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신문 선정  2009 올해의 인물
외항선사 부문/ 정유근 대양상선(주) 대표이사

올해도 흑자경영 이룩한 열정의 CEO

올해로 한국해운신문 주최의 ‘올해의 인물’ 시상식이 12회째를 맞았다. 해운산업과 관련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요즈음이지만, 이런 상황속에서도 회사 경영에서 큰 성과를 올린 群鷄一鶴의 해운 기업가들도 있다. 이런 기업가들을 소개하고 공적을 드러냄으로써 해운산업 전반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이 올해의 인물 시상식 본래의 목적이기에 올해도 변함없이 한국프레스센타에서 시상식을 격조있게 개최하기로 했다.

2009 외항선사 부문 ‘올해의 인물’은 대양상선(주)의 정유근 사장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해운시황의 침몰 상황 속에서도 대양상선 만큼은 사전에 대비를 잘 한 까닭에 안전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많은 국적선사들이 자금난으로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닐 때인 지난 9월 25일 대양상선은 중국 大連에 수리조선소를 준공하고 국내외 관계자들을 초빙하여 성대한 기념식을 가졌다. 지난해 운임수입 1조원을 돌파하여 7대 국적선사에 진입한 대양상선은 해운산업의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흑자경영을 한 거의 유일한 국적선사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힘은 대양상선 CEO인 정유근 대표이사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전문>

 

▲ 정유근 대양상선 사장
정유근 사장이 2009년 올해의 인물상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해운시황이 극도의 침체기를 지나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양상선은 국적선사들 가운데 몇 안되는 흑자경영을 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정유근 사장이 2008년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글로벌 해운경기의 침체를 예견하고 사전에 철저하게 대처하여 위기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대양상선은 2005년 이후의 해운 호황기에도 시황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여 선물 헤지를 통해 안전판을 만들어 왔으며, 신조선 발주를 금지시키고 장기용선까지 제한시켜 왔다. 이에따라 대양상선은 한국의 모든 선사들이 골치 아파하는 용선체인의 문제나 신조선 과다 발주의 문제를 사전에 비켜감으써 오히려 탄탄한 경영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용선체인에 일부 걸려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신속한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으며, 선물거래에서는 상당한 흑자를 냄으로써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여 “믿을만한 국적선사”로 이름을 내게 된 것이다.

대양상선(주)는 1993년 7월 외국선사 대리점으로 창업을 한 선사이다. 직원 몇 명을 데리고 창업한 대양상선은 창업 15년만인 지난해(2008년) 해운매출 1조 2606억원, 당기순익 1891억을 기록하여 우리나라 7대선사로 부상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해운시황의 불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바람에 선사들의 매출이 급격하게 줄고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금년(2009년)에도 해운 매출 1조원을 유지하고 흑자를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지난 9월 25일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투자했던 大連의 수리조선소 대양선박(大洋船舶工程有限公司)의 준공식을 성대하게 치러냈다. 대양상선은 해운불황의 빙하기를 맞아서도 ‘노아의 방주’를 탄 것처럼 끄떡도 하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양상선이 이처럼 성공적인 경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조그만 체구의 정유근 사장의 열정과 노력에 의한 것이다. 정유근 사장은 자기가 하는 일(사업)에 대해 정말 대단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단 1분 1초도 쉬지 않고 죽기 살기로 경영한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의 일에 거의 미친사람처럼 매달리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골프를 치거나 술을 먹거나 하는 것조차 사치이기 때문에 전혀 하지를 못한다는 것이 정유근 사장의 실토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서비스 질을 개선하는데 머리를 짜내라는 것이 정사장의 주문이기도 하다.

“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자신의 가족에 남의 가족까지 책임을 지는 일이므로 잠시 인생의 행복을 거두어두고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요즈음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서울에서 대양상선 일을 하고 금요일 첫 비행기로 大連으로 가서 대양선박을 일을 본 다음에 토요일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돌아옵니다. 가끔 왜 이렇게 사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조금 고생하고 희생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고 기업가는 노력을 하도록 타고난 운명입니다. 그것이 싫다면 모든 것 정리하고 편하게 살면 됩니다. 해운시장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잘못하면 아군이 매일같이 죽어나가는데 내가 허튼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죽을 각오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왕도는 없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 밖에는... ”

정유근 사장은 올해의 인물 선정 사실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대양상선의 직원들 모두가 인정하는 정유근 사장의 일에 몰두하는 성격을 잘 나타낸 말이다.

정유근 사장은 현장에서 직접 모든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사장이 현장에서 모든 것을 챙기면 스스로 피곤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 모든 것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고 점검한다. 앞에서 소개된 대양선박 수리조선소의 준공식날 아침 새벽에 현장에 직접 나가 動線을 따라가면서 준비상황을 철저하게 점검했다는 후문인데, 이는 정유근 사장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운시황에 대한 판단과 선박의 도입이나 선물 거래에 따른 결정 등은 절대로 직원들에게 미루지 않고 직접 내린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정사장은 “시황 판단을 직원들에게 하도록 하는 것은 경영자로서 무책임한 일이고 직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고 설명했다.

정유근 사장은 해운경영에 있어서 철저하게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를 면밀하게 파악하여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 나가는 것이다. 리스크를 계량화 함으로써 문제해결을 쉽게 하고 항로 운영에 있어서 적자요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이를 개선해 나가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분석력은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력과 합쳐져 컴퓨터와 같은 예측능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양상선이 이번의 해운 위기 상황에서 서바이벌이 가능했던 것은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닌 것이다. 대양상선의 회계처리 전산시스템은 정유근 사장이 하나하나 연구하여 직접 만들낸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이 전산시스템을 관련 기업들까지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정유근 사장은 내년도의 해운시황은 아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해운기업들이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은 내년에 공급측면에서 200척, 연간수송능력으로 2억톤이 늘어날 전망이고, 수요측면에서는 1억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공급초과 능력이 1억톤 정도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진통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체선 등의 영향으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큰돈은 못벌어도 비교적 나쁘지 않은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파나막스도 케이프보다는 시황의 진폭이 크지 않고 따라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해운업을 투기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러한 위기 상황에 빠진 것인데, 한국선사들의 국제적인 명예회복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해운기업들이 정리가 되고 새로운 질서를 잡아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부당국이 이미 자율화 되어 있는 해운업에 간섭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해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용대선업을 규제한다는 것도 과도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

정유근 사장은 해운CEO의 자질로서 해운시황에 대항할 수 있는 준비를 잘 하는 것, 즉, 인력훈련, 전문가 양성, 기업의 의사결정 체계의 구축, 미래를 보는 통찰력, 열심히 하는 자세 등등이라고 적시하고 “현재 해운시장은 한번 한파를 겪었기 때문에 설사 뉴페이스가 나온다고 해도 당분간은 서바이벌 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양상선이 금융업 진출을 준비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정유근 사장은 “회사의 여유자금을 갖고 금융관련된 팀을 운영하다 보면 이것이 투자은행으로 커질 수도 있으며 캐피털회사나 증권사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해운산업은 자본집약산업이고 4-5년동안 대양상선은 금융부문에 대해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이제 직원들이 직접 새로운 과정을 창출하고 도전하는 일만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유근 사장은 향후 50년은 중국의 시대라며 중국시대에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면서 대양상선은 앞으로 중국의 내항해운과 내륙물류 부문에 과감히 진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희는 사실 대련에 조선소를 짓는 것과 내륙물류에 투자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조선소를 먼저 건설한 것입니다.  이제 조선소 건설은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내륙물류에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입니다. 이미 대양상선은 중국의 내항해운 면허를 받아놨으며 이를 내륙물류와 연결하면 엄청난 물류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은 또하나의 미국이라고 할 수 있으며 중국은 제조업기반으로 여기에 서비스업과 금융산업을 플러스 시키면 엄청나게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국적선사들도 중국시장을 다시 주목하고 중국에서 새롭게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련 수리조선소의 건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 했었다. 하지만 대양상선과 정유근 사장은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준공식을 함으로써 해운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해운경영자로 각인되고 있다. 이런 대양상선이 석유시추 장비의 수리에서 제조업으로까지 진출하고, 중국의 내항해운과 내륙물류에도 진출하며, 금융산업에까지 손을 뻗히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성공을 이뤄놓은 것으로 보이는 정유근 사장은 그러나 인터뷰에서 히딩크의 말을 인용하여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했다. 지난 2000년 7월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정유근 사장이 외친 “저기 꿈을 꾸는 자가 오는도다”라는 말은 아직도 진행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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