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4. 해석 원칙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조항의 해석 원칙으로 적용시기, 기상조건 및 허용범위에 대하여 검토한다.

(1) 적용시기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담보 개시시기에 대하여 영국법에서는 정기용선계약의 체결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와1) 정기용선계약이 개시되는 선박의 인도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로2) 나뉘어져 있다.

Adderstone호 사건에서3) 정기용선자 Polarus사는 Adderstone호를 7개월-9개월 동안 선박소유자 White Shipping사로부터 1937년 3월 6일에 정기용선하여, 같은 조건으로 IFC사에게 1937년 3월 24일에 재정기용선하여 주었다. 정기용선계약서상 선박은 약 13톤 FO의 연료소모량 기준에 약 10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하도록 기재되어 있었다.

한편 노르웨이 정부와 Germa사의 관리인 Mr. Oivind Lorentzen은 선박소유자인 매도인으로부터 체결되어 있는 정기용선계약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Adderstone호를 매수(purchase)하였다. 선박이 정기용선계약서상 기준보다 선박의 속력이 감소하고 연료소모량이 증가하자,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압류하였다. Adderstone호의 매수인은 선박을 해방시키는데 소요한 비용 𔙪,198.12의 손해배상을 매도인에게 청구하였다. 매수인은 “선박매매계약의 체결일에 채권채무의 경개(novation)가 없었으므로, 매도인이 정기용선계약의 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매도인은 “선박매매계약의 체결일에 채권채무의 경개가 있었으므로, 정기용선계약의 위반에 대하여 매도인은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K.B.) Atkinson판사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담보는 정기용선계약의 체결일에 적용되는 것이지, 전체 용선기간 동안 계속하여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매도인은 매수인이 정기용선계약의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매도인이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과 관련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매수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Adderstone호 사건에서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담보시기를 정기용선계약의 체결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담보시기는 선박의 인도일로 보는 견해가 통설이다.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로 오랜 기간이 지나서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선박의 성능이 변화될 수 있으므로, 필자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담보시기를 인도일로 보는 통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와 같은 통설은 계약의 형식적인 해석에서 벗어나서 상사적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통설에 의하여 영국법에서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담보약관은 용선 선박의 인도일에만 적용되며 전체 용선기간 동안에 선박소유자의 담보의무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용선 선박이 인도일에 약정조건 아래에서 약정 연료를 소모하면서 약정 속력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면,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유지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선박소유자는 선박인도일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위반이 있어야 전체 용선기간 동안에 발생한 손해금액을 정기용선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4)

따라서 선박이 인도일에 정기용선계약서상 속력과 연료소모량을 유지하였다면, 인도일 후에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고 연료소모량이 증가되어도 선박소유자는 책임이 없다.5) 그러나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다면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담보시기는 인도일은 물론 전체 용선기간 동안에도 적용된다.6) 미국법에서의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담보책임은 원칙적으로 영국법과 마찬가지로 선박의 인도일에 적용되며7) 전체 용선기간 동안에 계속하여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법에서도 영국법과 마찬가지로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합의가 없으면, 전체 용선기간 동안에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유지를 담보한다고 볼 수 없다.8) 그러나 미국법에서는 영국법과는 달리 용선 선박이 인도된 후에 용선 선박의 선체·기관과 기타의 장치에 결함이 있어서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고 연료소모량이 증가되었다면, 정기용선자가 선박의 인도일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유지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의무위반을 알지 못하여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9) 즉 실질적으로 미국법에서 선박소유자는 전체 용선기간 동안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담보책임을 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10)

이런 점에 미루어 볼 때, 미국법이 영국법에 비하여 정기용선자를 더욱 보호하고 있다고 하겠다. Astraea호 사건에서11)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로부터 선박의 인도일은 물론 항해 도중에도 12노트의 평균속력을 보증하는 조건으로 Astraea호를 정기용선하여, 과일을 운송하기 위하여 재용선하여 주었다. 선박이 운송 도중 용선계약서상 평균속력으로 항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화물이 부패되어 화물의 시장가치가 하락하였다. 재용선자는 선박이 용선계약서상 평균속력으로 항해하지 못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선박에 유치권을 행사하였다. 미국 지방법원 Thomas 판사는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계약의 체결일에 선박이 과일을 운송할 예정이고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면 과일이 부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다. 또한, 정기용선계약은 항해 도중에도 12노트의 평균속력을 보증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므로,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담보는 용선기간의 시작시점인 인도일은 물론 전체 용선기간 동안에 적용되므로,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속력감소로 항해가 지연되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재용선자는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선박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이제까지 검토한 바와 같이, 영미법에서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인도일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유지의무를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정기용선계약서에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유지의무와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선박의 정비에 대하여 볼타임서식(2001) 제3조에는 “선박소유자는…갑판 및 기관 부품을 준비하고 비용을 지급하며, 또 용선기간 중 갑판 및 기관을 완전한 가동상태로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뉴욕프로듀스서식(1993) 제6조에는 “선박소유자는 용선선박의 선급을 유지하고, 선체, 기관 및 설비를 충분하게 작동 상태로 유지하고 또한 선박 직원과 부원의 정원을 확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선박의 속력감소의 원인이 선박정비의 불량에서 기인하였다면, 선박소유자는 선박정비의무의 위반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12) 즉, 선박의 속력감소와 연료소모량증가가 정기용선계약서상 그 원인이 선체기관 또는 장비를 사용하여 선박을 운항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선박소유자의 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하였다면,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인도일 뿐만 아니라 전체 용선기간 도중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가장 빠른 항해 성취에 대하여 볼타임서식(2001) 제9조에는 “선장은 모든 항해를 가장 빨리 성취하고, 또 선원으로 하여금 관습상의 협력을 제공토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뉴욕프로듀스서식(1993) 제8조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어 선박의 인도일 후 용선기간 중에 최고의 상용속도로 항해하도록 하는 의무를 선박소유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최고의 상용속도로 항해하지 않는다면, 그 사실을 입증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 기상조건
뉴욕프로듀스서식에서는 만재 상태에서, 보어퍼트풍력계급(Beaufort wind scale) (얼마)까지를 포함하는 양호한 날씨에서, 약 (얼마)만큼의 연료를 소모하며 약 (몇)노트의 속력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호한 날씨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되어 지는데13) 보어퍼트풍력계급 4이하를 의미한다.14)15) 또한, 보어퍼트풍력계급 4의 상태에서 가끔 선미측 바람이 5내지 6일 경우에도 양호한 날씨라고 판정한 미국중재도 있다.16) 그러나 바다의 파고에 대하여는 이러한 풍력계급과 같은 상관례가 없다.17) 바다의 상태를 측정하기 위하여 파도의 세기와 높이를 나타내는 Douglas Sea Scale을 참조한다.

사실 문제로서 날씨와 바다의 상태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날씨는 좋으나 바다에 상당한 파고를 가진 파도가 존재할 수도 있고, 또한 경우에 따라서 바다는 조용하나 돌풍과 같이 국부적으로 날씨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볼타임서식과 뉴욕프로듀스서식에서 규정한 속력의 요건에 관한 문언은 사실적인 문제일 경우에 그 당시의 기상․해상 조건에 따라서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법률적인 문제일 경우에 항해의 합목적성과 안전성을 고려하여 날씨와 바다가 모두 양호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겠다.18)

주-----

1) Didymi Corporation v Atlantic Lines and Navigation Co. Inc., - The Didymi [1988] 2 Lloyd's Rep. 108(C.A.).
2) Cosmos Bulk Transport Inc v. China National Foreign Trade Transportation Corp - The Apollonius [1978] 1 Lloyd's Rep 53; Arab Maritime Petroleum Transport Co v. Luxor Trading Corp - The Al Bida [1987] 1 Lloyd's Rep 124. See also Bulfracht (Cyprus) Ltd v. Beonest Shipping Co Ltd - The Pamphilos [2002] 2 Lloyd's Rep 681.
3) Lorentzen v. White Shipping Co. Ltd. - The Adderstone [1943] 74 Ll.L.Rep. 161 (K.B.).
4) Davies Martin & Dickey Anthony, Shipping Law, 3rd ed.(NSW : Lawbook Co, 2004), p.350.
5) Bulfracht (Cyprus) Ltd v. Beonest Shipping Co Ltd - The Pamphilos [2002] 2 Lloyd's Rep 681.
6) Arab Maritime Petroleum Transport Co. v. Luxor Trading Corporation and Geogas Enterprise S.A. - The Al Bida [1986] 1 Lloyd's Rep. 142 and [1987] 1 Lloyd's Rep. 124 (C.A.); Bulfracht (Cyprus) Ltd. v. Boneset Shipping Co. Ltd. - The Pamphilos [2002] 2 Lloyd's Rep. 681 (Q.B.); Ocean Glory Compania Natiera S.A. v A/s P.V. Christensen - The Ioanna [1985] 2 Lloyd's Rep. 164.
7) Denholm Shipping Co. v. W. E. Hedger Co., 47 F. 2d 213, 1931 AMC 297 (2d Cir. 1931).
8)Cargo Ships El-Yam Ltd. v. Stearns & Foster Co., 149 F. Supp. 754, 1957 AMC 668 (S.D.N.Y 1955) 115, 116.
9) Hellenic Bulk Transport S.A. v. Burmah Oil Tankers Ltd., SMA 1086 (Arb. at N.Y. 1976); Compania Venetico de Navegacion S.A. v. Preshus Chartering A/S, SMA 1110 (Arb. at N.Y. 1977); Romano v. West India Fruit & S.S. Co., 151 F.2d 727 (5th Cir. 1945).
10)박용섭, “정기용선계약상에서 선박소유자의 속력유지 의무에 관한 연구”, ⌜한국해법학회지⌟ 제4권 제1호, 한국해법학회(1982), 162쪽.
11) Astraea, 124 F. 83 (E.D.N.Y. 1903).
12) Davies Martin & Dickey Anthony, op. cit., p.350.
13) The Leonida Glory, SMA 2753 (Arb. at N.Y. 1991); The Superten, SMA 3304 (Arb. at N.Y. 1996).
14) Arab Maritime Petroleum Transport Co. v. Luxor Trading Corporation - The Al Bida 〔1987〕1 Lloyd's Rep. 124 (C.A.); The Astro Energy, SMA 2771 (Arb. at N.Y. 1991); The Northern Clipper, 1967 AMC 1557 (Arb. at N.Y. 1967); The Miami, SMA 240 (Arb. at N.Y. 1967); The Costa Rican Trader, SMA 203 (Arb. at N.Y. 1967); The Argo Sky, SMA 627 (Arb. at N.Y. 1971); The Adelfoi, 1972 AMC 1742, 1743 (Arb at N.Y. 1972); The Alma, SMA 261 (Arb. at N.Y. 1964); and The Union Mariner, SMA 89 (Arb. at N.Y. 1960).
15) 인터탱크타임서식(1980)에서 풍력이 보어퍼트풍력계급 7이상의 경우가 하루에 6시간 이상일 때에는 양호한 날씨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화물선에 비하여 유조선의 경우에 악천후의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이는 유조선이 건화물선에 비하여 대형화되어 있어 항해에 보다 안전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16) The Stove Valkan, S.M.A. 292 (Arb. at N.Y. 1968).
17) Coghlin Terence, W.Baker Andrew, Kenny Julian, Kimball John D., Time Charters, 6th ed.(London : Informa, 2008), p.83.
18) 박용섭, '정기용선 계약법'(부산 : 효성출판사, 1999),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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