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마케팅으로 평택항 발전 선도"

▲ 서정호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
인천항만공사 초대사장을 역임한 서정호 前사장이 지난달 22일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머리를 갸웃거리며 설마라는 반응이다. 국토해양부의 유력한 차관 후보였으니 이러한 반응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PA는 아니다. 쉽게 말해 부산항만공사나 인천항만공사처럼 부두에 대한 관리권이 없다는 뜻이다.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발전해나가는 PA와 달리 경기평택항만공사는 경기도에서 예산을 받아 평택항 홍보 및 마케팅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공사다. 우리가 고개를 갸웃한 것은 서정호 사장을 담기에 경기평택항만공사라는 그릇이 너무 작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취임후 1달만인 지난 25일 평택항 홍보관에서 해운전문지 기자들과 오랜만에 자리를 마주한 서정호 사장은 이러한 시각에 대해 "아직 시간은 충분합니다. 여기서 꿈을 키워가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가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는 표현으로 크게 개의치 않고 있음을 비췄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에서 물러난지 5개월여 동안 서정호 사장은 좋은 조건으로 영입을 제의하는 기업체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평택항만공사를 선택한 것은 그가 정말 잘할 수 있고 평생을 함께 해왔던 해운·항만·물류산업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사장은 역시 해운·항만·물류산업 전문가였다. 취임 1달이 지났지만 이미 평택항이 직면한 문제점들에 대한 분석이 끝나 있었고 평택항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 가에 대한 구상도 대부분 정리가 돼 있었다.

서 사장은 평택항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고객맞춤형 마케팅 전략의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이미 마케팅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직구성과 인력확충을 시작했다. 올해 평택항에는 두 번째 컨테이너 터미널인 평택아이포트, 평택항 최초의 마린센터가 가동에 들어간다. 46만평 규모의 제1차 배후부지 분양도 올해 시작이 된다. 제2의 양적 팽창을 시작한 평택항이 서 사장이 준비하고 있는 고객맞춤형 마케팅 전략으로 얼마나 변화하고 발전하게 될지 평택항만업계서는 자못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음은 서정호 사장과 해운기자단이 나눈 일문일답.

-취임을 축하드린다. 인천항을 위해 일하셨지만 이제는 인천항하고 싸워야할텐데...소회를 들려달라.

=평택항에서 일을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IPA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인천항의 한 원로분에게 이제 평택항에서 일하게 됐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면서 인천항 물동량 다 평택항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공무원 생활을 30년을 하면서 명령을 받으면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인천항에서 섭섭해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여기서 최선을 다해 일할 것입니다.

인천항만공사 사장을 그만두고 쉬는 동안 사실 여러 기업체에서 좋은 조건으로 영입제의가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이런 영입제의에도 불구하고 경기평택항만공사를 선택한 것은 제가 지금까지 열정을 불태웠던 해운·항만·물류산업에서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국토해양부 차관 후보까지 거론됐던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을 하나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택항에서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꿈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

=우리는 평택항의 홍보와 마케팅, 마린센터·배후단지 건설 및 관리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평택항 활성화에 대단히 큰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 9월에 공사가 완료되는 평택항 마린센터 건립 비용 303억원을 경기도가 전액 내놓은 것만 봐도 경기도의 관심과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오는 5월말 분양을 시작하는 48만평 규모의 1차 배후단지에도 경기도가 총사업비의 50%인 400여 억원을 투자했습니다. 1차 배후단지는 주로 물류기업들에게 분양할 계획인데 이미 대형물류기업 몇곳에서 투자의향을 보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5월에 분양이 완료되면 내년초부터 건설공사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부터는 배후물류부지에서 물류창고가 가동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2~3단계 배후단지공사가 계속해서 진행될 예정이다. 배후단지공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총 136만평의 배후단지가 갖추게 되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배후단지는 가능한 한꺼번에 건설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되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해나갈 계획입니다.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동량이 갑자기 줄기 시작해 지난해 35만teu를 처리하는데 그쳤습니다. 이는 평택항 뿐만 아니라 인천항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200만teu를 목표로 잡았던 인천항은 170만teu 처리하는데 그쳤다.

이러한 물동량 감소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행스럽게 평택항의 물동량 증가율은 전국항만중에서는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이 되고는 있지만 평택항도 이 상태대로 간다면 시설과잉을 면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평택컨테이너터미날(PCTC) 4개 선석에서 처리한 물동량이 25만teu였습니다. 그러나 이정도 시설이면 연 100만teu이상도 충분히 어리할 수 있습니다. 올해 평택아이포트 1선석이 개장하고 내년에 2개선석이 가동이 되면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은 총 7개 선석을 보유하게 되는데 컨테이너 물동량을 유치하지 못하면 평택항의 시설과잉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 어떻게 하면 컨테이너 물동량을 늘릴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계속 고민을 하고 있지만 결국 마케팅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터미널 사업자들과 함께 선하주 고객들을 만나면서 평택항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는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근 기흥에서 햄을 만드는 기업체 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유럽, 호주, 동남아지역에서 고기를 수입해 냉동창고에 보관하면서 햄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고기를 모두 부산항을 통해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그 사장님께 왜 가까운 평택항을 이용하지 않습니까하고 물어봤더니 평택항은 통관, 검역이 까다롭고 냉장창고도 없어 부산항을 이용해왔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평택항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평택항은 서해권항만중에서 유일하게 유럽항로와 미주항로가 개설돼 있으며 24시간 통관시스템이 구축돼 통관, 검역 등이 과거보다 훨씬 편리해졌습니다. 최근에 평택항 인근에 냉동냉장창고는 물론 물류창고들도 많이 생겨 편리한 보관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습니다.

위의 예는 하주고객들에게 평택항의 사정을 제대로 알리고 그들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마케팅을 펼치면 평택항의 경쟁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충청지역은 물론 경기지역의 하주들은 관행적으로 부산항을 통해 화물을 입출항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 이러한 관행을 깨기 위해 어떻게 이들을 설득시킬 것인가를 마케팅팀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천, 부산으로 가는 화물을 어떻게 빼앗아 올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부산, 인천과 물동량 쟁탈전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항만간 이러한 쟁탈전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조정을 해주는 역할을 해야하지만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천항에서 일할 때 인천항뿐만 아니라 평택항, 당진항, 대산항까지 하나의 PA가 관리운영하면 항만별로 특화시켜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화가 없는데 지자체간 정치적인 문제 해결과 같은 난제들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앞으로의 물동량 쟁탈전은 항만간의 경쟁이라기 보다는 터미널간의 싸움입니다. 평택항하고 인천항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항의 컨테이너 터미널과 평택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이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도권에 제대로된 컨테이너 터미널이 없었기 때문에 수도권 하주들이 teu당 50만 이상의 물류비를 부담하면서 화물을 부산과 광양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부산항을 허브항으로 키우자고 수도권 하주에게 teu당 50만원 이상의 물류비를 부담시키는 것은 국가 전체 경쟁력 제고를 놓고 보면 전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육상 트럭킹 대신 해상운송을 통해 수도권 화물을 인천항과 평택항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물류왜곡을 막고 하주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법입니다.

사실 이제 허브라는 개념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대형 허브항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물류비와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항이면 어느 항이든 기항해 서로 환적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허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틈새시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틈새시장을 평택항 터미널들이 비집고 들어가서 인천항 터미널들과 싸워서 이겨야만 평택항의 미래가 있습니다.

이미 컨테이너 터미널 시장은 바이어스 마켓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하주들은 좋은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터미널을 찾게 돼 있습니다. 선하주들을 유치하기 위해 터미널간 서비스 및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이익이 될 것입니다.

-배후단지 임대료 및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해양수산부시절 상해항과 경쟁하기위해 부산신항과 광양항에 저렴한 가격에 배후물류단지를 임대해준적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해줬지만 광양항은 수요가 없기 때문에  물류창고를 지어서 사업을 해봐야 손해입니다. 부산신항은 수요는 있지만 공사비가 너무 많이 들어 역시 손해를 봐야하는 처지입니다.

반면 평택항 1차 배후단지는 위치도 좋고 수요도 많기 때문에 임대료를 주변시가의 약 70% 선에서 분양을 하려고 합니다. 조건이 좋은 상황에서 가격까지 낮으면 초과수요가 생기게되고 초과수요가 생기면 반드시 왜곡이 생기게 마련이니다. 더 많은 땅을 확보하려고 청탁, 부정, 외압과 같은 왜곡이 생기게 된다는 말입니다.

현재 평택지역의 평당 임대료가 월 3000~4000원정도에 형성이 돼 있는데 국토해양부와 잠정적으로 1차 배후단지의 평당 임대료를 월 2100원정도로 책정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 배후단지는 주로 물류기업들에게 분양을 해줄 계획입니다. 현재도 대형 물류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배후단지내에서 라벨링이나 포장과 같은 간단한 고부가가치 물류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또 소형 포워더들을 위해 공동CFS, 공동물류센터 등을 건설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추가공급되는 100만여평의 배후단지에는 수출입 화물을 생산하는 제조업체까지 분양하는 것도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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