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3) 판례검토
법원이 엉성한 말로 이루어진 합의가 유효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경우도 많다. 법원은 상인들이 그들의 합의조항들을 꼼꼼하게 그리고 상세하게 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음을 인정하고 있다.

Jetoil v. Okta 사건에서1) Okta정유사와 Jetoil사는 1993년에 Jetoil사가 그리스 Salonica항에서 소유하고 있는 저장창고를 10년 동안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Jetoil은 Okta정유사가 수입하는 원유에 대하여 Okta정유사에게 저장창고를 사용하게 하고 취급수수료를 받기로 하였는데, 취급수수료의 금액은 초기 2년 동안만 정하여져 있었다. 양당사자는 2년 후의 취급수수료에 대하여 1999년 12월 31일까지 금액을 추가로 합의하였으나, 그 이후의 취급수수료에 대하여 합의된 금액이 없었다. Okta사는 “1999년 12월 31일 이후 취급수수료 금액에 대하여 합의된 바가 없으므로 1993년의 계약은 더 이상 구속력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Jetoil사는 “계약은 계약기간인 10년 동안 구속력이 있다. 양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으면 중재에서 해결하면 된다. 1999년 12월 31일 이후에 합의된 취급수수료 금액이 없다면 이전에 적용된 취급수수료 금액이 타당하므로 그 금액을 적용하면 된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Thomas판사는 “양당사자가 합의한 취급수수료 금액이 없다면 계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Schiemann판사, Rix판사와 Ronald판사)은 “계약은 10년 동안 유효하므로 Okta정유사는 남아있는 기간 동안에 합리적인 금액을 취급수수료로 지급하면 된다. 취급수수료 금액에 분쟁이 있다면 중재에서 해결하면 된다.”라고 판시하면서 Jetoil사에게 승소판결을 하였다. 또한 법원은 상업적인 합의를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적응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지나친 정확성과 경직성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경우도 많음을 인정하고 있다.

계약서상 중재약관의 내용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다. Lovelock v. Exportles 사건에서2) 매도인 Exportles사와 매수인 Lovelock사는 1964년 10월에 C.I.F. Liverpool 조건으로 목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매매계약서 중재약관에 의하면 “모든 분쟁은 런던중재에서 해결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기타 모든 분쟁은 모스크바중재에서 해결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었다. 화물의 인도부족과 품질불량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자, 매수인은 영국법원에 소를 제기한 반면에 매도인은 분쟁은 모스크바중재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Nield판사는 “중재약관은 그 내용이 모호하므로 분쟁은 법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항소법원(Denning판사, Diplock판사와 Edmund Davies판사)은 1심 법원 Nield판사의 판결을 확인․지지하였다.

상사계약에서는 공정한 품질에 관한 언급이나 특정한 지역에 있어서의 거래에서 통상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조항에 따른다는 언급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조항들은 계약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는다. 이러한 조항들의 명확성의 결여는 관련 거래관행이나 합리성의 기준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다.3)

Hillas v. Arcos 사건에서4) 매도인 Arcos사와 매수인 Hillas사는 1930년 5월 21일에 22,000개의 러시아산 목재를 구입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매매계약에 의하면 매수인은 1931년에 매도인의 매매가격에서 5% 저렴한 가격으로 100,000만개의 목재를 추가로 매수하는 선택권이 있었으나 규격, 품질, 선적에 관한 세부사항은 기재되지 않았다. 매수인의 선택권은 1931년 1월 1일 전에 통지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매수인은 1930년 12월 22일에 선택권을 통지하였다. 매도인은 “선택권의 내용이 너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계약으로서 구속력이 없다. 선택권에 관한 계약이 추가로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매도인은 선택권의 행사에 대하여 이행할 의무가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매수인은 “상품의 명세에 대하여 ?년에 상당하는 적정한 명세⌟라고 표시되어 있고 1930년 5월 21일 매매계약서에 추가매수에 대한 선택권약관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매수인은 추가선택권에 대한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Mackinnon판사는 “매수인은 추가매수선택권에 대한 권리가 있으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000의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한 반면 항소법원(Scrutton판사, Greer판사와 Romer판사)은 1심 법원 Mackinnon판사의 판결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귀족원(Tomlin경, Macmillan경, Thankerton경, Warrington of Clyffe경과 Wright경)은 “명확하지 않은 선택권의 내용은 1930년 계약을 참조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추가매수선택권은 구속력이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1심 법원 Mackinnon판사의 판결을 확인․지지하였다.

2. 용선계약의 체결상 의사표시에 하자가 없어야 한다.

착오, 부실표시와 부당한 압력에 의하여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그 정도에 따라서 용선계약의 효과는 부인될 수 있다.
 
(1) 착오
계약성립의 요소인 의사표시에 사실의 존재에 관하여 중대한 오인이 있음으로 해서 진정한 합의가 성립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계약은 무효가 된다.5) 그러나 모든 착오가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계약내용에 관한 표시상의 착오나 진의가 계약상의 문언과 다른 경우와 같은 경미한 착오라든가 법률의 착오 등은 계약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오직 사실에 관해서 중대한 착오가 있는 경우뿐이다. 양당사자가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용선계약서에 서명하였으나 용선계약서의 내용이 양당사자가 합의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Olympic Pride호 사건에서6) 선박소유자 Adderley Navigation사와 항해용선자 Etablissements Levy사는 1977년 11월 25일에 Great Lakes에서 곡물을 선적하여 북 아프리카에서 양하하는 Olympic Pride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용선계약서에는 “…선박은 현재 시카고에서 양하 중이며 Toledo 12월 2일에 선적항에서 선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용선계약이 체결될 당시에 선박은 시카고로 항해 중이었으며 Toledo 선적항에 Great Lakes지역의 빙하시기가 시작되는 12월 2일까지 도착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선박소유자는 빙하위험지역의 항해와 관련된 조항을 용선계약서에 추가하기를 요구하면서, 선적을 거부하였다. 항해용선자는 “⌜선박은 현재 양하하기 위하여 시카고로 항해중⌟이란 표현으로 수정되는 데는 동의하나 그 이외에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을 포함한 다른 내용은 수정되어 질 수 없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용선계약을 위반하였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동정이 착오로 용선계약서에 기재되었으므로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을 포함하여 선박의 동정과 관련된 모든 문구가 삭제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Mustill판사는 “선박소유자는 첫째 양당사자가 선박의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에 대하여 합의하지 않았다는 것, 둘째 서명된 용선계약서의 내용이 양당사자가 실제로 합의한 내용과 다르다는 것, 셋째 양당사자가 용선계약서의 내용이 실제로 합의한 내용과 다른데도 간과하고 용선계약서에 서명한 것을 입증하지 못하였으므로 선박의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은 용선계약서에서 삭제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실제로 선박은 양하하기 위하여 시카고로 항해 중이었으므로 착오로 잘못 기재된 “…선박은 현재 시카고에서 양하 중이며…”란 문구는 수정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선박의 선적항 도착예정시간은, 양당사자가 합의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다는 것을 선박소유자가 입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착오를 이유로 삭제될 수 없었다.
   
(2) 부실표시
착오가 상대방의 부실표시(misrepresentation)라든가 사기에 의해서 발생한 경우에는 그 계약은 과오에 의해서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실표시 또는 사기에 의해서 취소할 수 있게 된다.7) 부실표시라 함은 이와 같이 당사자의 일방이 사실에 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여 상대방을 계약체결로 유도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부실표시에 의한 계약의 체결이란 계약의 당사자 또는 그를 대신할 지위에 있는 자가 계약의 내용에 관한 사실을 진실과 다르게 알리는 일체의 행위를 이르며, 그 부실표시의 방법은 적극적 행위는 물론이고 소극적인 부작위를 포함하며, 그 적극적 표현의 수단도 말이나 글로써 표현하는 것 외에 물건의 외형들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도 포함한다.8)
 
(3) 부당한 압력
영미법은 계약이 강박이나 부당위압과 같이 부당하게 압력을 받아서 체결된 경우에 구제수단을 부여하고 있다.

1) 강박(duress)
강박은 보통법상으로 인정되는 법칙으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하여서 폭행을 가하거나 또는 폭행을 가하려고 하거나 감금함으로써 공포심을 자아내게 하는 행위이다. 강박에 의해서 계약이 체결되었을 경우에는 피강박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서는 취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강박에 의하여 체결된 계약은 취소할 수 있으나 무효로 되지 않는다.

2) 부당위압(undue influence)
부당위압은 형평법상의 법리로서 이것은 소위 양심재판소라고 일컬어지는 형평법법원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다. 강박은 구두에 의한 위협이나 물건 같은 것을 파손해서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반면, 부당위압은 계약체결에 있어서 어떤 압박이 있었고 그 압박이 당사자의 연령이나 능력 또는 경험 등으로 보아 정당한 판단을 할 수 없게 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것은 형평법상의 사기의 일종이라고 해서 계약의 취소를 인정하였다. 즉 형평법은 당사자 사이의 대등성의 결여, 신뢰관계의 악용을 사기의 일종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것이 부당위압으로 발전하였다. 이리하여 부당위압에 의해서 체결된 계약은 모두 취소할 수 있게 하였다.9)10)

II. 용선계약의 성립시기
1. 의의 
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에 서로 대립되는 의사표시가 합치하여 양당사자가 용선계약의 내용을 합의하고 의사표시에 하자가 없으면 용선계약이 성립한다. 그러나 추가사항이 합의되지 않았을 경우에 양당사자가 용선계약을 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느냐가 계약의 성립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하다. 용선계약이 어느 시점부터 법적효력이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이다. 따라서 특정조건이 해결되었거나 용선계약서에 서명이 있기까지는 용선계약이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양당사자가 의도하였다면 법원은 그 의도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11) 일반적으로 용선계약의 주요사항은 물론 추가사항까지 모두 합의되어야 한다. 추가사항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사항이 합의되었다면 용선계약이 성립된 것인지가 영국법과 미국법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추가사항 합의조건(subject further details)부의 계약은 영국법에서는 아직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12) 그러나 미국법에서는 상대적으로 주요사항이 합의되면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13)

2. 판례검토
영미법상 용선계약의 성립시기에 관하여 연구하기 위하여 시대적 순서에 입각하여 영국과 미국판례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1) 영국판례
1) Intra Transporter호 사건14)
선박소유자 C-Trade SA사와 용선자 Hofflinghouse사는 1983년 2월과 3월에 10,000톤의 철강제품을 Puerto Acevedo항에서 Dubai항으로 운송하는 Intra Transporter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협상하였다. 항해용선계약의 주요사항을 합의한 성약확인서에는 “추가사항을 합의하는 조건”이란 표현이 없었다. 용선자는 “양당사자는 현저하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하여는 합의하였으나 전체적인 계약내용을 합의하지 않았으므로 용선계약은 성립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주요사항을 합의한 성약확인서에 ⌜추가사항을 합의하는 조건⌟이란 표현이 없으므로 용선계약은 성립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Leggatt판사는 “협상 시 교환된 전문 등의 증거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비록 ⌜추가사항을 합의하는 조건⌟이란 표현은 없지만, 양당사자가 협상 중 용선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인정할만한 근거자료는 없다. 추가사항을 합의하지 않고 주요사항만 합의한 경우에, 계약은 성립이 안 된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John Doneldson판사, Parker판사와 George Waller판사)은 1심 법원 Leggatt판사의 판결을 확인․지지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주---
1) Mamidoil-Jetoil Greek Petroleum v. Okta Crude Oil Refinery [2001] 2 Lloyd's Rep. 76 (C.A.).

2) Lovelock v. Exportles [1968] 1 Lloyd's Rep. 163 (C.A.).
3) 이호정, 앞의 책, 37쪽.
4) WN Hillas & Co Ltd v. Arcos Ltd. [1932] 43 Ll.L.Rep. 359.
5) 우리나라 법제에서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에 대하여 민법 제109조 제①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109조 제②항에서는 “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6) Ets. Georges et Paul Levy v. Adderley Navigation - The Olympic Pride [1980] 2 Lloyd's Rep. 67.
7) 서희원, ⌜영미법강의⌟, (서울 : 박영사, 2002), 321-322쪽.
8) 한종술, 앞의 책, 529-530쪽.
9) 서희원, 앞의 책, 331-332쪽.
10) 우리나라 법제에서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하여 민법 제110조 제①항은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민법 제110조 제②항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1) Cooke Julian, Kimball John D., Young Timothy, Martowski David, Taylor Andrew & Lambert LeRoy, Voyage Charters, 3rd ed.,(London : Informa, 2007), p.6.
12) Star Steamship Society v. Beogradska Plovidba - The Junior K [1988] 2 Lloyd's Rep. 583 (Q.B.).
13) Interocean Shipping Co. v. National Shipping & Trading Corporation, 523 F.2d 527 (2d Cir. 1975), cert. denied 423 U.S. 1054 [1976].
14) Hofflinghouse & Co. Ltd. v. C-Trade S.A. - The Intra Transporter [1986] 2 Lloyd's Rep. 132 (C.A.); [1985] 2 Lloyd's Rep. 158 (Q.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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