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도해운 염정호 사장(법학박사)
3. 당사자의 주장
당사자인 선박소유자1)와 정기용선자2)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선박소유자의 주장
체결약관 38줄은 선박이 선박의 감항능력과 관련하여 선급이나 등록지 국가가 요구하는 공식적인 증명서를 소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기용선계약서 제31조는 선박이 공적 또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서류를 소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RightShip의 승인에 관한 선박소유자의 의무는 쉽게 명시적으로 정기용선계약서에 규정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결약관 38줄, 제31조, 호주항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여 정기용선계약서의 여러 조항을 검토하여 보아도 RightShip의 승인에 대하여 묵시적이라도 암시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또한  RightShip은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으므로, 선박이 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RightShip의 승인과 관련이 없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용선서비스에 적합한 상태”란 단지 선박의 물리적인 상태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지 않았어도 용선서비스에 적합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RightShip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 또한 RightShip의 검사는 선급검사와 유사하므로 정기용선자가 요청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정기용선자의 요청에 의한 RightShip의 검사질문서와 선박의 검사 절차를 이행할 의무도 없다.

(2) 정기용선자의 주장
선박이 운항에 적합하기 위하여 소지하고 있어야 하는 증명서의 개념에는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체결약관 38줄은 선급,  등록지 국가 및 모든 항구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의하여 선박이 운항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 감항능력이 없는 것이다. 정기용선계약서 제31조의 제목은 제한적으로 선박이 공적 또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서류만을 소지할 것을 규정한 것은 아니므로 정기용선계약서상 명시적으로 규정된 증명서에 RightShip의 승인이 제외되는 것이 아니다. RightShip의 승인여부는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증명서의 발행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면에서 용선서비스에 적합한 상태”란 선박의 물리적 상태뿐 아니라 RightShip의 승인도 포함한다. 또한 RightShip의 검사질문서와 선박의 검사 절차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운항하는데 있어 상사사항에 속하므로, 정기용선계약서 제8조에 의하여 선박소유자와 선장은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III. 판결내용
  1. 중재

첫 번째 쟁점사안에 대하여 살펴본다. 제1선박소유자 Orient사와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 사이의 정기용선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교환되었던 양 당사자의 의견들은 각 당사자가 자기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주장에 불과할 뿐이지 양 당사자가 일정 사실을 알고 있거나 예견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기용선계약이 체결되기 전 협상 시 정기용선자가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어야 할 것을 요청한데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거절한 사실에 의하여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을 의무가 선박소유자에게 없는 것이 아니다. 철광석 또는 석탄의 운송에 관여하고 있는 일반적인 상인은 2001년 12월에 RightShip이 시행될 때부터 RightShip의 필요성에 대하여 알고 있다. RightShip의 승인은 일괄적이며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선박의 결함을 미리 발견하여 수리하도록 하는 자의적이 아닌 일괄적인 선박관리시스템이다. 정기용선자의 입장에서는 RightShip의 승인여부가 영업수익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고, 선박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양심적인 선박소유자라면 선박이 운항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는 것이 선박소유자의 의무인 것이다. 따라서 정기용선계약서 제31조에 의하여 선박이 갖고 있어야 하는 증서는 정부, 항만당국이 요구하는 증서뿐만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온라인상 확인되는 RightShip의 승인도 포함된다. 따라서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을 의무는 선박소유자가 부담한다.

두 번째 쟁점사안에 대하여는 첫 번째 쟁점사안을 검토한 결과로 미루어 보아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계약서 체결약관 18줄, 제8조 그리고 묵시적 협력의무에 의하여 RightShip의 검사질문서와 선박의 검사 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진다. 정기용선계약서 제8조에서 “관습상의 지원”이 선창상태를 깨끗이 청소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에, “취항에 관한 정기용선자의 명령과 지시”는 선박소유자에게 RightShip의 검사질문서와 선박의 검사 절차의 이행을 허락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한다고 하겠다.

2. 1심법원 (Queen's Bench Division : Commercial Court)
첫 번째 쟁점사안에 대하여 정기용선계약서의 체결약관 38줄 및/또는 제31조에 의하여 선박소유자가 용선기간 동안에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고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 정기용선계약서 체결약관 38줄 및/또는 제31조에 의하여 선박이 소지하도록 선박소유자에게 요구되는 증서는 선적국 및 입항당국에서 법적으로 요구하는 증서를 의미한다. 따라서 RightShip의 승인은 단지 상업적인 선박의 이용에 있어서 요구되는 것이지 선적국 및 입항당국에서 법적으로 요구하는 증서가 아니므로 감항능력을 위하여 선박이 소지하도록 요구되는 증서가 아니다. 또한 RightShip의 승인여부는 온라인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 RightShip은 체결약관 38줄 및/또는 제31조에 의한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RightShip은 50여개 요소 가운데 10개만을 공개하고 있어서 등급의 형성과정이 명확하지 않다. 정기용선계약서상 내용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그 계약서에 사용된 문구가 계약체결 전 협상 내용에 의하여 문구를 사용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협상 시 상황을 참조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종전문언배제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협상 내용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본 사건의 협상 내용을 참조하여 보면,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30일 이내에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정기용선자가 정기용선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는다.”라는 조항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정기용선자의 이 제안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거절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을 의무가 선박소유자에게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두 번째 쟁점사안에 대하여 “취항에 관한 정기용선자의 명령과 지시”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서 제8조에 따른 정기용선자의 요청에 의하여 선박소유자는 RightShip의 검사질문서와 선박의 검사 절차를 이행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선박이 RightShip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의무와 상관없이, RightShip의 검사질문서와 선박의 검사 절차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영업에 사용하기 위하여 현실적으로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RightShip의 검사는 선급검사와 유사한 것이 아니라 매 항차마다 송하인의 요청에 의한 선창의 청결상태를 조사하기 위한 검사와 유사하다.

IV. 판례평석
RightShip, 선박의 감항능력 주의의무, 정기용선자의 선장지휘권 및 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고 본 사안에 대하여 검토한다.

1. RightShip
(1) 의의
호주 멜보른에 본사를 두고 있는 RightShip은 선박이 철광석, 석탄 등을 적합하고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철광석과 석탄 시장에서 주도적 지위에 있는 BHP Billiton사와 Rio Tinto사에 의하여 2001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그 이후 2006년부터 Cargill사가3) 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4) RightShip은 전 세계에 운항 중인 선박들에 대한 데이타베이스(database)를 구축하여 선박별로 등급을 분류하여 선박을 용선하고자 하는 회사들에게 선박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BHP Billiton사와 Rio Tinto사가 주로 철광석과 석탄 시장에서 주도적 지위에 있다면, Cargill사는 철광석과 석탄이외에 곡물시장에서 주도적인 지위에 있다. 따라서 Cargill사가 3대 주주로 참여함에 따라 철광석과 석탄이외에 곡물 등을 운송하는 선박도 RightShip의 승인을 요구하게 되어 그 수요가 증가되었다. RightShip의 3대 주주가 용선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드라이벌크 선박수요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5)

(2) 선박의 등급
RightShip은 선박이 운송에 적합한지 여부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하여 판단한다.
(가) 3, 4 또는 5등급
3, 4 또는 5등급은 선박이 운송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나) 2등급
2등급은 선박이 운송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선박소유자는 RightShip과 선박의 위험관리에 대하여 상의한다.
(다) 1등급
1등급은 선박이 운송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선박소유자는 RightShip과 상의하여 선체검사 및 선박과 선박의 관리체계 등에 대하여 보다 세부적인 조사를 한다.
RightShip은 “SVIS”라고 하는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조선소, 선박소유자, 선박관리인, 선령, 사고이력, 항만당국에 의하여 운항이 제한된 적이 있는지 여부, 국적, 선급 상태 및 변경, 이전의 화물과 항로, 터미널 검사 및 PSC 연혁과 ISPS 증서 등을 포함한 50여개의 개별요소를 분석하여 선박의 등급을 결정한다. 선령이 18년 이상인 선박은 자동적으로 2등급으로 분류되는데, RightShip의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선박이 반드시 선체검사를 받아서 선체검사서 내용이 운항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되어야만 한다. 또한 DWT 90,000톤 이상으로서 선령 25년 이상인 선박에 대하여 RightShip은 CAP(Condition Assessment Programme) 검사를 통해 2등급 이상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3) 효과
2003년 3사분기 이후 과거 수년 간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운송수요가 증가되어 케이프시장이 유래 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러한 호황 기간 동안 선복량 부족으로 20년 이상 노후 된 선박도 해체되지 않고 운송에 이용되자, 화주가 노후 선박이 운송에 적합한지 또는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건수가 증가하였다. 따라서 RightShip의 평가시스템의 수요는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2. 선박의 감항능력 주의의무
(1) 의의

선박은 정기용선자에게 인도 시에 감항능력이 있는 상태여야 하므로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인도 시에 선박의 감항능력에 관한 의무를 지는데, 이는 명시적인 약정이 없더라도 묵시적으로 인정되는 의무이다. 감항능력은 협의의 감항능력, 운항능력 및 감하능력으로 구분된다.6) 광의의 감항능력이란 선박이 운송물의 수령?운송과 보존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목적항까지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7) 협의의 감항능력이란 선박 자체를 항해에 견딜만한 안전한 상태에 두는 것으로, 선박 자체의 설계, 구조, 성능이 그 항해에서 일반적인 해상위험을 당하여도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운항능력이 있으려면 약정한 항해를 하는 데에 필요한 설비, 예컨대 선원의 배승, 법정서류의 비치, 연료, 식량 등의 의장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감하능력이 있으려면 선창, 냉장실 등 화물을 적재할 장소를 화물의 수용, 운송 및 보존에 적합한 상태에 두어야 한다.8)

정기용선계약에서 헤이그-비스비 규칙 또는 미국해사물품운송법의 감항능력 규정을 적용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선박소유자는 영미 보통법에서 요구한 절대적 감항능력 담보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감항능력의 의무는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상당한 주의의무가 아니다.9) 정기용선계약의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인도 시에 감항능력의 의무를 진다.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선박소유자의 감항능력에 관한 의무는 선박의 인도 후에는 계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표준서식에는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용선기간 내내 선박의 감항능력을 유지하도록 하려는 취지의 약관을 두고 있어 이러한 경우에 선박의 인도 이후에라도 용선기간 내에 불감항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진다.10)

감항능력담보의무는 조건이 아니라 중간조항이므로, 감항능력담보의무를 위반하였더라도 용선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는 위반의 성격과 결과에 달려 있다. 감항능력담보의무는 매우 광범위하여 사소한 점에서 쉽게 위반할 수 있는바, 용선자에게 사소한 감항능력담보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권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11)

(2) 정기용선계약서상 조항
선박의 감항능력에 대하여 볼타임서식(2001) 제1조는 “용선시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만일 토요일인 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빈 칸 15에 기재된 항만에서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따라서 선박이 항상 안전하게 떠서 정박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선석에서 통상적인 화물운송을 위하여 모든 점에서 적합한 선박이 인도되어 정기용선자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정박시킨 때부터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뉴욕프로듀스서식(1946) 체결약관은 “선박은... 완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선체, 기관 및 속구를 가진 (선급) ○○의 (선급부호) ○○의 선급을 유지하고서... . 선박을 인도할 때에 (선박의 톤수에 따라서 항해사와 갑판부원, 기관사와 기관부원의 정원을 충원하고서) 홀드를 깨끗이 청소하여 운송물의 선적준비를 하여야 하고, 그리고 선체는 견고하고 또한 물 밸러스트, 윈치와 충분한 수증기의 동력을 가진 보조보일러로써, 만일에 보조보일러를 설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모든 윈치를 즉시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는 충분한 기타의 동력원을 가지고서, 모든 면에서 용선서비스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뉴욕프로듀스서식(1993) 제2조는 “선박이 제공될 때는 선창을 깨끗이 청소하고, 또한 선체를 견고하게 하고, 그리고 물 밸러스트를 유지하며, 동시에 모든 운송물을 취급하는 기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을 가지고, 모든 면에서 통상적인 운송서비스에 적합하도록 하여 운송물을 수령할 수 있게 준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주석------
1) 제2선박소유자 Seagate사를 의미한다.
2) 제2정기용선자 Glencore사를 의미한다.
3) CARGILL, <
http://www.cargill.com/> (검색일자 : 2009년 9월 18일).
4) RightShip는 BHP Billiton사, Rio Tinto사와 Cargill사의 3개 회사가 주주로 되어 있다. 이사회는 6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지는데, 각 주주회사는 2명의 이사를 지명한다. 이사회의 회장은 6명이 순번에 의하여 맡게 된다.
5) RIOTINTO, <
http://www.riotinto.com/whoweare/who_we_are_features_5133.asp> (검색일자 : 2009년 9월 18일).
6) 우리나라 상법 제794조에는 감항능력 주의의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이나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발항 당시 다음의 사항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1.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할 수 있게 할 것
   2. 필요한 선원의 승선, 선박의장과 필요품의 보급
   3. 선창·냉장실, 그 밖에 운송물을 적재할 선박의 부분을 운송물의 수령?운송과 보존을 위하여 적합한 상태에 둘 것  
7) 최종현, '해상법상론', (서울 : 박영사, 2009), 240쪽.
8) 한국해사문제연구소편, 배병태감수, '용선계약과 해상물건운송계약', (서울: 한국해사문제연구소, 1993), 29쪽.
9) 박용섭, '정기용선 계약법', (부산 : 효성출판사, 1999), 205-206쪽.
10) 강남호, '해상법의 법률지식', (서울 : 청림출판, 1997), 167쪽.
11) 송상현·김현, '해상법원론', (서울 : 박영사, 2008), 451-4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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