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나. Peonia호 사건1)

정기용선자가 체결한 최종항해는 정기용선기간을 초과하는 부적법한 최종항해이므로 정기용선기간 내에 이행할 수 있는 새로운 최종항해(정기용선계약 line 14에 “약(about)”란 표현이 있으므로 정기용선기간은 1988년 6월 25일이 된다)를 지시하거나 정기용선기간을 초과하는 최종항해에 대하여 약정용선료보다 높은 시황용선료를 지불할 것을 요청하였다.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의 제안을 거절하자 선박소유자는 본 선박을 회수하였다.
중재인은 “정기용선자는 최종항해를 완료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반선기일 전에 언제라도 최종항해를 지시할 수 있다.”라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선박소유자가 제기한 1심 법원(Q.B.)에서 Saville판사는 “정기용선자가 적법한 최종항해를 완료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지, 부적법한 최종항해를 완료할 수 있는 선택권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정기용선자가 제기한 항소법원에서 Slade판사, Balcombe판사와 Bingham판사는 1심 법원(Q.B.)의 판결을 지지하면서 “정기용선자가 적법한 최종항해를 지시하였더라도, 최종항해가 반선기일을 초과하였다면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설시하였다. 선박의 반선에 있어서 정기용선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이 사건 전에는 적법한 최종항해를 지시하면 되었으나 이 사건 이후에는 적법한 최종항해를 지시하여야 하고 또한 선박을 반선기일 내에 반선하여야 하였다.2) 본 사건은 최종항해의 적법성 여부를 불문하고 선박이 허용기간을 감안하여 반선기일을 초과하여 반선되었다면 계약을 위반한 것이란 것을 확인한 판례이다.

다. World Renown호 사건3)
선박소유자 Liberian Jaguar사와 정기용선자 Iranian Tanker사는 15일 가감 신축허용부 확정기간으로 6개월 동안 World Renown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88년 6월 2일에 체결 하였는데 반선일자는 1988년 12월 24일 22시 50분이었다. 1988년 10월 4일 World Renown호는 Sirri에서 선적을 마치고 Rotterdam으로 항해 중이었는데 정기용선자는 선장에게 Rotterdam에서 양하 후 최종항해를 수행하기 위하여 Sirri로 돌아올 것을 지시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가 반선기일을 초과하는 부적법한 최종항해를 지시하여 선박을 반선기일 보다 늦은 1989년 1월 18일에 반선한데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반면 정기용선자는 “최종항해는 적법하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Q.B.)에서 Hobhouse판사는 “정기용선계약서 Shelltime 3 서식 제18조에4) 의해 정기용선자는 반선기일 전에 시작하는 최종항해를 동일한 용선료로 초과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정기용선자가 반선기일 전에 지시한 최종항해는 적법한 항해이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Donaldson판사, Butler-Sloss판사와 David-Johnson판사)은 1심 법원(Q.B.)의 판결을 지지하며 항소를 기각하였다. 본 사건은 부적법한 최종항해라도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있다면 적법한 최종항해라는 것을 확인한 판례이다.

라. Gregos호 사건5)
선박소유자 Arni사와 정기용선자 Klaveness사는 약 50일/최대 70일 동안 Gregos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1987년 12월 30일에 체결하였다. 선박은 1988년 1월 8일에 인도되었고 반선기일은 1988년 3월 18일이었다.  첫번째 항해는 브라질 Trembetas에서 보크사이트를 선적하여 베네주엘라의 Matazas에서 양하하였다. 1988년 2월 9일에 정기용선자는 Palua항에서 철광석을 선적하여 Fos에서 양하하는 두번째 항해를 선장에게 지시하였다. 예정대로 운항이 되었다면 두번째 항해는 1988년 3월 18일 전에 완료될 수 있었으나, Philippine Roxas호가 1988년 2월 12일에 좌초되어 수로를 방해함으로써 1988년 2월 25일에나 Palua항에서 선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정기용선자가 반선기일을 지킬수 없게 되자, 선박소유자는 2번째 항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는 소송에서 선박소유자가 승소하면 정기용선자가 미화300,000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합의하여 항해가 이행되었다. 선박은 반선기일 보다 8일이 늦은 1988년 3월 26일에 양하를 완료하였다. 본 사건에서 선박소유자가 승소하였기 때문에 정기용선자는 합의한 미화300,000불을 지불하여야 했다. 만약 선박소유자가 Palua항에서 선적을 허락하였다면 반선기일을 초과한 기간에 대한 시황용선료와 약정용선료와의 차액인 미화 35,000불 만 지불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합의된 미화 300,000만불은 정기용선자가 반선기일을 위반하여 선박소유자가 차항의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된데 대한 예상 손해배상금액이었다. 선박소유자가 체결하고자 한 차항은 실제로 체결되지는 않았지만 선적하기만 하면 공선항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본 선박에 아주 적합한 항해였다.
정기용선자는 “두번째 항해를 선장에게 지시할 때에는 최종항해가 적법하였으므로 다른 사고 때문에 항해가 지연되었다면 최종항해는 적법한 것이다.”라고 주장한 반면, 선박소유자는 “두번째 항해는 정기용선기간 내에 반선이 불가능하여 부적법하므로, 적법한 다른 항해를 지시하지 않으면 선박을 회수하겠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소유자의 주장이 옳다고 판정하였다. 제1심 법원(Q.B.)에서 Evans판사는 중재판정을 지지하였다. 항소법원(Hirst판사, Russel판사와 Simon Brown판사)은 1심 법원(Q.B.)의 판결과는 다르게 “최종항해의 적법성 여부는 정기용선자가 최종항해를 지시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반선기일은 조건이 아니다.”라고 설시하면서 정기용선자의 주장이 옳다고 판시하였다. 귀족원은 다시 항소법원의 판결과는 다르게 “최종항해의 적법성 여부는 최종항해를 수행하기 위하여 준비된 시점(Palua항에서 선적을 시작한 1988년 2월 25일)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중재판정과 Evans판사의 판결을 지지하였다. 또한, 반선기일에 대하여 Templeman경은 조건(condition)이라고 하였으나 Mustill경(Ackner경, Slynn경과 Woolf경이 동의함)은 중간조건(innominate term)이라고 하였다. Mustil경은 “정기용선계약에서 시황이 상승한 경우, 정기용선자는 가능하면 오래 선박을 사용하고자 할 것이다. 정기용선자가 만약 반선기일을 초과하는 최종항해를 지시하였거나 반선기일 내에 반선이 가능하다고 예상되었던 최종항해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여 반선기일을 지킬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선박소유자가 차항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정기용선자가 반선기일 내에 선박을 반선할 의무는 조건(condition)이 아니라 중간조건(innominate term)이므로 선박소유자가 정기용선계약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기용선자가 계속하여 부적합한 최종항해를 지시한다면 계약의 위반에 해당한다. 반선기일을 며칠 초과한 것이 큰 손해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반선 시의 문제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본 사건은 최종항해의 적법성 여부는 최종항해를 위해 준비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판례이다.

2. 손해배상
손해배상에는 명목적 손해배상과 실질적 손해배상이 있는데, 명목적 손해배상(nominal damages)은 단순히 법적 권리의 존재 만을 입증하고 청구할 수 있지만, 실질적 손해배상(substantial damages)을 받으려면 손해가 발생한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계약위반에 의한 손해란 계약위반의 결과로 사람 또는 재산에 발생한 부의 가치의 감소를 뜻한다. 이와 같이 손해란 피해의 정도를 말하는데, 손해의 발생여부 및 정도는 계약위반의 결과 처하게 되는 총체적인 상황을 참작하여야 한다. 손해배상청구의 원인에는 의무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와 계약을 준수하여 이행하지 않는 계약의 위반이 있다. 계약위반에 의한 손해배상은 계약의 체결 시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에 발생되는 손해에 대하여, 미리 예견하여 계약조건을 상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과는 차이가 있다.6) 손해배상에 있어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첫째, 손해배상의 발생, 즉 소원성(remoteness)과 인과관계(causation)의 문제와 둘째, 손해배상의 범위, 즉 손해배상금액의 문제이다. 화물이 인도되지 않거나, 손상되거나, 또는 늦게 인도되었을 경우에 화주는 화물을 자신이 사용할 경우가 있고 제3자에게 재매매할 경우도 있다. 전자는 Hadley v Baxendale사건, Victoria Laundry사건, Pegase호 사건 등에서, 후자는 Bence Graphics사 사건, Sanix Ace호 사건, William v Agius 사건, Hall v Pim 사건, Arpad호 사건, Kwei Tek Chao사건 등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1) 손해배상의 발생
피해당사자는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하여 발생된 모든 손해에 대하여 전부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생된 손해가 계약위반의 행위와 너무 소원(too remote)한 경우와 충분히 강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 손해를 배상받을 수 없는데 용선계약의 위반 시에도 유사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하겠다.7)

① 소원성(remoteness)
소원성이란 계약의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가 계약의 체결 시 당사자가 발생가능하다고 예견할 수 있느냐의 정도를 말한다. “발생된 손해가 계약의 위반과 너무 소원(too remote)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원칙은 Hadley v Baxendale의 판결에서 유래되었다. 소원성이란 계약의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가 계약의 체결 시 당사자가 발생이 가능하다고 예견할 수 있느냐의 정도를 말한다. 불법행위에서는 “의무위반 시 합리적으로 예견되는 결과”가 소원성의 기준이지만, 계약의 위반에서는 “계약의 체결 시 계약위반자와 같은 합리적인 사람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not unlikely)⌟ 결과”가 소원성의 기준이 된다.8)
영국법상 소원성(remoteness)에 대하여 연구하기 위하여 본 사건의 판결문에 언급된 영국의 판례를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가. Hadley v Baxendale사건9)
제분공장 주인인 원고는 제분기의 회전축이 파손되자 고장난 회전축을 새로 주문하기 위해 고장난 회전축을 Gloucester에서 기계제조공장인 W.Joyce사가 소재한 Greenwich까지 피고인 Bakendale사에게 운송을 부탁하였으나, 운송인의 과실로 늦게 발송되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회전축이 5일 늦게 제분공장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조업의 중단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
Alderson판사는 “계약의 위반 시 손해배상금액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계약위반의 통상적 결과(usual consequence of the breach)인 통상적 손해(usual loss) 즉 자연적으로, 즉 사물의 통상적 과정에 따라 계약의 위반 자체로부터 발생한(naturally, ie, according to the usual course of things, from such breach of contract itself) 손해(제1의 배상원칙) 또는, 계약의 체결 시 당사자가 계약을 위반하면 발생이 가능(probable)하다고 예견되는, 즉 계약의 체결 시 당사자 쌍방이 마음속으로 계약위반의 가능한 결과로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생각할(예견할) 수 있었던 그러한(such may reasonably be supposed to have been in minds of both parties at the time they made the contract as the probable result of the breach) 손해(제2의 배상원칙)이다. 만약 계약의 체결 시 당사자가 특별한 상황을 다른 당사자에게 통보하여 당사자가 계약의 위반으로 발생 가능한 손해금액을 예견할 수 있다면 일반적으로는 발생되지 않는 손해금액도 손해배상금액에 포함되어 진다. 따라서 계약의 체결 시 당사자가 특별한 상황을 통지받지 않았다면, 일반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 즉 예견할 수 없는 손해금액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 운송인은 계약의 체결 시 새로운 회전축이 제분공장에 늦게 도착하여 수익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것을 예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고가 주장하는 특별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본 사건에서 대부분의 경우에 방앗간의 샤프트를 늦게 인도하였을 경우에 방앗간 주인들은 보통 예비 샤프트를 가지고 있거나 또는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방앗간을 쉬게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제1의 배상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피고는 새 샤프트가 도착할 때까지 방앗간이 쉬게 되리라는 것을 몰랐으므로 제2의 배상법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나. Paran호 사건10)
Paran호는 Manilla, lio-lio와 Singapore에서 마(hemp)와 설탕을 선적하여 London에서 양하하였다. 항해는 보통 65일에서 70일이 소요되나 선박의 엔진결함으로 127일이 소요되었다. 수하인은 운송 도중에 발생한 설탕의 누손과 화물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시황이 하락하여 발생한 수익손실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1심 법원은 선박소유자의 과실로 발생한 시황 하락에 의한 수익손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항소법원에서는 “선박소유자는 운송계약의 체결 시 시황의 등락은 합리적으로 확실한(reasonably certain)것이 아니므로, 화물의 인도지연으로 인하여 시황이 하락하여 발생한 수익손실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다.

다. Victoria Laundry사건11)
세탁과 염료를 영업으로 하는 Victoria사는 영업을 확장하고자 공급사 Newman사에게 보일러를 주문하였으나 예상보다 인도가 늦게 되어 세탁소를 확장할 수 없게 되어서 수익손실을 보게 되었다.
1심 법원에서 Streatfeild판사는 손해배상이 청구된 금액 중 일부는 인정하였으나 수익손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법원 Asquith판사는 “세탁과 염료의 업종에 근무하는 자는 보일러가 늦게 공급되어 수익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가 손해를 본 합리적으로 예견되는(reasonably expected) 일반적인 수익손실을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본 사건에서 손해의 개연성은 Hadley v Baxendale사건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주---
1) Hyundai Merchant Marine Co. Ltd. v. Gesuri Chartering Co. Ltd. - The Peonia [1991] 1 Lloyd's Rep. 100 (C.A. & Q.B.).
2) Baughen Simon, Shipping Law, 3rd ed.,(Harlow: Cavendish Publishing Limited,       2004), p.258.
3) Chiswell Shipping and Liberian Jaguar Transports Inc v National Iranian Tankers co - The World Symphony and the World Renown [1992] 2 Lloyd's Rep. 115(C.A.); aff'g [1991] 2 Lloyd's Rep. 251 (Q.B.).
4) 볼타임서식에도 제7조에 같은 취지의 조항이 있으나, Shelltime 3 서식과 내용상의 차이는 반선기일이후에는 시황용선료가 약정용선료 보다 높으면 시황용선료가 지급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5) Torvald Klaverness v. Arni Maritime - The Gregos [1995] 1 Lloyd's Rep. 1; [1994] 1 W.L.R. 1465; [1994] 4 All E.R. 998; (1994) 144 New L.J. 1550 (H.L.); rev'g [1994] 1 Lloyd's Rep. 335 (C.A.); rev'g [1992] 2 Lloyd's Rep. 40 (Q.B.).
6) Baughen Simon, op. cit., p.261.
7) Baughen Simon, op. cit., p.265.
8) Baughen Simon, op. cit., p.261.
9) Hadley v Baxendale (1854) 9 Exch 341.
10) The Parana (C.A.) [1877] 2 PD 118.
11) Victoria Laundry (The Windsor) Ltd v Newman Industries Ltd(C.A.) [1949] 2 K.B.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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