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지난 회에는 어떻게 유럽 대륙에 선주책임제한제도가 발생되었는지를 보았는데, 영국은 대륙과는 동떨어지게 로마법의 원칙에 보다 충실하였다. 로마법에서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 전부에 대하여 배상하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대륙에서 생긴 선주책임제한 제도는 1733년에 생긴 한 금괴(bullion) 화물 도난 사고를 통하여 영국에도 이식되게 되었다. 즉, 금괴가 화물로 선적되어 있었는데 이 금괴 화물을 선장이 선주 모르게 임의로 취거하여 간 사건으로서, 선주가 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 사건1)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2).

이 사건에서 선주가 손해배상책임을 지자 영국의 수 많은 선주들은 의회로 달려가 항의를 하였는데, 자신들이 선주가 되는 시점에서 자신들의 책임이 선박 및 운임의 범위 내인 것으로 예상하였으며,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고, 그러한 면에서 Boucher v. Lawson 판결은 선주들에게 감당할 수 없고 또한 불합리한 부담을 준다는 것이었다.

영국 선주들은, 반면, 대륙의 어느 선주들도 그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 하였다. 따라서 영국 선주들을 위한 어떠한 입법적 조치가 없으면 무역업 및 해운업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청원을 하였다.

이러한 항의는 받아 들여졌고, 그 결과 영국 의회는 1734년 “the Responsibility of Shipowners Act”를 제정하였다. 이 법의 내용은 선장이나 선원의 화물 절취에 의하여 선주가 책임을 지는 경우 선주의 책임은 선박 및 운임의 합계액의 한도로 제한된다는 것이었다.

이 입법의 첫머리에 영국 의회의 입법 취지가 나와 있는데, “선대 확충을 촉진하고, 무역업자들(혹은 상인들)이 선대 확충에 대하여 무관심하여 지는 일을 방지하는 것은, 이 왕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비록 선적된 화물이 선주가 모르는 사이 (without the knowledge or privity of the owner), 선장이나 선원들에 의하여 절취되는 경우에도 여러 사건에서 선주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되어 왔는데, 이는 무역업자들(혹은 상인들)이 선대에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여 선주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어서, 이는 결국 이 왕국의 무역 및 해운업에 손상을 가할 것이 명백하다”로 되어 있다.

1734년 “the Responsibility of Shipowners Act”를 필두로 하여 선주에게 불합리하게 불리한 여러 사건이 날 때 마다 법의 개정이 있었으며3), 특히 뒤에 제정된 Merchant Shipping Act, 즉, Merchant Shipping Act 1854, Merchant Shipping Act 1862, Merchant Shipping Act 1894로 계속하여 발전하여 나갔다.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국에서의 선주책임제한제도는 영국의 해운업자들 및 무역업자들과 대륙의 해운업자들 및 무역업자들과의 경쟁 속에서 탄생된 것이며, 영국 정부가 국가적으로 영국의 해운업자들 및 무역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정의 관념”에서 발생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점을 Lord Denning은 “Limitation of liability is not a matter of justice. It is a rule of public policy which has its origin in history and its justification in convenience” (번역: 선주책임제한제도는 정의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 그 기원이 있고 편의함에 정당성을 두고 있는 일종의 공공정책적인 입법이다). 이 말은 앞서의 사건이나 1734년 “the Responsibility of Shipowners Act”의 제정 배경을 보면 그 의미가 보다 용이하게 이해될 것이다. 

주---

1) Boucher v. Lawson, 95 Eng. Rep. 53 (K.B. 1733)
2) Michael Thomas, “British Concepts of Limitation of Liability” (53 Tulane Law Review 1205), 이 글의 상당 부분은 이 원고에서 인용되는 것임을 밝힌다.
3) 1734년 “the Responsibility of Shipowners Act”은 선주책임제한의 혜택을 받는 선박을 영국 선박에 국한하였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 같다. 뒤의 1813년 “the Responsibility of Shipowners Act”에서 처음으로 선박충돌로 인하여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도 선주책임제한이 확대되었으며, 하나의 특정 항해 동안 두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책임제한금액은 선박 및 운임 합계액인 것은 종전과 동일하였지만, 사고 별로 각기 다른 기금이 설정되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 영국 선박에 그 혜택이 국한되었다. 1854년 Merchant Shipping Act에 이르러 인적 손해에 대하여는 일정액(톤당 15파운드)의 기금을 형성하게 하였는데, 비로소 금액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적 손해에 대하여는 여전히 선박 및 운임의 합계액이 책임제한액수이었으므로, 선박관리를 불량하게 한 선주가 더 유리하여 진다는 모순이 발생되어 1862 Merchant Shipping Act는 물적 손해에 대하여도 금액주의가 도입되었으며, 이 내용은 1894 Merchant Shipping Act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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