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수혜 오리엔트조선 사장♦ 오리엔트조선의 첫 건조선박 진수 소감은?

“서비스업을 하다 거칠고 험한 조선업에 뛰어 들어 어려운 점이 참 많았다. 솔직히 주변의 우려와 기대가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진수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여성기업인이 중공업 분야에 뛰어들어 이뤄지는 첫 사례로 기록됐다. 여성기업인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조선분야에 진출해 첫 선박을 진수하게 됐다는 점에서 참 뿌듯하다. 어려운 시기마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1호선인 OSN-1001호가 인도될 때까지 당사의 기술력을 총 동원해 건조에 힘쓰겠다. 여성도 조선사를 멋지게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 드리고 싶다.”

♦ 신생조선소로서 첫 호선을 진수하기까지의 어려운 점은?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난관이 많았다. 우선 기술 인력의 확보가 가장 어려웠다. 대형 조선소만을 선호하는 편중 현상이 심했다. 1호선을 착공한 2008년 1월 이전에는 신생조선소들이 많이 생겨나고 조선업의 경기 호황기였기 때문에 기술 인력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고급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회장님과 함께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수요는 많고 공급은 한정돼 있어 당사와 같은 신생조선소에 입사하고자 하는 인력이 많지 않았다.”

“그 다음은 신생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로 야기된 자금경색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당사는 금융권에서 운영자금 등 대출에 대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자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되면서 한동안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좋은 등급(B)을 받아 지금은 잘 해결됐지만, 그 당시에는 ‘왜 조선업을 시작했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 조선경기 침체와 신생조선소 퇴출 문제 등 어려움 속 오리엔트조선의 대처방안은?

“오리엔트조선은 조선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시기가 가장 늦었지만 신생조선소 중에서 가장 좋은 신용등급을 받아 자금문제도 잘 해결되고 있다. 이제는 훌륭한 배를 지어 선주에게 인도하는 일에만 전념할 것이며,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운영하는 조선소를 가장 좋은 조선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리엔트조선은 타 중소 조선업체와 달리 환차손의 피해가 거의 없다. 또한 향후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투명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여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이러한 경쟁력으로 생산성을 높여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오리엔트조선 광양조선소 건설 진척 상황은?

“현재 광양조선소는 총 30만평의 부지가 조성돼 있는 상태이고, 토목안벽공사가 올 7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건축 및 생산시설 공사는 약 50%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길이 300m의 플로팅도크와 180K 벌크캐리어, 33.3K 벌크캐리어가 건조되고 있다.”

♦ 현재 건조 중인 선박과 향후 건조 계획은?

“현재 33.3K 8척, 180K 2척 등 총 10척을 건조하고 있다. 신생조선소인 만큼 현재의 주력 선종은 벌크선이지만, 앞으로 기술력이 축적되면 컨테이너선과 CNG선으로 선종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수리선 사업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미군함 수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간과 공사비용이 많이 드는 드라이 도크 대신 플로팅 도크와 NMTS(New Modular Transporter System)를 활용한 건조방식은 당사만의 특장점이다.”

♦ 신생조선소 사장으로서 금융권과 정부 당국에 하고픈 말은?

“오리엔트조선은 기업부실과 관계없는 B등급을 받았다. RG를 빨리 발급해 주시면 바랄게 없다. 총 38척 수주물량 중 18척 밖에 RG 발급을 받지 못했다. 아직 20척이나 못 받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요청하는 사항이지만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적극적인 검토로 RG가 해결되면 마음 놓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으며, 이는 곧 국가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겠다."

“조선업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은 대기업 조선소에 주로 집중돼 있다. 국내 대형 조선소는 세계에서도 굴지의 조선소로 자생력이 있는 기업이다. 대형 조선소보다는 중소형 조선소나 신생조선소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없어도 자생할 수 있는 기업과 중소형 신생조선소 중 정부나 금융당국이 지원해야 할 조선소는 너무나 자명하다.”

♦ 여성으로서 기업을 경영하며 힘들었던 점은?

“여자로서 중공업 분야에 뛰어든 이후 ‘여사장이 뭘 안다고?’ ‘여사장이 무슨 조선을 한단 말이야?’ 라는 등등의 혹독한 찬물세례를 받은 적이 많았다. RG를 발급 받을 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기도 했다. 오리엔트조선이 정상화된다면 이들을 모두 찾아다니며 성공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남성기업인은 사업 한 가지만 잘 하면 되지만 여성기업인은 1인 5역을 해 내야 한다. 남편, 자식, 회사, 직원과 나를 모두 돌아봐야 한다. 다른 여성경제인, 젊은 여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은 여성이라고 뒤로 처지지 말자는 것이다. 물러서지 말고 남자보다 3배 이상 일하고 남보다 2시간 덜 자는 등 노력해야 한다. 회사가 커지면서 여성 채용을 늘리고 아기 보육센터 등 여성 직원을 위한 배려를 고민 중이다. 결혼하고 양육 때문에 그만 두지 않도록 시설을 갖출 것이다. 현 정부도 여성기업인 육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여성이 마음 놓고 일 할 수 있는 제도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정비해 주길 바란다.”

♦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국 수석부회장으로서 전국의 여성기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직도 우리사회는 남성우월적인 요소가 많지만 21세기는 여성이 주도할 것으로 본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역할이나 틀에 스스로를 가두려 하면 안 된다.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여성은 섬세한 감각을 바탕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때문에 부도율도 낮다고 한다. 기업과 직원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여성이라고 서비스업과 같이 부드러운 분야에서만 잘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나간다면 어느 분야에서든지 여성기업인은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전국에 1700여 명의 여성기업인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놀라운 것은 이들 중 부도난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으로 이 힘든 상황을 기회로 받아들여 극복하면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활짝 꽃 필 날이 올 것이다. 힘내고 전진하시길 바란다. 파이팅!”


[ 2009년 04월  노치정/정심교]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