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신뢰로 부산항 빅딜 성사시켜

발상의 전환으로 다선석 확보

▲ 공영흔 KBCT 대표이사
2009년 부산항의 이슈는 북항재개발사업의 착공 및 부산신항 컨테이너물동량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이로 인한 북항지역 컨테이너터미널들의 물량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올해 6월 신항 북컨테이너부두 13선석의 완전개장과 함께 내년 초 2-2단계 터미널마저 개장, 운영에 돌입하게 되면, 기존 북항지역 터미널 물량의 신항으로의 이전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북항지역 터미널 가운데 전년동기 대비 물동량이 유일하게 증가한 터미널이 있다. 대한통운 부산컨테이너터미널(구 PECT)가 바로 분전의 주인공.

지난 4월 국제통운이 보유하고 있던 PECT 지분 28.26%(18만 3661주)를 인수함으로써 66.04%의 지분을 확보, PECT의 경영권을 거머쥔 대한통운은 6월 1일부터 사명(社名)을 대한통운 부산컨테이너터미널(주)(KBCT)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2009년도 항만산업분야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KBCT 공영흔 대표이사는 이처럼 부산항 신선대부두가 'PECT'에서 'KBCT'로 변경되는 모든 과정의 산파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낸 주인공이다. 1973년 대한통운에 입사한 공영흔 대표이사는 30여 년 동안 줄곧 울산지사에 근무하면서 항만하역 사업부문에 대한 현장실무 전문가로서의 수업을 착실히 받아왔다. 2007년 10월 부산지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매출원가 절감, 판매관리비 혁신 등 뼈를 깎는 경영쇄신으로 2007년 5억원에 불과했던 부산지사의 영업이익을 60억원으로 증대시킨 저력의 소유자인 그는 KBCT가 출범하면서 대표이사로 앉게 됐다.

"부산지사장 재직 시 1만 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의 등장과 글로벌 선사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공동운항 확산 등을 고려했을 때 당시 감만터미널 1선석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느꼈습니다. 대안은 다(多)선석 확보인데 감만터미널의 선석통합 추진 혹은 PECT 경영권확보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있었습니다. 감만부두 통합은 다른 선석 운영사와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당시 지배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북항재개발사업이란 악재를 놓고 발상의 전환을 거친 결과, 국제통운과 우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이 바로 국제통운이 갖고 있는 PECT 지분과 우리가 운영권을 갖고 있던 감만터미널 1선석의 맞교환이었습니다."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터미널운영사로의 도약이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대한통운이 무엇보다 학수고대하던 다선석 확보와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착공된 북항재개발사업으로 인해 4부두를 잃고 대체부두를 찾던 국제통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올해 부산항의 최대 이슈중 하나는 이렇게 수면 위로 부상했다.

"올해 초부터 국제통운과 긴밀한 협력 하에 빅딜(Big Deal)이 추진돼 왔습니다. 우리가 협상을 시작하니까 PECT 지분을 소유한 경쟁업체에서도 국제통운 측에 협상을 제안하더군요. 결국 칼자루는 국제통운이 어느 회사에게 지분을 매각하느냐에 달렸죠. 하지만 그동안 부산항이란 같은 작업장에서 함께 일해 오며 쌓아온 신뢰가 국제통운의 마음을 우리에게로 돌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빅딜 계획의 수립 및 추진을 총괄한 공영흔 대표는 긴박했던 협상 당시를 이렇게 술회했다.

KBCT 대표이사에 취임하자마자 변화와 혁신, 열정을 통해서 경쟁력을 갖춘 최고의 터미널이 되자는 터미널의 비전을 제시한 공 대표는 경쟁력이 없는 협력업체를 과감히 배제시키는 등 기존의 터미널 내 비효율·비능률·저생산성 부문을 고효율·고능률·고생산성을 갖춘 요소로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기업경영의 키워드는 지속가능 경영과 지속 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전 조직 구성원이 확고한 주인의식을 갖고 집념과 끈기로서 자신에 속한 조직을 위해 뜻과 열정을 바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 대표는 KBCT로 변경된 후 모든 직원들에게 '이 사업이 내 사업'이란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게이트 반출입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매일 운영지원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때마다 컨테이너 1개당 일 평균처리시간을 전월 평균과 비교하는 등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외부차량이 터미널 방문 시 부과해오던 주차료를 폐지했다. 모든 것을 고객의 눈으로 보자는 공 대표의 쇄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추석연휴기간 동안 부산항의 다른 터미널에서 추석당일 하역작업이 중단됐지만 KBCT에서는 당일에도 정상적인 하역작업이 이루어졌다.

"직원들에게 차례만 지내고 오전 10시까지 터미널로 출근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얼핏 사소하면서도 억척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터미널을 이용하는 선·하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저의 신념이 KBCT 더 나아가 부산항 전체에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절대 손해로 작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올 한해 여느 북항지역 터미널과는 달리 물동량 처리실적에 있어 선방한 비결에 대해서 묻자 공 대표는 천혜의 양항 입지조건과 5만톤급 5선석 보유, 35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CY 등 우수한 인프라와 ATC, e-PECTOS, CADIS 등 생산성 향상과 고객의 비용절감을 위한 최상의 물류지원 시스템 구축, 15년 이상 장기근속직원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등 다른 터미널에서 범접할 수 없는 운영노하우가 올해 물동량 증가의 숨은 주역들이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공 대표는 "내년에 부산항의 처리시설능력은 1700만teu에 달하는 반면, 실제 물동량은 1200만teu에도 못 미쳐 경쟁력 미확보 시 부산항의 일부 터미널은 적자 또는 도산이 불가피하다"면서 "이같은 공급과잉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부산신항 2-4, 2-5단계의 개발을 연기해야 하며, 기존 우리나라 항만정책의 근간인 투포트시스템과 현행 멀티포트시스템도 전면 재검토돼 부산항을 수퍼중추항만으로 육성하는 '1국가 1중심항 제도'를 수립, 시행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에 의한 항만정책의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부산항만공사(BPA)가 부산지역 컨테이너터미널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15% 인하한 것과 관련 공 대표는 "부산항의 적정처리능력과 물동량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룰 때 까지 터미널 운영사들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전대료 감면폭과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은 사항을 정부와 BPA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항 최대 현안사항인 북항과 신항과의 역할(기능)정립에 대해 그는 "한정된 물동량을 놓고 신항과 북항이 유치경쟁을 벌이는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경쟁관계보다 부산항 전체의 경쟁력을 놓고 봤을 때 서로 공존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신항에 이미 준공된 터미널과 북항지역 터미널과의 상생 차원에서, 또한 인근 녹산공단, 강서지구 제조업체의 수입원자재 처리를 위해서라도 신항 2-5단계 부두 인근에 일반잡화부두 6선석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시말해 컨테이너터미널 위주로 신항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일반잡화부두도 일정규모 건설하는 한편, 수리조선소, 유류공급기지 등 항만부대산업을 신항쪽에 조성해, 작금과 같은 컨테이너화물 유치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 북항재개발사업으로 인해 향후 북항지역 터미널 중 KBCT, 감만, 신감만터미널을 제외한 나머지 부두는 물류기능이 소멸될 것으로 전망한 공 대표는 "KBCT를 포함한 이들 3개 터미널에 대한 항만물류 기능은 향후에도 계속 존치시켜야 한다"면서 "오는 2012년 인근의 부산항만연수원과 해양수산연수원이 영도로 이전하게 되면 유휴부지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함으로써 고부가가치 물류기능 위주의 배후단지로 조성, 화물창출형 항만으로 충분히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며 향후 북항지역 주요 터미널들의 물류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초만 해도 부산신항 운영권도 없는 상태에서 북항재개발로 재래부두(3부두)를 폐쇄당하고 감만터미널 1개 선석만 운영할 위기에 놓였던 대한통운을 구한 공영흔 대표는 눈 앞의 위기만을 의식하지 않고 창조적인 사고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뛰어난 승부사 타입의 경영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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