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대표
이번 호부터 게재되는 ‘염정호 칼럼’은 ‘정기용선계약상 반선기일의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일도해운 대표이사이자 법학박사인 염정호 박사가 지난 2008년 7월에 해사법연구 제20권 제2호에 게재했던 논문으로 한국해운신문의 독자를 위해 새롭게 고쳐 쓴 것이다.<편집자주>

대상판례: UKHL 48, 9 July, 2008
[2008] 2 Lloyd's Rep. 275, Achilleas호 사건

현재 해운용선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과거에 경험하여 보지 못한 정도로 시장이 확대되었고, 국내 해운업의 성장으로 국내 해운회사가 세계용선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용선계약의 내용과 그 해석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이해가 상반되어, 정기용선계약과 관련된 많은 법적 분쟁이 예상되어 진다. 정기용선계약에서 해운실무상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 중 하나가 반선기일의 위반에 관한 분쟁이다. 현재 용선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정기용선계약의 일당 용선료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시황의 등락이 심하여져서 상반되는 이해관계로 인하여 분쟁이 발생하면 그 분쟁금액은 매우 크다.

정기용선계약에서 대부분의 경우 준거법은 영국으로 되어있다. 이와 같이, 영국이 준거법으로 되어있는 경우에 발생될 수 있는 분쟁을 미리 법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영국의 판례를 검토하였다. 우선, 정기용선계약상 정기용선기간과 반선기일의 위반에 대한 영국의 판례를 검토하였다. 또한, 영국의 판례에서 소원성과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금액을 검토하여 손해배상범위를 연구하였다. 본 판례의 연구는 반선기일의 위반과 손해배상범위에 대한 최근 영국법원의 태도를 소개하는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I. 들어가며

본 사건에서 정기용선자는 “Achilleas”호를 선박소유자로부터 정기용선하여 2004년 5월 2일까지 반선하기로 되어 있었다. 선박소유자가 정기용선자의 반선 통지를 믿고 Cargill사와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반선기일보다 늦게 반선함으로써 차기 계약의 인도기일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당시 용선시황은 계약의 체결 시 보다 하락하였으므로 Cargill사는 더 경쟁적인 용선료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었으므로, 차기 정기용선계약을 취소하였다. 결과적으로, 일당 용선료를 미화 8,000불 낮게 하는 조건으로 인도기일을 연장하여 재정기용선계약이 체결되었다. 본 사건은 정기용선자가 반선기일을 위반하여 늦게 선박을 반선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으로 해운실무상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쟁이다.

해운용선업무에서 실무담당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하는 손해배상금액은 매우 클 수 있다. 따라서 본 사건을 검토함으로써 활발한 해운용선시장에서 정기용선계약을 수시로 체결하고 있는 국내 해운회사의 실무자에게 업무상 도움을 주고자 한다.

II. 사건의 개요

본 사건의 사실관계와 당사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사실관계

선박소유자 Mercator사는 69,000dwt Bulk Carrier인 Achilleas호를 정기용선자 Transfield사에게 약 5개월/7개월(“약”은 15일의 가감을 의미한다) 동안 일당 미화13,500불의 용선료로 2003년 1월 22일에 정기용선하였다. 본 정기용선계약은 추가로 최단 5개월/최장 7개월 동안 일당 미화16,750불의 용선료로 사용하도록 2003년 9월 12일에 연장계약이 체결되었다. 추가로 연장된 기간은 2003년 10월 2일부터 2004년 5월 2일까지 였으나, 선박은 실제로 8일이 늦은 현지시간 2004년 5월 11일 8시 15분에 반선되었다. 정기용선계약은 뉴욕프로듀스서식(1946)으로 체결되었는데,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선박의 반선 전에 반선지역과 함께 약 20일/15일 전 그리고 10일/5일/3일 전에 확정된 반선통지(반선일자 및 항구)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4월 30일과 5월 2일 사이에 반선될 것이라고 2004년 4월 8일에 약 20일 전, 4월 15일에 약 15일 전 그리고 4월 20일에 확정된 10일 전 반선통지를 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의 반선통지에 근거하여 정기용선자 Cargill사에게 약 4개월/6개월 동안 일당 미화39,500불의 용선료로 선박이 4월 28과 5월 8일 사이에 인도되는 조건으로 2004년 4월 21일에 정기용선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4월 28일과 5월 2일 사이에 Oita항에서 반선될 것이라고 4월 23일에 확정된 7일 전 반선통지를 하였다. 정기용선자가 체결한 최종항차는 Qingdao에서 석탄을 선적하여 Tobata와 Oita에서 양하하는 항해였다. 4월 24일에 Qingdao에서 석탄(66,799톤)의 선적이 완료되었다. 정기용선자는 4월 26일 선박이 지연되어 Oita항에서 5월 6일 또는 7일에 반선예정이라고 통지하였고, 4월 27일에는 5월 4일 또는 5일에 반선예정이라고 수정 통지를 하였다. 선박은 Tobata에서 양하를 완료하고 4월 30일에 Oita에 도착하였으나 Oita에서 양하작업이 지연되었다. 5월 5일에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5월 8일까지 반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기용선자인 Cargill사에게 인도기일을 5월 11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일당 용선료인 미화39,500불을 당시 시황용선료인 미화31,500불로 조정하는 조건으로 인도기일을 5월 11일로 연장하여 주겠다는 정기용선자 Cargill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Cargill은 선박을 5월 11일 8시15분에 인도받아서 2004년 11월 18일 8시15분까지 191일 11시간을 사용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 Cargill사와 체결한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의 반선이 지연됨으로서 발생한 일당 미화8,000불의 용선료에 해당하는 미화1,364,584.37불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당사자인 정기용선자와 선박소유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정기용선자(원고, 항소인)의 주장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주장하는 계약의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은 Hadley v Baxendale 사건의 일반논리의 개념을 벗어난다. 정기용선자가 반선기일을 위반하여 선박을 반선하였을 경우에, 손해배상금액은 반선기일과 실제로 선박이 반선된 기간 동안 약정용선료와 시황용선료의 차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이미 확립된 방법이 있다. 만약 선박소유자가 취소된 정기용선계약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이러한 손해는 Hadley v Baxendale의 제2법칙에 해당되므로 정기용선자와 추가로 최단 5개월/최장 7개월의 기간연장계약을 체결할 때 선박소유자가 ⌜선박의 차기계약은 현재 정기용선계약과 유사한 정기용선계약을 Cargill과 체결하고자 하니, 반선기일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통지했어야 하는데, 선박소유자가 관련 통지를 하지 않았으므로 정기용선자는 책임이 없다. 또한, 선박소유자가 Cargill사와 체결한 정기용선계약에 대하여 「어떤 사람도 타인과의 사이의 행위에 의하여 불리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는「타인 사이의 행위원칙(res inter alios acta)」에 의하여 관련이 없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반선기일이 초과된 기간 동안에 해당하는 약정용선료와 시황용선료 사이의 차이인 미화158,301.17불에 대하여만 책임을 진다.”라고 주장하였다.

(2) 선박소유자(피고, 피항소인)의 주장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가 반선기일을 위반하여 선박을 늦게 반선하였을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Hadley v Baxendale 사건에서 정의된 제1법칙에 의한 일반적인 손해 만을 배상받을 수 있으며, 손해배상금액은 반선기일과 실제로 선박이 반선된 기간에 해당하는 약정용선료와 시황용선료의 차이를 기준으로 한다고 정기용선자가 주장하듯이 확립된 규칙은 없다. 또한 선박소유자에게 발생한 손해는 정기용선자가 계약을 위반함으로써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not unlikely), 당사자가 예견할 수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 정기용선자는「타인 사이의 행위원칙」을 주장하면서 계약취소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는 이미 중재인과 법원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판단된 인과관계의 문제로 더 이상 논의의 가치가 없다. 인과관계의 문제에 있어서 차기 정기용선계약은 인과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고, 문제가 되는 것은 소원성(remoteness)의 문제뿐이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반선기일을 지키지 않고 선박을 늦게 반선하여 이미 선박소유자가 제3자와 체결한 차기 정기용선계약이 취소되어 발생한 수익손실에 해당하는 미화1,364,584.37불을 선박소유자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III. 판결요지

중재에서 대다수의 중재인은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차기 정기용선계약이 취소되어 발생된 수익손실 미화1,364,584.37불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라고 판정하였다. 이에 정기용선자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1심 법원(Q.B.)에서 Christopher Clarke판사 또한 정기용선자의 책임을 인정하였다. 정기용선자는 다시 항소하였는데 기각되었다. 그러나 귀족원은 수익손실에 대한 정기용선자의 책임을 부인하였다. 중재, 1심 법원(Q.B.) 항소법원 및 귀족원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중재

대다수의 중재인(Mr David Farrington와 Mr Bruce Buchan)은 “이 사건의 손해는 정기용선자가 예견할 수 있는 원인에 해당하는 일반손해에 해당하므로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차기 정기용선계약이 취소되어 발생된 수익손실 미화1,364,584.37불의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라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Moss 중재인은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늦게 반선하여 선박소유자가 이미 Cargill사와 체결한 계약이 취소되어 발생한 손해는 특별 손해로서 선박소유자가 정기용선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통지를 하였어야 했다. 선박소유자가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초과기간에 대한 약정용선료와 시황용선료의 차이에 한정되는 것이 일반 상사적 관행에 해당한다. 만약 선박소유자가 체결한 차기 정기용선계약의 취소로 인한 손해를 정기용선자가 배상하여야 한다면, 부지의 상황에 대하여 예상을 초과하는 금액을 책임지게 되어 정기용선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처사인 것이다.”라고 판정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2. 1심 법원(Queen's Bench Division : Commercial Court)1)

Christopher Clarke판사는 “선박을 반선기일보다 늦게 반선한 경우에 이제까지 확립된 법칙은 손해배상금액은 Hadley v Baxendale의 제1법칙에 의하여 초과된 기간 동안에 해당하는 약정용선료와 시황용선료의 차이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칙은 차기 정기용선계약의 취소와는 관련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차기 정기용선계약이 취소되어 수익손실이 발생한 경우에 차기 정기용선계약의 취소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가 Hadley v Baxendale의 제1법칙에 의해 구상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에 소원성의 문제에 대하여, Hadley v Baxendale 사건과 같이 제1법칙과 제2법칙으로 분류하여 판단하는 법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고, 두 법칙을 함께 고려하여 판단한다. 본 사건에서 반선 자체에 따른 차기 정기용선계약의 취소문제는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예견할 수 있는 ⌜발생가능성이 없지 않은(not unlikely)⌟ 그리고 ⌜자연스럽게(natural)⌟ 발생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근인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선박소유자는 차기 정기용선계약의 취소로 인한 수익손실을 배상받기 위하여 계약서상에 명시적이던 암시적이던⌜계약위반자가 상대방에게 차기 계약의 취소로 인한 수익손실을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 차기 정기용선계약의 체결 시 시장가격이 존재하더라도 Cargill사와의 정기용선계약서에 선박대체조항(substitution clause)이 없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선박소유자는 Cargill사와의 차기 정기용선계약을 이행할 방법이 없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는 시장가격이 부존재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본 사건의 경우는 특수한 상황에 속하므로, 손해배상금액을 약정용선료와 시황용선료의 차이로 한정시킬 수 없다. 시황가격이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대체물품을 구입할 수 없을 경우에 실제로 발생된 손해를 산정하기 위하여 개별적으로 체결된 계약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2)

<다음호에 계속>

주---
1) Transfield Shipping Inc v Mercator Shipping Inc - The Achilleas [2006] 2 C.L.C. 1069.
2)  R & H Hall Ltd v W H Pim Junr & Co Ltd (1928) 30 Ll. L. Rep. 159 ; Bence Graphics International Ltd v Fasson UK Ltd [1998] Q.B. 87 ; Louis Dreyfus Trading Ltd v Reliance Trading Ltd [2004] 2 Lloyd's Rep.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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