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을 헤쳐나가자 (6) / 한국해사문제연구소 박현규 이사장

 ‘海運, 국민경제의 버팀목’ 명확히 인식해야

▲ 박현규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
엄청난 위기 오는데도 막연한 낙관은 곤란
호황 언제가는 到來, 희망 잃지는 말아야

해운기업들의 글로벌 경제 위기 탈출 해법. 분명히 글로벌 위기도 있고, 실제로 간판을 내리는 선사들도 나오고 있지만 그 해법을 찾기는 요원한 과제인 것만 같다.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결국 한국해사문제연구소 박현규 이사장을 찾아갔다. 근자에 박 이사장은 해운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세미나가 열리기만 하면 목소리 높여 정부당국과 일부 국내 대형하주들을 비판했었다. 더구나 그는 1983년 해운산업합리화 계획 착수 당시에 해운합리화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활동한 바도 있어서 이번 사태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컸다.

박현규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해운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라고 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 살아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해운산업이 국민경제의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때만 해운산업의 살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또한 시황산업인 해운은 반드시 호황이 다시 오게 되어 있으므로 희망을 잃지 말고 차근 차근 대비책을 마련하자고 했다. 박현규 이사장의 인터뷰를 요약 정리했다.  
 

 - 해운업계나 정부당국에서 최근의 글로벌 해운위기 탈출 해법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사장님께서라도 해운산업을 구출하기 위한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사장님께서 파악하고 계시는 해운업계의 실태, 해운업계에 대한 진단은 어떤 것입니까?

  “글세, 현재의 위기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명쾌한 답은 쉽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해운업계는 아마 앞으로 굉장히 어려워질 것입니다. 2월부터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려움이 닥쳐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상을 모르고는 해결의 방법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 잘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생각에서 자기만의 기대를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설마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정에서 태연하게 있지만, 가지고 있던 채권들이 모두 회수 불가능한 휴지조각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회사는 이미 파산상태라는 깨닫고 크게 놀랄 것입니다.”

  (박현규 이사장은 이 부분에서 구체적인 위기의 실체에 대해서는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해운업계에 뿌리를 박고 있는 사람으로서 해운업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렵다고 설명하면 정치권이나 행정부, 은행에 해운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되고, 그것은 오히려 해운업체에 대해 지원을 막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운언론도 국적선사의 부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룰 경우 ‘물에 빠진 사람을 더 밀어 넣는 꼴’이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해운업계가 현재 당하고 있는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해운은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국민이나 행정부, 정책당국자들이 이를 철저히 인식했을 때 해답은 나오고 대책도 수립할 수가 있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모든 나라들을 해운국과 하주국으로 분리해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노르웨이, 그리스, 일본 등과 함께 대표적인 해운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좁은 땅덩어리에, 부존자원이 없고 원자재 수입하여 가공하여 수출함으로써 벌어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국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무려 70-80%에 이르는 그런 나라에서 거의 모든 화물을 해운으로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해운은 국민경제에 직결되는 중요한 산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철강 원가의 50%가 운임이라서 철강가격 안정은 운임안정과 관련이 됩니다. 따라서 물가정책에 있어서도 해운산업을 강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일본의 경우는 이러한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대종화물은 지명입찰제를 통해 모두 일본선사에 11년-12년간 롱텀으로 계약하여 싣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국전력 같은데서 작은 이유를 들어 일본선사들과 COA계약 맺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입니다. 일본선사들은 해운불황이 닥치자 싼 운임을 제시하며 물량 유치에 나섰지만 호황이 오자 한국에서 나오는 화물은 전혀 실어주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해운산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깨달아 해운국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해운산업의 진흥으로 국민경제의 버팀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 이사장님께서 일본선사로부터 배우자고 주장하는데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부 국토해양부 당국자들조차 일본의 예를 들면, ‘왜 자꾸 일본 얘기를 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얘기를 자꾸하는 것은 일본이 좋아서가 아니고 일본이 순수해운국으로서 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꼭 일본이 아니라도 순수해운국으로서 모델이 있다면 그것을 따라가면 될 것입니다. 혹자들은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톤세제도를 먼저 도입했다고 좋아합니다만, 일본은 이미 자율상각제도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그때 그때 형편에 맞추어 감가상각을 많이하거나 적게 할 수 있는 제도 보다 더 좋은 제도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은 이자보급법을 만들어 개발금융으로 해운의 필수 요소인 선박을 꼭 필요한 때 싼 값으로 지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NYK사장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려졌지만 NYK는 96%가 롱텀 베이스로 계약된 선박들이고 단지 4%만 프리보트라고 합니다. 일본 국민들의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글로벌 위기상황에서도 일본선사들만큼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육사를 졸업한 한국사람은 있어도, 일본 해사를 졸업한 한국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일본은 해운을 국가의 안전보장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유럽의 왕족들도 군대를 가는데, 모두 해군을 선택합니다. 우리나라도 해운산업을 기간산업, 국가 안보산업으로 인식하여 해운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과 지원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 이사장님의 말씀은 앞으로 해운산업은 결국 일본선사들처럼 앞으로 장기계약화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결국 선하주 협력 방안과 선사, 조선소간 협력만이 살길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 해운산업의 성장에는 포스코와 같은 대량화물 하주들의 도움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지난해 9월 23일 서부전력이 한진해운과 창명해운으로 낙찰되었던 COA를 일본선사들에게 운임을 조금 더 받고 넘겨준 것은 망국적인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행정부와 언론이 감시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해운산업과 대량화물 하주들의 협력이 가능하려면 우선 해운산업의 필요성에 대해 당국자와 국민 모두가 절감하여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해운산업을 이번에 기사회생 시켜서 국민경제의 버팀목으로 만들겠다는 강렬한 의지 없이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해운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고는 한전이나 포스코 같은 국민기업들도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처럼 포항제철에게 ‘운임이 조금 비싸도 국적선사를 쓰시오’하고 말할 수 있는 식견있는 지도자가 나와야만 한국해운이 살고 한국경제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세이프티 밸브(안전판)으로서의 해운산업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

-해운당국자들이나 해운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현재 해운산업에게는 엄청난 위기가 닥쳐왔지만 해운산업은 시황산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벌크화물 운임지수가 엄청난 고공행진을 할 때 조만간 깊은 계곡으로 빠져든다는 것을 생각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깊은 계곡에 갇힌 양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회복의 시기도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계곡이 깊으면 산도 높습니다. 반드시 호황이 찾아오고 그것도 아주 큰 호황이 다가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공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나친 우려와 부정적인 생각으로 희망을 잃고 넋놓고 있다면 그 것이야말로 끝장나는 일입니다. 은행과 정부당국의 관계자들께서도 해운시황이 반드시 회복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현재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는 선사들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국부의 해외유출과 같은 비극적인 사태가 없도록 해주기를 간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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