환경 정책

지구온난화문제가 최근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해운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되었다. 최근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친환경위주의 생산정책이 부상함에 따라 컨테이너 선사들의 간선항로 운송 체인에 찬바람이 불 수도 있다. 지난 8월 8일자 London의 Financial Time지 1면에 게재된 기사에 의하면 이제까지는 국제무역 상품의 대부분이 생산원가가 낮은 아시아에서 생산해서 유럽, 북미 등 소비지로 운송돼 왔고 특히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원거리 운송체인(Long-distance supply chains)을 통한 국제무역이 주류였으나 고유가 및 저탄소(Carbon footprint)정책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제조업자들이 단계적으로 생산지를 소비지와 가까운 역내(regional)로 이동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새로운 지구온난화 협약이 언제 발효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생산지와 소비지간 거리가 단축될 경우 톤-마일 단위의 해상 하동량의 대량 감소는 불가피 해질 수밖에 없다.

③ 해운보호주의 태동

중국은 총 외환보유고 약 2조 달러, 세계 제1의 채권국이자, 제1의 생산공장․소비시장이다. 중국정부는 약 590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경기부양자금을 근간으로 해서 중국 조선소들에게 외국 선주들이 취소한 선박이라도 계속 건조해서 중국 국영선사에 제공하고 하주들에게는 선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말이 권고이지 사실상 정책이고 지침이다. 중국조선업계는 취소선박을 계속 건조하고 국영선사들은 이들을 인수해 선대를 보강 할 경우 조선산업의 도산을 막고 중국의 해운세력 확장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 중국으로서는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국해운은 사실상 Controlled Carrier라고 할 수 있는 국영선사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불황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전세계 해운시장을 일거에 perfect boom으로 전환시킬 만큼의 대량 화물을 갖고 있으며 아직도 해운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를 중국에 걸고 있을 만큼 중국이야 말로 전세계 해운시황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수요는 넘쳐나는데 중국 자체 선대부족으로 인해 국제해운시장에서 선박수요를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2/3이상을 외국선박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 대형하주들이 자국 해운산업과 전략적 제휴를 하게 될 경우 전세계 해운업계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현재 자국선 적취율이 20%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수년내 60%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목표라고 한다. 향후 2~3년내 정점에 도달할 해외 잉여 벌크 선단과 신규로 보강된 중국의 저원가 국영선대가 중국화물을 두고 외국선박과 경쟁을 할 경우 국기 차별효과는 무시하더라도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④ Industrial Carrier의 부상

연간 3억톤의 수출물량을 보유한 세계 3대 철광석 메이저이자 중국에 대량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Vale가 자사수출 물량은 전량 자체 수송하겠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최근 저가시대를 틈타 중고선 매입, VLCC 개조, 신조선 발주 등을 통해 자사선대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호주의 광산업계 Big 3중 하나인 Fortesque는 고운임에 책정된 장기운송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그에 대한 보상조로 관련선사들에게 자사 주식을 배정했다. 대만의 국영회사  Formosa는 이미 대부분의 원유를 자체선단으로 수송중이며 라이벌인 CPC 역시 지난 6월 운송코스트 인하를 이유로 35척의 VLCC 선단 구축을 목표로 2개 민간회사와 J/V를 설립하고 이미 선령 5년짜리 31만 8000dwt급 VLCC 1척을 매입했다. 최근 선가가 바닥에 이르자 일부국가에서는 대형하주들이 지금이 자체선단 구축의 호기라고 보고 해운업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국제 하동량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 하에서 Public carrier의 입지는 그만큼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없다.

⑤ 하주들의 시각

해운 카르텔에 의한 병폐를 들어 140여년 유지되어 왔던 FEFC가 하주의 힘으로 공중 분해된 지 1년이다. 최근 컨테이너 선사들이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고 주장하며 인위적으로 공급을 조절하려고 하자 그것은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며 하주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고 최근 스리랑카에서 개최된 아시아 하주협의회에서는 선사들의 집단 운임설정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선사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해송운임이 원가를 보상하지 못할 경우 서비스 감축이 불가피하며 일부 선사가 도산할 경우 결국 하주에 대한 운송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임을 들어 하주의 이해를 구하였지만 한마디로 해운업계의 흥망 문제를 우려해서 하주들이 추가로 부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⑥ 비운항선주의 계선대

현재 계선 중이거나 대기상태인 과잉선박 중 운항선주가 소유한 선박은 대기선대로 머물러 있다가 시황이 반등할 경우 재등장할 수도 있겠으나 운항능력이 없는 이른 바 비운항선주(Non-Operating Owner ; NOO)의 소유선박은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현재 NOO 선대는 2696척, 614만teu로 이는 전체 컨테이너선대의 62%(척수), 선복량의 53%에 이르고 있어 과거 해운불황기와 달리 새로운 복병으로 존재하고 있다. 운항선주의 경우 기존 용선계약이 만료돼 반선되는 선박이나 신조선은 출시되는대로 계선할 수도 있겠으나 문제는 NOO의 선박이다. 선박관리능력이 없는 이들의 선대는 계선보다는 원가이하의 용선료를 감수하더라도 계속 운항하려 하기 십상이고 그럴 경우 결국 갈 곳이 없는 이들 잉여선대가 후일 시장회복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해체촉진법 제정 서둘러야>

현재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제2차 불황을 피하기는 어려운 것 같고 불황의 깊이와 그 기간을 어느 정도 단축시킬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공급과잉(해운)과 공급과잉능력(조선)에 대한  처방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여러 가지 제약으로 해운계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지만 현재 고려할 수 있는 공급 감축 대안으로는 대략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①취소(Cancel)

공급 감축 차원 및 선사의 자금압박을 완화해주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임에는 틀림없지만 조선업계의 사정상 그렇게 기대할 만한 대안은 아닌 것 같다. 실제 취소비율을 두고 엇갈린 발표들이 있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대략 6~8% 정도가 취소됐다고 알려지고(DNV) 있고 지금은 취소의 방향이 대략 정리가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 최근의 선주-조선소간 협상을 보면 조선업계는 차선책으로 취소보다는 연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② 연기(Delay)

계약당사자와 금융권의 취소에 따른 부담 때문에 사실상 시장의 초점이 연기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지만 매일 매일 상황이 변하고 있고 구체적 내용을 당사자들이 밝히기를 꺼리고 있어 자세히 알 수는 없다. 연기가 차선책인 것은 사실이지만 연기 그 자체는 문제를 일시 뒤로 미루어 두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감축을 위한 대안으로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③ 계선(Lay-up)

계선선박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용선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선박에 대해서도 용선자는 요율인하를 위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용선계약이 만료된 NOO 소유 선박이나 용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시된 신조선이 곧 바로 계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경우 계선비율이 현 10% 수준에서 내년도에는 20%대에 이르고 유가가 올라갈 경우 계선은 전선종에 걸쳐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계선 역시 ‘연기’의 경우와 같이 시황이 반전될 경우 즉시 복귀할 예비선단이기 때문에 요율의 하락을 더디게 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공급과잉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④ 감속(Slow steaming)

금년 2월 유가가 한때 35달러까지 하락하고 아덴만의 해적문제 때문에 유럽항로의 대형선사들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저속항해가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지금은 상승하는 유가 때문에 우회항로를 택하기 보다는 연료절감 차원에서 저속항해가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초 고속선으로 설계된 선박을 일정기간 이상 저속항해를 계속할 경우 엔진에 무리를 초래할 수 있어 모든 선박이 감속항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급 감축 대안으로서는 역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⑤ 해체(Scrap)

이는 불황시가 아니더라도 노령선과 비경제선은 해체하고 신조선으로 대체하는 것이 해운과 조선업계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해체의 목적이 공급 감축에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Scrap & Built’ 정책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지만 해체만이라도 강력히 추진할 경우 장기적 측면에서 조선산업의 회복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을 것임으로 굳이 해운만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작금의 시황으로 볼때 20년 이상의 노후선을 1~2년 계선한다는 것은 복귀상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사실상 선박의 퇴출을 의미한다. 비경제선을 구제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로서는 백해무익이다. 과거 80년대의 해운산업합리화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비경제선은 아무리 껴않고 있어도 회사는 물론 시장에도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통계에 의하면 선령 25년 이상의 선복이 전체의 약 14%에 달한다고 하며 Dry Bulker만 1700여척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후선은 그동안 호황기에 보수정비를 소홀히 하여왔던 만큼 사고의 가능성이 높은 선박이며 유사시 정도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에 처해있는 소속선사를 심각한 위기로 내몰 수 있음을 감안할 때 공급감축의 대안으로는 최우선적으로 추진해 볼 만한 과제라고 본다.

다만 해체를 위해서는 담보해제와 채무재조정 등과 관련 금융권이 부담스러워 하겠지만 비경제선은 문자 그대로 어려움을 하루 하루 가중시킬 뿐 결과적으로 비경제선을 그대로 두는 것은 금융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간에 해운․조선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적 지원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 해운업계의 실정은 법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에는 너무도 다급한 상황이다.

가칭 ‘외항선박 해체촉진임시조치법’이라도 제정해서 특정외항선박의 수급전망, 해체목표량, 해체대상선박의 기준, 선원의 고용문제 등의 해체촉진기본지침 등을 수립함과 동시에 담보해제, 채무조정 등 해체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를 제도적으로 제거하며 해체에 부수되는 자금의 차입에 대해 채무를 보증하기 위한 가칭 해체촉진기금의 발족을 검토해야 한다.

심각한 해운불황과 함께 2010년 퇴출예정인 Single-hull로 인해 해체대상 물량은 급증하고 있는데 해체시장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몇몇 국가에 국한돼 있어 해체선가는 하강곡선을 보이고 있고 가까운 장래에 반등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해체의 실익은 줄어들고 공급과잉의 압박은 더더욱 가중될 것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결 언>

특정회사의 실적이 어떻다, 어느 선종의 용선료가, 어느 간선항로의 운임이 등락을 한다 등등의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러한 부침에 일희일비할 상황도 아니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조기 회복론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공적기금을 동원해서 선박을 매입해준다거나 운영자금을 추가 대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닥쳐올 제2라운드에 대한 대책수립을 소홀히 할 경우 해운업계는 지금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소 한계가 있겠지만 금융권이 시황이 회복될 때까지 원리금상환을 유예하고 신조선 건조자금을 지원하면 현상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근본적인 위기대처 방안으로는 미흡하다.

건조중인 선박을 취소한다는 것은 전술한 바와 같이 크게 기대할 대안이 아닌 것 같고 조금이라도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다면 금융권과 절충해 정책적으로 노령선 내지는 비경제선의 해체를 촉진하는 것이 오히려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1~2년 내에 해운시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서 선령 20년 이상의 선박으로 채산성이 취약한 선박은 계선보다는 정책적으로 해체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 ‘배 한척 해체한다고 해서 세계 해운경기 회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하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선박의 대량 해체는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없이는 불가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뒤따른다고 하더라도 각론에 들어가면 복잡한 사정 때문에 어차피 감축노력은 업계 스스로가 주연이 되고 정부와 금융권은 조연이 될 수밖에 없다. 당국과 업계 모두가 해운불황 타개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면 해운업계는 공급 감축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자세로 해운산업개선대책을 주도하고 정부와 금융권도 이를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해운경기는 언젠가는 반드시 회복하겠지만 문제는 회복에 이르기까지의 기간과 과정이다.  존망의 기로에 서있는 해운업계가 조금이라도 빨리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묘약이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아니면 영원히 Carrier's market은 오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독한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이 난국을 돌파해나가기 힘들다.

히말라야 계곡에 야명조소조(夜鳴朝笑鳥)라는 새가 있다고 한다. 저녁이 되면 몰아치는 혹한을 견디지 못해 울며 밤을 지새다가 아침에 햇살이 비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는다고 한다. 1741년 이후 이번이 22번째 불황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다음은 23번째 호황이 되겠지만 문제는 22번째 불황이 23번째 호황으로 이어지는 기간이 얼마나 춥고 긴 밤이 될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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