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도해운 염정호 사장(법학박사)
한국해운신문은 2010년 새해를 맞아 ‘염정호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다. 염정호 칼럼은 앞으로 용선계약 체결 시 빈번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법적으로 연구 분석해봄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용선계약의 법적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염정호 칼럼’의 칼럼리스트인 염정호 법학박사는 해운중개회사인 일도해운㈜ 대표이사 사장이자 한국해운중개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영국 발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의 케이프사이즈 패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차터링 브로커다.

염정호 박사는 “한국은 현재 선박 보유량 기준으로는 세계 6위의 해운국이지만 용선계약 체결건수 기준으로는 중국, 홍콩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용선계약과 용선분쟁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미비해 용선업무 실무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용선업무 실무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 덜어주고자 이번에 칼럼을 게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호에 게재되는 ‘염정호 칼럼’은 ‘RightShip의 승인에 관한 선박소유자의 의무’로 염 박사가 지난 2009년 11월 한국해법학회지 제31권 제2호에 게재됐던 논문이며 한국해운신문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고쳐쓴 것이다.<편집자주>

대상판례 : Queen's Bench Division (Commercial Court) 31 July, 2008 [2008] 2 Lloyd's Rep. 440, Case No: 2008 FOLIO 388 Silver Constellation호 사건

최근 수년간 중국의 영향으로 해운산업은 급속한 성장을 하여 선박의 운임 또는 용선료가 높게 형성됐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노후 되면 수리비, 보험료 등 선박의 관리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화물의 손상, 선박의 침몰 등 해상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폐선 처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해운시황이 좋으면 선박소유자는 가능한 오래 노후 선박을 폐선하지 않고 운항하여 수익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이 선박소유자가 해상사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노후 선박을 계속하여 운항하는 경우가 생긴다.

화물이 안전하게 운송되어 필요한 시기에 양하지에서 인도받기를 원하는 화주는 해상사고를 줄이기 위해 선령에 제한을 둔다. 예를 들면 포스코나 중국의 제철소는 경우에 따라 선령을 18년으로 제한한다. 또한 일부 화주는 선령으로 인하여 화물에 추가보험료가 부과되는 15년으로 선령을 제한한다. 그러나 아직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프리카 등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선박의 경우, 때로는 선령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런 경우에 해상사고의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화물을 적기에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하여 선박별로 그 상태를 검토․조사하여 운항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조직의 필요성을 느낀 주요 화주들은 RightShip이란 회사를 2001년에 설립하였다.

본 사건에서 1심법원은 “정기용선계약서를 검토해본 결과, 선박소유자는 선박에1) 대하여 RightShip의 승인을 얻고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본 판례의 연구는 RightShip의 승인에 대한 최근 영국법원의 태도를 소개하는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I. 서론

해운시장에서 운송되는 화물 가운데 철광석과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으며, 주요 수출지역으로는 브라질과 호주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브라질에서 수출되는 철광석은 송하인이 CVRD사이며2) 호주에서 수출되는 철광석과 석탄의 송하인은 BHP Billiton사3), Rio Tinto사4) 또는 FMG사5)이다. 그런데 이들 송하인들은 모두 RightShip의 승인을 얻은 선박만이 철광석이나 석탄의 수송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철광석이나 석탄의 수송에 주로 사용되는 케이프사이즈 선박의6) 경우에 RightShip의 승인을 얻지 않고서는 선박이 용선영업 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최근에는 선박소유자가 용선시장에서 화물을 수배하거나 정기용선을 주려고 할 때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었다는 것을 선박의 명세에 명시해 용선시장에 유포하기도 한다.

선박소유자로부터 선박을 용선한 정기용선자는 화주의 요청에 의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을 것을 요청하게 된다. 그런데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정기용선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이다.

본 사건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진 쟁점을 정리하면 첫째 정기용선계약서의 체결약관 38줄 및 제31조에 의하여 선박소유자가 용선기간 동안에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고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둘째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계약서 제8조 및 묵시적 협력의무에 의하여 RightShip에 의하여 요구된  검사질문서(vetting questionnaire)와 선박의 검사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로 요약되어 진다.

본 판례의 연구를 통하여 최근 용선영업 시 요구되는 RightShip의 승인이 선박소유자의 의무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II.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는 매도인 Swissmarine사로부터 선박을 매수하여 제1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와 2003년 6월 23일에 24개월 동안 선박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와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는 2003년 11월 24일에 제1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와의 용선기간이 만료되는 2005년 5월 15일~9월 15일로부터 24개월 동안(2개월 신축허용부 조건) 선박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는 선박을 1년 동안 연장하여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그러나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에게 선박이 인도되기 전에 선박이 좌초되어 심한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제1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는 2006년 5월 4일이 되어서야 선박을 반선하였다. 반면에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와 재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는 2006년 5월 8일에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가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로부터 선박을 인도받은 후 18~24개월 동안 선박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이 수리를 마친 2006년 9월 9일에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는 선박을 2003년 11월 24일자 정기용선계약서에 의하여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에게,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는 2006년 5월 8일자 정기용선계약서에 의하여 선박을 재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에게 인도하였다.7)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와 재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 사이의 정기용선계약은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와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 사이의 정기용선계약과 조건이 같았다. 2003년 11월 24일에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와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가 정기용선계약을 체결 시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는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만약 승인을 얻지 못하여 선박소유자가 30일 이내에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는 추가 조항을 정기용선계약서에 삽입하기를 요구하였다.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는 “RightShip이 요구하는 검사질문서는 가끔 인위적이고 일관성이 없으므로 정기용선자가 요구하는 추가조항을 정기용선계약서에 삽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가 정기용선계약서에 RightShip에 대한 추가조항을 삽입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였으므로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와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 사이의 정기용선계약은 2003년 11월 24일에 체결되었다.

2006년 8월 19일에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는 경개(novation)의8) 조건으로 제2선박소유자 Seagate사에게 선박을 매도하였으므로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에 대하여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를 대신하여 제2선박소유자 Seagate사가 선박의 정기용선계약상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었다. 지급정지의 기간을 고려하면 재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는 선박을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에게 2008년 10~11월에,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는 제2선박소유자 Segate사에게 2009년 8월에 반선할 예정이었다.

선박은 2001년 12월 초에 RightShip으로부터 2등급으로 분류되었고 2002년과 2003년에는 3등급으로 분류되었으나, 선령이 18년이 되는 2004년에는 다시 2등급으로 분류되었다. 2007년 2월 8일에 재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의 요청으로 제2선박소유자 Seagate사는 RightShip에 의하여 요구된 검사질문서를 완성하여 RightShip에 제출하였으나, RightShip은 선박의 검사를 요청하였다. 제2선박소유자 Seagate사는 RightShip의 승인을 조건으로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와 재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에게 용선료의 인상을 요구하였다.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와 재정기용선자 Swissmarine사)가 거절하였으므로 6월, 9월 및 10월에 RightShip의 요청에 의한 검사가 시행되지 않았다. 그 당시 선박은 RightShip에 의하여 1등급으로 분류되었다. 2007년 8월에 1항차를 이행하는데 있어 RightShip의 승인을 얻었으나 2008년 1월에는 RightShip의 승인이 거절되었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제한된 영업만을 함으로써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 당시 손해금액은 일당 용선료의 차이를 근거로 하여 월 미화 900,000.-불이었다.
 
2. 정기용선계약서상 관련조항
위 사건과 관련하여 당사자가 합의한 정기용선계약서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체결약관 : 위의 선박소유자는 이 선박을 인도할 때부터 약 (기간) ○○동안(제34조 참조) 다음과 같은 제한항해구역 안에서 용선할 것을 정기용선자와 서로 합의한다. 용선자는 이 계약에서 허용하는 기간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서 선박을 재용선할 자유권을 가지지만 정기용선자는 이 정기용선계약을 이행하는데 있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선박은 (인도장소) ○○에서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따라서 정박시켜야 한다.(제33조 참조) 선박은 인도할 때에 제36조에 따라 준비를 하여야 하고, 그리고 선체는 견고하고 합법적인 화물을(제35조 참조) 정기용선자 또는 정기용선자 대리점의 지시에 의해 안전항 사이에서(제35조 a항 참조) 합법적으로 운송하여야 한다.

제1조 : 용선기간 동안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선급과 감항능력을 유지하고 선체, 선창과 선창덮개, 기관 및 설비를 충분하게 작동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며 정박하는 항구나 운하에서 현재 요구하는 모든 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제8조 : 선장은 최대한 신속히 항해를 완성해야 하고, 또한 선박의 해원과 보트로써 관습상의 모든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선장은(비록 선박소유자가 선임하였다고 하더라도) 취항에 대하여 정기용선자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야 한다.

제31조 증서, 법규 및 규정 :
a : 선박이 모든 면에서 이 용선계약에 명기되거나 배제되지 않은 항구들이나 장소들 또는 국가들을 항해할 수 있고 항해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하며, 언제든지 필요할 때 선박 그리고/ 또는 선박소유자는 모든 유효 증서들, 기록들 그리고 그러한 항해를 하는 동안 필요한 다른 서류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선박은 이 용선계약에 명기되거나 배제되지 않은 항구들, 장소들 그리고 국가들에 적용되는 모든 법규나 규정을 따르고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
b : 선박은 필수적인 유효장비와 모든 증서들, 기록들 그리고 안전과 건강규정, 국제규정 그리고 수에즈운하를 포함한 모든 기항지의 현재 요구사항에 따라 모든 필요한 서류들을 소지하여야 하고 이 용선계약이 행해지는 동안 계속 그러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제66조 호주 기항 규정 : 선박이 호주항을 항해하는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선박과 선박의 장비들이 현재의 호주항해규정에 적합할 것을 보증해야 하고, 정기용선자의 다른 권리를 침해하는 일 없이,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이 조항에 대한 부분적 또는 전체적인 계약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떠한 결과에 대해서도 배상해야 한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에 항만노조연맹(WWF)9)이 요구하는 호주의 항만노동자 또는 도선사가 이용하는 사다리가 유효하게 장착되어 있고, 이 용선계약 동안에 유지될 것을 보증한다. 선박소유자는 해외로부터 호주로 들어오는 밸러스트 물과 침전물의 하역에 대하여 통제하는 호주 검역소의 임의적인 지침을 충분히 인지하였음을 확인한다. <다음호에 계속>

※주석----

1) 본 사건에서 선박의 이름은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가 선박을 제2선박소유자 Seagate사에게 매도하기 이전에는 Orient Brilliance호이었으나, 매도한 이후에는 Silver Constellation호로 변경되었다.
2) VALE, <
http://www.vale.com/> (검색일자 : 2009년 9월 18일).
3) BHPBILLITON, <
http://www.bhpbilliton.com/> (검색일자 : 2009년 9월 18일).
4) RIOTINTO, <
http://www.riotinto.com/> (검색일자 : 2009년 9월 18일).
5) FMG, <
http://www.fmgl.com.au> (검색일자 : 2009년 9월 18일).
6) 선박이 너무 커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없으므로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the Cape of Good Hope)을 돌아서 운행하는 선박을 의미한다.
7) 정기용선계약서에 의한 선박의 인도기간은 2005년 5월 15일-9월 15일이었으나 지체되어 선박은 2006년 9월 9일에 인도되었다. 일반적으로 용선시황이 하락하였다면 선박이 인도기일 이후에 인도되었을 경우에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한다. 그러나 용선시황이 상승하였다면 선박이 인도기일 이후에 인도되더라도 정기용선자는 용선료의 차액만큼 이득을 보기 때문에 선박을 인도받는다.
8) 현존하는 계약당사자와 제3자 사이에서, 그 제3자가 현존하는 계약당사자 중 어느 하나를 대신하여 그때까지와 마찬가지던가 또는 다른 이행을 행할 것에 합의하여 새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동시에 현존계약을 실효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계약으로 현존계약을 실효화시키고 새로운 계약관계를 맺는데 대해서는 영미법도 대가이론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여 학자들 사이에 논의되었지만 (대가의 제공없이 면책되거나 권리를 얻는 일이 있다), 지금은 유효라고 인정하고 있다. 鴻常夫 편수, ⌜영미상사법사전⌟, (서울 : 대광서림, 2001), 506쪽.
9) 호주의 경우에 Waterside Workers Federation의 약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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