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대표
(2) 지급정지 (off-hire)

정기용선에서 정기용선자는 수익을 목적으로 선박을 용선하므로 선박은 정기용선자가 기대하는 정도로 감항능력(seaworthiness)이 있어야 하나, 용선기간 중에 정기용선자측의 책임없는 사유로 인하여 선박이 가동력을 일시 상실하여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선박의 이용이 중단되는 기간에 대하여 용선료 지급이 면제되는 것을 “지급정지”라고 한다.

볼타임서식(2001) 제11조에는 “악천후로 인하여 항이나 묘박지로 피항한 경우에, 수심이 얕은 항이나 모래톱이 입구에 있는 항이나 강으로 항행하는 경우 또는 운송물에 사고가 생긴 경우 등으로 인한 해당 선박의 지연이나 그로 인한 비용은 용선자가 부담한다.”라고 규정하여 선박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뉴욕프로듀스서식(1993) 제17조에는 볼타임서식에서와 같은 취지로 “악천후로 인하여 항이나 묘박지로 피항한 경우에, 수심이 얕은 항이나 모래톱이 입구에 있는 항이나 강으로 항행하는 경우 등으로 인한 해당 선박의 지연이나 그로 인한 비용은 용선자가 부담한다. 만약 운항 중에 선체, 선박기계류 혹은 장비의 결함이나 고장으로 인하여 선박의 속도가 감소하면 그로 인한 시간적 지연과 추가 소모된 연료유 혹은 모든 입증된 추가 비용은 용선료에서 공제된다.”라고 규정하여 선박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선저오염으로 발생한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손해배상을 단지 “지급정지”로 간주하여 해결한 미국중재가1) 있다. 영국의 1978년 Apollonius호 사건의 판례 또한 선저오손의 문제가 지급정지의 적용대상으로 해석되었다. 선저오손이 비정상적으로 심한 경우를 볼타임서식의 지급정지조항에서 “선체의 손상 또는 기타 사고(damage to hull or other accident)”의 문언에 있어서 “기타 사고”로 본 것이다. 이러한 판결의 이유는 영국중재에서 선저오손이 비정상적이라는 판정 사실이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선저오손이 비정상적이 아니라면 볼타임서식의 지급정지조항에서 “기타 사고”에 포함되지 아니할 것이다. 이 점은 앞으로 정기용선계약에 있어서 선저오손의 어떠한 상태가 “비정상적인가” 하는데 해석의 초점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박소유자가 단순하게 선박의 속력을 감소시키는 행위는 지급정지조항이 적용되기 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지급정지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이로 말미암아 항해성취가 지연될 경우에 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계약의 불이행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2)3)

본선 결함으로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연료소모량이 감소되었다면 선박소유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 이 경우에 정기용선자는 뉴욕프로듀스서식(1993) 제17조에 의하여 선박의 속력감소로 인하여 손해 본 기간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액에 대하여 지급정지의 처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선박소유자가 이득을 본 연료는 감안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급정지는 조항에 열거된 해당 사유의 발생시 용선료에서 공제할 수 있는 것일 뿐, 그로 인한 반대급부는 전혀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이 지급정지와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유지에 대한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에 제기되는 손해배상청구와의 차이점이다.

 (3) 공제(deduction)

 과거에는 용선계약서에 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한, 명백한 손해배상금액이라고 할지라도 용선료는 운임과 같은 성격을 가지므로 공제없이 전액 지불되어야 한다는 견해가4)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는 용선계약서에서 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 않더라도 손해배상금액의 상계가 가능하다면 공제가 가능하다는 견해가5) 지배적이다.6) 그러나 아직까지도 공제에 관한 영국법의 입장은 충분하고 확실하게 적립되지 못하고 있다.7) 그러나 뉴욕프로듀스서식(1993) 제17조에는 선박의 속력감소 및 연료소모량의 증가로 인하여 발생한 추가 비용은 용선료에서 공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기용선자가 신중하게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을 검토하지 않고 확실하지 않은 금액을 용선료에서 공제한 경우이다.

정기용선자는 첫째 최종적으로 결정되었거나 합의된 분쟁금액을 공제하는 것을 허용하는 관련조항이 계약서상에 명시되어 있거나, 둘째 손해배상금액이 화물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선박소유자비용 및 지급정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용선료가 선박의 사용방해와 관련되었다면, 영미법의 “형평법(Equity)상 상계(set-off)의 원칙”에 따라 다음번 용선료를 지급시 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정기용선자가 용선료를 적법하지 않게 공제할 경우에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선박을 회수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기용선자는 공제여부를 결정할 때 합법적인가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여야 한다.8)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속력감소와 연료소모량증가를 원인으로 발생한 손해금액을 선박소유자의 확인없이 임의로 용선료에서 공제할 수 없다.9)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를 선박소유자에게 통지하고, 손해배상금액을 선박소유자로부터 확인받은 후에 다음 용선료에서 공제하는 것이 가장 합법적인 방법이다.

IV. 결어

영미법상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유지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의무에 관하여 연구한 결과, 영국법과 미국법 사이에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영국법에서는 선박의 인도일에 선박소유자의 의무위반을 알아야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미국법에서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의 인도일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유지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의무위반을 알지 못하여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둘째,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었지만 연료소모량이 감소되어 정기용선자에게 이득을 가져왔을 경우의 손해배상청구에 있어, 영국법에서는 손해배상을 할 때 이러한 이득을 공제해 주어야 하지만, 미국법에서는 이러한 이득은 고려하지 않고 선박의 속력감소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셋째, “무보증”이란 표시가 영국법에서는 선박소유자에게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 반면, 미국법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선박소유자를 보호하나 근본적으로 선박소유자는 책임을 져야한다. 상기 관점에서 볼 때, 미국법에 비하여 영국법이 선박소유자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분쟁은 매우 많이 발생하므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선박의 명세란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을 명확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할 때 정기용선자로부터 예상되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방지하기 위하여, 첫째 선박의 명세란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이 실제의 성능보다 과장되어 기재되어서는 안되며, 둘째 선박의 속력을 기재할 때 평균속력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만재 상태와 공선 상태를 구분하여 표시하여야 하며, 셋째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앞에 “약”이란 문구를 표시하여야 한다. 또한,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면책의 가능성을 주지 않기 위하여, 첫째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표시에 “무보증”이란 문구를 표시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며, 둘째 선장이 항해일지를 선박소유자에게 유리하게 기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항해일지와 독자적인 기상정보전문기관의 기상보고서가 다르다면, 독자적인 기상정보전문기관의 기상보고서가 우선한다.”라는 추가 조항을 정기용선계약서에 기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약”이란 문구의 해석에는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약”의 허용범위를 미리 정하여야 한다.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 유지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의무에 대하여 영미법은 오래 전부터 판례를 통하여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독자적으로 일괄적인 이론 정립은 별도로 하고 연구가 미비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일반법제는 대륙법계의 영향을 받았으나, 해상법은 국제적으로 보편화되고 있으므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영미법을 검토하는 것은 의의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하여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용선계약 실무자에게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할 경우에 발생 가능한 법적 분쟁에 미리 대비시키는 교육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

주---
1) The Northern Clipper, 1967 AMC 1557 (Arb. at N.Y. 1967); The Panagiotis Xilas, SMA 1035 (Arb. at N.Y. 1976).
2) Steamship Knutsford Co., v. Baker & Co., 261 F.866,870 (2d. Cir. 1919).
3) 박용섭, 앞의 논문, 160-161면.
4) Steelwood Carriers Inc. v. Evimeria Cia. Nav. S.A. - The Agios Giorgis [1976] 2 Lloyd's Rep. 192 (Q.B.).
5) Ocean Glory Compania Naviera S.A. v. A/S P.V. Christensen - The Ioanna [1985] 2 Lloyd's Rep. 164 (Q.B.).
6) Davies Martin & Dickey Anthony, op. cit., p375-376.
7) Williams Harvey, Chartering Documents, 4th ed.(London : Informa, 1999), p82.
8) Gorton Lars, Hillenius Patrick, Ihre Rolf, Sandevarn Arne, Shipbroking and Chartering Practice, 6th ed.(London : Informa, 2004), p283.
9) The Alpheos, SMA 3473 (Arb. at N.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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