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GNP시대 여는 연구원 육성하겠다"

▲ KMI 강종희 원장
수요자 중심의 연구기관 기틀마련 최대 성과
60여개 개혁과제수행·15개 정기간행물 개편 주목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강종희 원장이 8월 29일자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KMI 연구원 출신으로 2번에 걸친 치열한 원장선거를 통해 1년전 제6대 KMI 원장에 취임했던 강종희 원장은 지난 1년을 정말 힘든 한해였다고 회고한다.

KMI를 '해양 GNP 시대를 열어가는 국책연구기관'으로 새롭게 변화·발전시킨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매진을 했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는 강 원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도 지난 1년간의 최대 성과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 원장은 "굳이 성과라고 한다면 십수년간 굳어져 버린 조직적인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면서 외부에서 KMI가 수요자 중심의 국책연구기관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고 답했다.

강 원장이 성과라고 할만 것이 별로 없다고 했지만 KMI는 지난 1년간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신중이다. 변화과정에서 진통도 적지 않았다.

KMI는 사실 지난 1년간 엄청난 변화를 겪으면서 대단히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무려 60여개에 달하는 개혁과제를 수행했고 산발적으로 발간되던 정기간행물을 정리해 15개의 정기간행물을 새롭게 내놨다. 국제학술대회를 잇따라 개최하고 영문저널 및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국제 활동도 강화해 한국의 KMI가 아니라 명실공히 국제적인 해양정책연구기관으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과를 냈음에 불구하고 강 원장은 조직 내부적인 문제로 핵심적인 몇가지 계획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취임 1주년을 기념하기보다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속되고 있는 해운위기 상황과 관련해 강 원장은 "제2의 해운산업합리화 외에는 달리 답이 없다"는 예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이제는 정말 정부가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미국정부가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포드와 GM을 살리기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마당에 한국 해운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한해운, STX팬오션 등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긴급 지원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강종희 원장을 만나 취임 1주년의 성과와 향후 과제, 해운산업 위기극복 방법 등에 대해 물어봤다.

-취임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힘든 한해였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생애중 가장 힘든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해양 GNP시대를 열어가는 국책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지난해 취임했고 그 꿈을 향해 매진해왔습니다. 원대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비전과 과제를 제시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원내부의 조직적인 문제 때문에 몇 가지 핵심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1주년을 기념하기보다는 새로운 1년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준비해 이루지 못했던 계획과제들을 새롭게 추진해 반드시 달성할 것입니다.

-지난 1년간 KMI가 많은 성과를 냈다고 들었는데...

-제가 취임하면서 내놓은 비전이 '해양 GNP 시대를 열어가는 국책연구기관으로 발전'하자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KMI의 과거 모든 것을 새롭게 혁신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1년간 60여개의 개혁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제가 취임하면서 또 하나 비전을 내놓았던 것이 수요자 중심의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었습니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과제를 발굴·연구해 다시 수요자에게 그 연구결과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국책연구기관이 제대로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산발적으로  발간해오던 KMI의 정기 간행물을 완전히 개혁을 했습니다. 현재 KMI에서 발간되는 정기간행물은 총 15개로 발간 전에 연구심의역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있어서 과거 간행물보다 내용과 질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가장 큰 성과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굳이 성과라고 한다면 십수년간 굳어져 버린 조직적인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면서 외부에서 KMI가 수요자 중심의 국책연구기관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KMI가 정부를 바라보면서 정부를 위한 용역보고서나 발간한다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제 조금씩 KMI가 수요자한테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인식을 하시고 계시다는 점이 대단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또 하나 그동안 KMI가 국내 연구소에 머물렀지만 국제화 마인드를 가지고 국제 활동을 강화하면서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은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KMI는 지난 1년간 해양관련 국제기구들과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공동 연구를 해왔고 영문저널도 새롭게 발간하는 등 국제화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KMI에서 발간되는 보고서들을 英譯화해서 KMI가 단지 국가이익만 추가하는 연구소가 아니라 세계해양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연구과제를 수행하다보니 연구품질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KMI가 현재 26개의 기본과제에다가 140개 수탁과제, 15개의 정기간행물 발간 등 많은 연구과제들을 수행하다보니 연구품질의 저하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연구원의 정원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연구과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연구원들의 피로도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부에서 연구용역을 수탁하는 비율은 줄이고 기본과제를 강화는 방식으로 연구원들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연구품질도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KMI가 해양 부문의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이다보니 연구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저는 KMI가 모든 해양 연구수요를 독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해양 연구가 발전하려면 해양관련 대학과 연구기관, 민간연구기관 등이 더불어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KMI가 중요하고도 장기적인 핵심 현안과제들을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나머지 부분들을 민간 연구기관들에 분산시켜줘야지만 거시적으로 해양연구기반이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또 연구품질의 향상을 위해서는 연구원의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KMI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전연구원에게 통계프로그램(SAS) 교육, 통계분석, 설문조사방법 등 다양한 연구스킬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연구원 부족문제는 국책연구기관이다 보니 정원제가 있어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구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데 정원제 때문에 연구조직을 확대할 수 없어 급한 대로 초청연구원을 채용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장차 정부와 연구수요에 맞도록 연구원 조직과 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말 해운신문과 인터뷰에서 제2의 해운산업합리화를 주장하셨는데 지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는 지금의 해운산업 위기를 극복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거 1984년 진행된 해운산업합리화처럼 집단도산방지차원에서 모든 선사를 살리는 방법이 아니라 살려야하는 선사를 선별해서 강력한 지원을 해줘야합니다. 미국정부가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포드와 GM을 살리기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마당에 한국 해운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한해운, STX팬오션 등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긴급 지원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2의 해운산업합리화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2 해운산업합리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과 조선, 금융이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선박금융이 막히니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해운과 조선, 금융이 협력관계를 구축해 문제를 풀어가야 겠지만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해운과 조선, 금융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선박금융을 대행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선박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해운산업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리스나 독일 등 해운선진국의 경우 해운산업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시스템도 보편화돼 있습니다. 이처럼 해운산업에 대한 대국민 인식제고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KMI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해양아카데미입니다. 이러한 국민의 인식제고와 함께 정부는 해운산업에 돈을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시스템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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