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지상주의 입각, 탁월한 영업력과 물량확보가 비결
"향후 북항 여유선석, 선박수리 및 벙커링 용도로 전환해야"

▲ 최성호 대한통운(주) 부산터미널지점장
1.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처리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통운 감만 터미널의 비결이 있다면?
=터미널 운영시 제일 중요한 것은 터미널의 생산성이라고 생각한다. 배의 총 물량을 작업시간으로 나눈 GBP(Gross Berth Productivity)를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대한통운 터미널은  시간당 생산률이 제일 높은 132van을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산술적 통계하에 2008 상반기 생산성 우수터미널이란 영예가 우리 터미널에 주어졌다고 본다. 개장 후, 역대 연간 최대 물동량을 기록한 2005년에는 96만 7000teu를 처리하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이 기록은 세계적인 터미널이 위치한 홍콩  콰이청항 허치슨 터미널과 싱가포르 파시르판장 터미널의 연간 선석당 처리량인 65만teu와 비교해도 150% 이상 많은 물동량이다. 부산항의 다른 터미널이 한 선석에서 처리하는 물량이 평균 45만teu임을 감안할 때 우리는 갑절 이상 많은 기록으로 생산성 우수 터미널이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처럼 단일 선석인데도 불구하고 처리량이 많은 이유는 우량 글로벌 선사라는 ‘고객’을 확보해 물량을 여유있게 보유한 결과가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세계 2위 선사인 MSC를 비롯해 6위인 차이나쉬핑 등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선사의 물량을 확보한데서 경쟁력이 있다. 이들 글로벌 선사의 물량만 약 100만teu 가까이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86만teu 정도는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14만teu는 다른 터미널로 전배처리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많은 물량확보는 뛰어난 영업력이 뒷받침되야만 가능하다. 여기에 8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회사다 보니 운송 및 하역 장비를 다루는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운송장비 기사들의 운용기술이 탁월하다는 점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관리직원들의 일에 대한 의욕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높다.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물량이 많이 몰릴 경우 식사시간도 반납하는 것은 물론 명절도 잊고 근무한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출중한 영업력과 이에 따른 우량 고객확보 및 물량보유, 대한통운 감만터미널의 물동량 처리 증가가 곧 부산항의 물동량 상승이란 등식을 충족시킨다는 사명감으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의 열의,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우리가 다른 터미널과 비교했을 때 단위선석당 최대 처리량을 기록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2. 감만 대한통운 터미널의 현황 및 현재 기항하고 있는 선사는?
=1998년 개장한 대한통운 감만터미널은 현재 350m 길이의 1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다. 겐트리크레인 4기와 야드트렉터 24대를 비롯해 각종 현대화된 하역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216명의 운영인원이 수출입 및 환적물동량 처리를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인원 구성은 하역?운송장비 운용인원이 110명이고 사무실(운영본부) 근무자가 50명, 정비사가 26명 나머지는 항운노조 소속 인원이다.

주요 계약선사로는 제일 물량이 많은 MSC를 비롯해 차이나쉬핑, IRIS Line(이란라인), 코스코 등 4개의 선사가 기항하고 있다. 1주일에 9척 정도 기항한다. 기항선박의 크기도 1200teu에서부터 9200teu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9200teu급 선박의 길이는 약 340m에 달해 우리 터미널의 선석길이와 맞먹는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동 9200teu급 선박의 선수, 선미를 제외한 선박을 고정시키는 LINE 길이가 40m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동급 선박의 크기가 제대로 접안하려면 선석길이가 족히 390m는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350m가 맥시멈이라 잔여 부분은 옆에 위치한 허치슨터미널 선석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 터미널 운영에 있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선석 통합이 절실하다고 본다.

3. 선석 통합과 관련해 정부가 올해 안으로 감만 터미널을 1사 4선석 운영체제로 개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추진 상황 및 이에 대한 견해는?
=잘 알다시피 감만터미널 4선석은 1사 1선석 체제로 출발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터미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석 통합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세방과 한진해운이 통합을 완료해 BICT라는 신설 터미널 운영법인을 설립했다. 감만의 나머지 두 운영사인 허치슨과 대한통운도 1사 2선석 운영이란 통합을 이루기 이해 작년 6월 BGCT를 설립했다. BGCT 설립 이후, 현재까지 허치슨, 대한통운 두 회사는 터미널 시설에 대한 통합을 완료, 선석을 같이 사용하는 것은 물론 펜스를 허물고, 트렌스퍼크레인 레일을 공동 운용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장비, 전산시스템, 인원 등 잔여 분야의 통합을 이룬다는 목표하에 이를 추진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여건이 갑자기 바뀌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내년에 신항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북항 터미널 운영사들의 배치와 관련한 역학구도가 전환된 것이다. 다시말해, 기존 북항의 운영사들이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1사 다선석 체제로 가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BICT, BGCT의 1사 2선석 체제에서 1사 4선석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1사 2선석 체제로 갈 경우 130억원 정도 시너지효과가 나오는 반면, 1사 4선석 체제로 전환할 경우 운영상의 시너지 효과는 연간 360억원에 달한다는 KMI의 연구결과는 정부의 정책 수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올해 6월을 기점으로 BGCT의 통합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정부정책의 변화뿐만 아니라 장비와 인원, 전산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다한 투자비용도 선석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북중국 항만이 시설통합을 통해 선박당 7~8개의 크레인을 붙여 하역하고 있음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내 터미널 내 물량이 넘쳐나는 선석과, 반대로 물량이 정체 현상을 빛고 있는 인근 선석을 통합, 운영의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4. 현실적으로 선석통합 작업이 쉽지는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실제 선석통합(1사 4선석 체제) 논의는 1년 전부터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합운영에 있어 업체별로 이권이 걸려있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토해양부나 부산항만공사(BPA)와 같은 공공기관이 객관성을 갖고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항에 대체선석을 확보한 터미널 운영사는 북항에서의 향후 선석통합 과정에서 신항에 대체선석을 확보하지 못한 운영사에게 양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식의 통합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현행 BICT처럼 기존의 터미널 주주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그대로 인정하고, 통합된 부두의 운영을 전담할 신설법인을 설립해서라도 북항지역의 선석통합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5. 감만터미널 뿐만 아니라 부산항 전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부산항의 환적화물 증가율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외국의 화물이 꼭 부산항에서 환적되란 법은 없다. 외국선사 입장에서는 선석재배치 등의 실현으로 인해 적기에 입항이 가능하고 정박료 등 항만 이용료가 저렴한 항만을 환적항으로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우리 터미널 운영사들도 선사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신항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기존 북항과의 물동량 유치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신항이란 항만시설을 조성한 이상 신항으로의 물동량 전이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양 항의 터미널 운영사들이 외국선사 유치를 위해 경쟁업체보다 낮은 요율(Rate)로 승부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이익이 될 진 몰라도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국부의 유출이란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자율시장경쟁 체제하에서 이러한 민간 업체간 과당경쟁은 업체끼리 타협점을 찾는데 있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나 BPA 등이 중간에서 적절하게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면 외국계 선사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공공의 개입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요율을 다시 올려 제 값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물동량 유치를 위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우리 항만 또는 터미널간의 불필요한 소모전보다는 외국선사를 상대로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북항의 터미널 운영사들이 신항으로 부산항의 물동량이 옮겨간다고 해서 이를 사수하려고만 하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요망되고 있다. 즉, 신항에 조성되고 있는 신규 선석과 이들 선석으로의  운영사 이전 등이 실현될 경우 여유가 생기는 기존 북항의 선석을 수리조선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선박 수리를 꼭 수리조선소에서 해야한다는 법은 없다. 경미한 수리의 경우 일반선석에 접안시킨 후 수리가 가능하다. 이 경우 접안료, 정박료 수입을 창출함으로써 운영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고 선사 측면에서는 또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벙커링 전용선석으로의 용도 변환도 고려할 수 있다. 신항에 선석이 속속 개장한다고 해서 북항의 물동량을 빼앗는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신항으로의 물동량 이전이 불러온 선석의 여유를 선박수리, 선박급유 등과 같은 기회요인으로 만들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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