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2) 대리권
용선계약의 대리인이 용선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대리인이 실제로 당사자를 대리할 권한을 가지거나 명백한 대리권을 가져야만 당사자를 구속할 수 있다. 실제 대리권이란 대리인이 당사자를 대리하여 용선계약을 체결하여도 좋다고 당사자가 실제로 동의한 경우를 말한다.1)

1) 현실적 수권에 의한 대리권
당사자와 대리인 사이의 대리관계는 명시적이거나 언어나 행동으로 판단되는 묵시적인 동의에 의하여 형성된다.2)

가. 명시적 대리권(express authority)
대리권이 언어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주어진 경우인데 대리권의 범위는 명시적으로 정하여져 있다. 대리권의 명시적 수여는 특별한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구두로 할 수 있다.

나. 묵시적 대리권(implied authority)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묵시적 수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묵시적 대리권은 당사자가 대리인에게 실제로 수여한 대리권이다. 묵시적 대리권에는 부수적 대리권과 관습상의 대리권이 있다.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선임된 대리인은 대리권을 수행하는 데 부수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묵시적 대리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리인이 특정한 거래시장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받은 경우, 그러한 명시적 대리권 외에도 그 거래시장의 거래에 관련되는 관습에 따라 대리행위를 할 수 있는 묵시적 대리권을 가진다.3)

다. 법의 작용에 의한 대리권
당사자는 실제로 대리권을 수여한 일이 없더라도, 법이 일정한 사람에게 대리인으로서 당사자를 위하여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하고 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러한 법의 작용에 의한 대리권에는 표현적 대리권, 통상대리권4) 그리고 비상대리권5) 등이 있다.

(3) 대리의 효과
대리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6) 첫째, 대리인은 당사자와 상대방당사자 사이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것, 둘째, 대리인 자신은 이 계약의 당사자로 되지 않고 당사자가 계약의 당사자로 된다고 하는 것이다.7)
   
(4) 대리의 종료
대리는 당사자들의 행위와 법의 작용에 의하여 종료된다. 당사자와 대리인 사이의 대리관계, 즉 대리인의 대리권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과정, 즉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대리관계는 종료될 수 있다. 또한 대리관계는 당사자의 명시적인 철회에 의하여 종료한다.8) 법의 작용에 의한 종료에는 당사자 또는 대리인의 파산, 계약목적의 달성불능, 당사자의 사망과 당사자의 정신적 무능력이 있다.9)

2. 대리인에 의한 용선계약의 체결
일반적으로 선박소유자와 용선자가 직접 계약을 한 경우에는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적다. 그러나 선박소유자나 용선자를 대리하여 용선중개인 또는 대리점 등의 대리인이 계약서에 서명한 경우에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은 앞서 검토한 영국법상의 대리에 관한 일반원칙에 의하여 해결된다.
선박소유자나 용선자가 용선중개인을 지명하여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용선사업의 대부분을 중개하도록 한 경우, 그 용선중개인은 용선관리인과 유사한 광범위한 대리권을 당사자로부터 수여받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용선거래의 1회에 국한하여 용선중개인을 지명한 것에 불과하다면, 설사 과거에 그 용선중개인을 빈번하게 지명해 왔더라도 용선중개인이 당해 용선계약에 관하여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실제로 수여받지 못하였다면 그 용선중개인은 명백한 대리권을 가지지 못한다.10)
용선중개인은 선박소유자 또는 용선자로부터 지시된 의사를 상대방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따라서 용선중개인은 선박소유자 또는 용선자로부터 지시받지 않은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권한이 없다.11) 또한 원칙적으로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용선계약서에 서명할 권한은 없다.12) 그러나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았다면 용선중개인도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용선계약서에 서명할 수 있다.

(1) 대리인이 당사자를 구속하는 경우
1) 대리인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경우

대리인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경우에는 대리인이 당사자로부터 현실적으로 대리권을 수여받는 것이다. 영국법상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경우에 대하여 연구하기 위하여 시대적 순서에 입각하여 영국판례를 검토한다.

가. Pocklington호 사건
용선중개인 SEC사는 선박소유자 LWC사에게 Pocklington호의 운임을 전문담당 직원의 실수로 잘못 전달하였다. 용선중개인은 용선자인 Sam Reischer로부터 전문에 의하여 권한을 수여받아 대리점의 자격으로 SEC사는 용선계약서에 서명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용선중개인이 용선자로부터 수여받지 않은 권한을 사용하였으므로 권한을 초과한 운임차액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용선중개인은 권한을 수여받은 전문을 증거로 제시하며 책임을 부인하였다. 1심 법원 Denman판사는 “용선중개인은 받은 전문에 근거하여 용선계약에 서명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면 되지 실제적으로 용선계약에 함축된 내용과 일치함을 확인하고 서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용선중개인은 전문담당 직원의 실수로 발생한 운임의 차액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라고 판시하였다.13)

나. Samah호 & Lina호 사건
Samah호의 선박소유자 Inter Ro-Ro SA와 Lina호의 선박소유자 Gulf Ro-Ro Services SA사는 1979년 12월과 1980년 1월에 용선중개인 IACC사를 통하여 정기용선자 Mmecen SA사에게 Samah호와 Lina호를 각기 정기용선하여 주기 위하여 협상을 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용선중개인 IACC사에게 그리스에 출장가서 정기용선계약의 내용을 협상하도록 권한을 수여하면서, 정기용선자가 요구하는 선박의 구조변경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승인할 때까지는 정기용선계약서에 서명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선박소유자의 용선중개인 IACC사는 선박소유자의 승인 없이 정기용선계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정기용선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정기용선자가 선박의 구조변경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정기용선계약서에 서명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용선중개인이 권한 없이 정기용선계약서에 서명하였으므로 더 이상 협상할 의도가 없다고 통지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용선중개인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박소유자로부터 권한을 수여받았으므로 정기용선계약은 성립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Parker판사는 “용선중개인이 정기용선자에게 선박의 구조변경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정기용선계약은 구속력이 있다. 선박소유자가 용선중개인에게 정기용선계약의 내용을 협상하도록 권한을 수여하였으므로 용선중개인은 정기용선계약서에 서명하도록 묵시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의 이행거절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청구할 권리가 있다.”라고 판시하였다.14)

다. Borvigilant호/Romina G호 사건
유조선 Romina G호의 선장은 이란 NIOC터미널의 상관례에 따라 NIOC터미널에 도착 후 도선사가 제시한 NIOC의 계약조건으로 작성된 예인선사용계약서에 서명하였다. 한편 예인선 Borvigilant의 소유자 Borkan사는 NIOC터미널을 통하여 Romina G호의 선박소유자 Monsoon사와 1998년 7월 22일에 예인선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체결 후 Borkan사는 NIOC의 계약조건을 추인하였다. NIOC의 계약조건에 의하면 “예인선의 선박소유자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선박감항능력에 대하여 면책이다.”라는 면책약관이 있었다. Borkan사와 Monsoon사는 직접적으로 예인선사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1998년 7월 22일에 Borvigilant호와 유조선 Romina G호가 충돌하여 유조선과 예인선의 선체가 손상되고 예인선의 선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Borkan사는 “NICO의 계약조건상의 면책약관에 의하여 충돌사고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Monsoon사는 “Brokan사는 예인선사용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NIOC의 계약조건상의 면책약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David Steel판사는 “NIOC터미널은 Borkan사로부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묵시적 권한을 수여받았다. 또한 Borkan사는 NIOC터미널의 계약조건을 추인하였다. 따라서 Borkan사는 NIOC터미널의 계약조건상 면책약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Peter Gibson판사, Clarke판사와 Dyson판사)은 1심 법원 David Steel판사의 판결을 확인?지지하였다.15)

2) 표현적 대리권(apparent authority or ostensible authority)
당사자가 말이나 행동에 의하여 대리인이 마치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을 발생시킨 경우,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지 아니하였던 경우에도 대리인이 현실적인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같이, 대리행위의 상대방인 계약의 상대방당사자에 대하여 당사자는 대리행위로 체결한 계약의 구속을 받는다.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이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이 있고, 또한 그러한 외관의 발생에 관하여 당사자가 어느 정도의 원인을 주고 있는 경우, 그 무권대리행위에 대하여 당사자가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그러한 외관을 신뢰한 선의?무과실의 제3자를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며, 나아가서는 대리제도의 신용을 유지하려는 것이 표현대리제도이다.16) 표현적 대리권의 원칙은 금반언의 원칙(the principle of estoppel)이17) 대리제도에 적용된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Henrik Sif호 사건에서18) 선박소유자 Sif IV사와 정기용선자 Trade Line사는 1976년 9월 2일에 12개월 동안 Henrik Sif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정기용선자는 나이지리아 Apapa항에서 코코아버터를 선적하여 Sharpness항에서 양하하는 1977년 3월 1일과 2일자의 선하증권을 정기용선자 서식으로 발행하였다. 선하증권에는 디마이즈약관이 있었다. 화물의 양하 시 화물이 손상된 것이 발견되자, 적하이해관계인은 대리점 Tideway사를 통하여 정기용선자에게 화물손상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Tideway사는 정기용선자가 선하증권상 디아이즈약관에 의하여 화물손상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적하이해관계인에게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적하이해관계인은 화물손상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정기용선자로부터 시효연장을 받았으나 선박소유자로부터는 시효연장을 받지 않았다. 정기용선자는 “선하증권상 디마이즈약관에 의하여 화물손상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당사자는 정기용선자가 아니라 선박소유자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적하이해관계인은 “정기용선자는 디마이즈약관에 의하여 선하증권상 당사자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Webster판사는 “대리점 Tideway사는 적하이해관계인에게 선하증권상 디마이즈약관에 의하여 정기용선자가 화물손상에 대하여 책임을 질 당사자가 아닌 사실을 알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정기용선자는 적하이해관계인이 요청한 소멸시효연장을 승인해 주었다. 즉 적하이해관계인으로 하여금 정기용선자가 법적으로 화물손상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당사자로 생각하게끔 행동하였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선하증권상 디마이즈약관에 의하여 화물손상에 대하여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표현적 대리권에는 당사자의 표시에 의한 표현적 대리권, 대리권의 범위를 넘는 표현적 대리권 그리고 대리권이 철회된 경우의 표현적 대리권이 있다. 영국법상 표현적 대리권에 대하여 연구하기 위하여 시대적 순서에 입각하여 영국판례를 검토한다.


주---
1) 송상현·김현, 앞의 책, 431쪽.
2) Ganac Grain Co. Inc. v. HMF Faure & Fairclough Ltd. [1968] A.C. 1130; [1967] 1 Lloyd's Rep. 495 (H.L.).
3) 이호정, '영국계약법', (서울 : 경문사, 2003), 400-401쪽.
4) 통상적으로 그러한 성격의 대리인에게 맡겨지는 행위의 부류 안에 든다면 당사자가 대리인에게 권한을 수여하지 않았더라도 책임을 지는데 이를 통상대리권이라고 한다. 대리점은 선박소유자를 위하여 통상대리권을 갖는다. 또한 용선담당자는 선박소유자를 위하여 선박에 대하여 용선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통상대리권을 갖는다. Rhodian River Shipping Co. S.A. v. Halla Maritime Corporation - The Rhodian River and The Rhodian Sailor [1984] 1 Lloyd's Rep. 373 (Q.B.).
5) 일정한 상황 하에서는 긴급을 요하는 비상 시에 타인을 위하여 행동하는 자에게 비상대리권이 인정되고 있다. 선박의 선장은 예컨대 선박을 수리하지 않고서는 항해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수리비용을 조달할 필요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적시에 선박소유자의 지시를 받을 수 없는 경우, 선장은 선박이나 화물을 담보로 하여 선박소유자의 이름으로 수리비용을 빌릴 수 있는 대리권이 있다.
6) 우리나라 법제에서 대리행위의 효력에 대하여 민법 제114조 제①항은 “대리인이 그 권한 내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게 대하여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7) 이호정, 앞의 책, 145쪽.
8) 일정한 경우들에 있어서 대리권은 철회가 불가능하다. 당사자의 사망, 정신적 무능력(능력상실), 도산과 같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리권이 존속하는 경우에 대리권은 철회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철회의 불가능성은 당사자와 대리인의 관계 그리고 당사자 또는 대리인과 상대방당사자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위의 책, 427쪽.
9) 당사자가 정신장애(심신상실)로 되어 그의 능력을 상실한 경우, 이러한 능력상실이 대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관해서는 엇갈리는 판결들이 존재한다. 유력한 견해는 서로 모순되는 듯이 보이는 이러한 판결들을 조정?통합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즉, 정신적 무능력은 당사자와 대리인 사이의 대리관계를 종료시키지만, 대리관계가 아직 존재한다고 믿고 계약을 체결하는 상대방당사자에 대하여서는 종료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위의 책, 426-427쪽.
10) 송상현·김현, 앞의 책, 433쪽.
11) Hanjin Shipping Co. Ltd. v. Zenith Chartering Corporation - The Mercedes Envoy [1995] 2 Lloyd's Rep. 559.
12) Polish Steamship Co. v. AJ Williams Fuels (Overseas Sales) - The Suwalki [1989] 1 Lloyd's Rep. 511.
13) Lilly, Wilson & Co v. Smales, Eeles & Co [1892] 1 Q.B. 456.
14) Mmecen S.A. v. Inter Ro-Ro S.A. and Gulf Ro-Ro Services S.A., - The Samah and The Lina [1981] 1 Lloyd's Rep. 40 (Q.B.).
15) The Borvigilant and the Romina G [2003] 2 Lloyd's Rep. 520.
16) 곽윤직, '민법총칙', (서울 : 박영사, 2004), 277쪽.
17) 금반언은 어떤 사람(본인)이 그의 말이나 행동으로부터 합리적으로 되는 추론을 부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원칙이다. 이호정, 앞의 책, 404쪽.
18) Pacol Ltd v. Trade Lines Ltd - The Henrik Sif [1982] 1 Lloyd's Rep.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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